4권으로 완결.
화요일 아침에 원고를 로크미디어로 보냈다.
그동안 세차례 정도 원고를 연기시켰던 것 같은데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준 노는칼님한테 감사.
책이 잘 나가지 않으면 완결을 시킬 기회를 주지 않는 출판사도 수두룩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인데, 완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출판사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군).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테제.
그러니 시장 상황을 탓하는 것보다는 그런 시장 상황을 뒤집을 글을 써내지 못한다는 것을 탓해야 하는 것이 옳다.
<무적기사단 3조>는 창작물로는 (앗! 3:0이 되었다!!) 가장 긴 글이었다. 시장에서 성공했다면 좀 더 길어졌을 것이다. 내가 낳은 아이가 더 잘 크게 받쳐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나로서는 내 글쓰기의 여러가지 부족한 면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는 추리소설로 글쓰기를 다졌다. 한번도 장편을 써본 적이 없었다. (내 최초의 장편소설은 SF추리물인 <미래경찰 피그로이드>다.
추리소설은 특이한 방식의 글쓰기를 요구한다. 정통 추리물은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범인을 감춰야 하기 때문에 용의자들은 모두 내면의 심리를 밝히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추리소설은 행동 묘사를 통해 심리를 짐작하게 쓰여진다. 문제는 이런 글쓰기는 다른 장르의 글에서 치명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적기사단 3조>도 몇가지 비밀을 가지고 진행되는 글이었다. 사실 나는 그런 글을 좋아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 글은 대부분 그런 식의 얼개를 가지고 있었다. (출간되지 않은 습작들에 그런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내가 <미래경찰 피그로이드>를 이매진에 연재하던 당시에 공격적인 댓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 글 안의 허술한 추리묘사 때문이었는데, 그 허술한 추리묘사 부분 자체가 복선이었다는 것을 밝힐 수 없었기에 무척 짜증이 났다. <무적기사단 3조>에서도 그와 같은 경우를 여러번 당했다. 결국 조아라의 연재를 접는 걸로 결말을 내버렸다.
나는 글의 앞뒤를 맞춰 딱 떨어지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글을 수없이 수정한다. <무적기사단 3조>는 1-2권을 먼저 출간하고 3권이 그 뒤에 쓰여진 때문에(절반은 출간 전에 썼지만), 이미 출간된 부분을 고칠 수 없는 문제에 부딪쳤다. 이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뒷날 또 다른 장편을 쓰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첫 출판작은 <다정>이었는데, <다정>은 단편 모음집이었다. 기존에 추리소설을 쓸 때도 600매 이상의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중편 이상의 글은 써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장편을 쓸 수 있을지 의심을 하고 있었다. <미래경찰 피그로이드>도 죽을 힘을 다해서 이야기를 잡아늘인 것인데, 사람들은 "글이 짧다"고 평했다. (1400매가 넘는 <숙세가>도 글이 짧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미래경찰 피그로이드>는 1200매였다. 나는 내가 장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고심을 했고, 문장 연습을 강화하는 겸 <삼국지연의> 번역에 도전했다. 현재 6500매 가량을 썼다. 번역물이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쓴 글이다. 글은 자꾸 쓰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매주 두 편씩 꾸준히 <삼국지연의>를 올린 것이 <무적기사단 3조>를 4권이나 쓸 수 있게 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나에게는 이런 좋은 기회가 되었지만 출판사한테는 손해나 끼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최소한 남의 돈을 공으로 먹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무적기사단 3조>로 돌아가서 말하자면, 결론이 조금 성급하게 내려지기는 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에서 빠진 것은 없다. 나는 내가 쓴 글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더 예쁜 아이로 낳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부모로서 갖는 자책일 뿐이다. 다른 작품에서 그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그 작품 속에서 전작이 살아있게 만들고 싶다. 아직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