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란 무엇인가? *..만........상..*



잘 아는 분의 블로그에서 지금 토론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며, 자신의 권리에만 민감한(물론 그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는 차치하고) 사람 하나가 분탕질을 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는 싫은 소시민이 되어버려서 트랙백을 하거나 그분 게시판에서 한마디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 게시판에서 현재의 분란이 일어나게 된 주제에 대해서 그냥 보고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부분까지 이야기할 능력도 없다. 그런 능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해당 게시판에서 이른바 <예의>나 <자세>로 환원될 문제를 가지고 논쟁이라도 벌이게 되면 정작 진행되어야 할 소중한 주제가 관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런 것은 블로그 주인이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같은 경우 나 자신도 그런 식으로 주제가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과정은 이랬다. 편의상 A님, B님으로 호칭한다.

A님이 시사적인 주제의 글을 포스팅했다.
B님이 그 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토론을 제의했다.

A님은 댓글 형식으로 주고받는 질문-답변 방식의 토론은 사양했고, 트랙백을 통한 토론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다만 토론을 위해서 입장 정리를 위한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B님은 세가지 질문을 그냥 <씹었다>. 그리고 계속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없거나 <논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A님은 B님의 아이디를 막았다.

B님은 다른 아이디로 들어와 자신의 아이디를 막은 것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A님은 그 아이디도 막아버렸다.


이러한 일에 대해서 대응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런 점에 짜증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상대의 입장이 논리적, 도덕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 그 방식이 나와 다르다고 하여 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즉 B님은 자신의 포스팅에 대해서 누군가 질문을 하면 그것에 마땅히 대답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질문이 역으로 <씹히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A님이 요구한 것은 전혀 부당한 것이 아니며, 사실 건전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입장을 먼저 설명하고 상대와 대화에 나서는 것은 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도 B님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상대에게 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저 이해불능의 B님을 보면서 근원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다. (길고 긴 이유였다)

블로그란 무엇인가? 블로그에서 의사소통이란 어떤 것인가?


블로그에 대해서는 여기에 잘 정의되어 있다.

블로그란 무엇인가

그러나 사실 읽어보아도 블로그가 무엇인지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솔직하게)

블로그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일반적인 정의는 블로그는 1인 미디어다라는 것이다. 아마 블로거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라는 게 뭔지는 아는가?

1인 미디어라는 말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만들어진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사같은 건 안 했다.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하다)

매스미디어란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술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 그럼 매스커뮤니케이션이란? (끝없는 의문의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지는 마라)

매스커뮤니케이션이란 일반대중에게 대량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매스컴이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이란 영어 단어에는 본래 교류, 소통의 뜻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매스컴은 일방적인 전달매체에 불과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매스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차이는 그것이 매스(집단)냐 1인이냐에 달려있는가?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매스미디어 즉 언론과 방송은 대규모의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데, 1인 미디어라고 하는 블로그도 1인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언론, 방송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인 미디어라는 말에서 <1인>이란 <매스>에 대한 상대어가 아니고, 다만 그 블로그를 <1인>, 즉 한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블로그가 처음 국내에 등장했을 때 나는 성공 가능성을 무척 낮게 보았다. 우리는 1인 미디어 수준의 블로그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커뮤니티인 <카페>나 <싸이>를 가지고 있다. 블로그가 발붙일 곳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현재 블로그가 <카페>나 <싸이>를 능가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돌아가고 있다. 나는 이 정도도 달성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 블로그가 <카페>등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블로그가 <미디어>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있다. 미디어. 미디어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적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는 블로거들을 보자. 그들의 글에 반드시 어떤 유용한 정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푸념, 사사로운 일기, 단편적인 감상, 심지어 소설도 올라온다. 블로그는 뉴스 미디어가 아니다. 뉴스 미디어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블로거끼리도 물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서로 친한 사람끼리 댓글을 주고 받으며 놀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회원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인 동호회 놀음의 단계를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블로그에 글을 올릴 필요가 없다. 친한 사람끼리 동호회를 결성해서 그곳에서 놀면 된다.

블로그에 글을 쓰겠다는 이상,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글을 보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링크를 걸거나 트랙백을 거는 것에 대한 <신고>같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이 허용과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문제다. 이미 앞서서 말했지만 <미디어>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그 글에 잘못된 정보가 있을 경우 그에 대해서 항의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 심지어 일방적인 매체인 신문에도 독자투고난이 있다. 왜 인터넷에서 이런 일이 불가능하겠는가?

사실은 블로그 안에서는 이런 일이 아주 잘 일어나고 있다. 잘못된 신문 기사나 뉴스는 블로거들에 의해서 난도질을 당한다. 같은 블로거의 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글에 의견이 있어서 포스팅을 했고, 그 사실을 상대 블로거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트랙백이다. 트랙백은 동감을 해서 걸 수도 있지만 당연한 이야기로 이의가 있어서 걸 수 있다.

댓글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처럼 그 블로그의 주인을 존중해야 한다. 당신은 손님이다. 손님이 남의 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가져와라, 방 치워라, 책 꺼내와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목이 마르고, 방이 지저분하고, 책장에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자기 집에 돌아가서 그 집에 갔더니 물도 안 주더라, 방도 지저분하더라, 책도 안 보여줬다라고 불평할 수는 있다. (그걸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은 싸우자는 이야기겠지만, 그것이 바로 토론이다)

블로그는 자신의 견해(그것이 정보건 감상이건)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여 불특정 다수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트랙백을 통한 공정한 싸움을 전개하라.

그리고 블로그라는 특성을 떠나 토론이라는 것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내놓아 상대를 자신의 의견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 상식을 모른다면 부디 부탁하건대 토론이라는 말을 꺼내지도 말길 바란다. (여기서 상대는 꼭 토론 당사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이 토론을 벌일 때는 상대 당원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하고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덧글

  • 이지스 2005/06/29 13:25 #

    동감합니다. 저도 그 블로그에서 벌어지는 논쟁(뭐 논쟁 수준도 아니지요)의 내용과 일부 관련이 있는 입장이라 할 말이 많지만, 괜히 더 시끄러워질 것 같아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뭐 그럴리는 없지만 A님이 열받아서 확 블로그를 닫아버릴까봐 걱정도 되더라고요
  • Lohengrin 2005/06/29 13:40 #

    남의 집에 와서 배놔라 감놔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여기서는 이런것들은 꼭 지켜달라 라고 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더군요.

    트랙백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했던 블로그 바통입니다.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하여 트랙백 걸어 봅니다.
  • 초록불 2005/06/29 14:22 #

    Lohengrin님 / 그렇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쓰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꼭>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상하죠. 다만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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