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하순 선생님 *..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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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강대 사학과를 나왔다.
대학에 가서 처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학년 전공 과목이었던 서양사 개설 시간이었다.

담당 교수는 차하순 선생님. 수업 시작 5분 전에 들어와 구석 자리에 앉아계신다. 수업 종이 울리는 순간 수업이 시작되고, 수업종이 울리는 순간 수업이 끝났다.

언젠가 차하순 선생님은 왜 그렇게 수업 전에 들어와 있는지를 설명해 주신 적이 있었다.
서강대에 부임했을 때 총장이 교수들을 불러 요구한 사항이 딱 하나, 그것, 즉 수업 시간을 엄수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서강대는 외국인이 총장을 했었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한 총장도 물론 외국인이었을 것이다.

그후 차하순 선생님은 내가 졸업할 때까지 늘 똑같이 강의 시간을 엄수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차 선생님처럼 수업 전에 들어와 계시는 선생님은 드물었지만, 수업 시작 후에 들어와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은 뵌 기억이 거의 없다.

그냥 이오공감에 오른 포스팅을 보자 일명 차쫀쫀이라 불렸던 차 선생님의 일이 기억나 몇 자 적었다.

적은 김에 한가지 에피소드를 더 적자.

1987년 6월 대항쟁때 우리는 기말고사를 거부했다. 나는 대학을 들어갈 때 전공 과목은 B이상 학점을 유지하려는 맹세를 한 바 있었다. 이때 나는 차하순 선생님의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사>를 듣고 있었는데, 중간고사 성적이 C+ 였다.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만회하려고 무척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태가 사태인만큼 시험을 보이코트할 수밖에 없었다.

차 선생님의 성격으로 볼 때 한 그레이드 정도가 아니라 세 그레이드가 내려갈지도 몰랐다. 그런데 기말고사 성적표는 아주의 의외의 성적을 보여주었다. 성적이 B+가 된 것이다.

개강 후에 나는 차 선생님을 뵙고 성적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대략 이런 뜻의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은 지난 여름에 역사의 한 현장에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그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공부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상향된 성적을 받을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대학 시절이 그리워진다.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1987년 6월, 6월 민주대항쟁 2008-04-19 01:07:47 #

    ... 면 그냥 내가 겪은 일만 적을 것을... 쩝... 인터넷 6월 항쟁기념관 [클릭] 으음.. 이오공감에 올라가 있군요. 이때를 회상한 글이 하나 더 있어서 링크해둡니다. 차하순 선생님 [클릭] ... more

덧글

  • stella 2005/07/26 13:56 #

    오 센스있는 선생님이셨네요.
  • 다현 2005/07/26 14:49 #

    아 안녕하세요~
    교수님 참..멋지시네요... 전 대학을 1학기 다녔지만
    그런 교수님은 한 분계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칼수업이셧던..
    링크 걸고 갑니다^^
  • 루드라 2005/07/26 23:59 #

    와우 멋있네요.
  • 머미 2005/07/27 09:36 #

    좋은 선생님을 두셨군요.

    저는 정 반대로 원칙에 충실했던 선생님을 만나 87년 1학기에 C+를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의 원칙은 '정치 참여도 학생의 선택, 학점도 학생의 선택, 둘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었죠. 이분 외에 '적당한' 학점을 줬던 선생님들은 사실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 建武 2005/07/27 15:52 #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 kunoctus 2005/08/02 17:45 #

    멋지십니다.
  • Fillia 2006/04/12 00:06 #

    새 글을 보러 왔다가, 연결된 이 글을 읽었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에게 배우셨네요.... ^^;
    서강대 다닌 분들을 몇 알고 있는데, 다들 뭐랄까 정말로 '대학을 다닌' 듯한 인상들을 주는 분들인 것이,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 꿈바라기 2007/06/10 20:37 #

    저도 저런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 초록불 2007/06/10 21:17 #

    꿈바라기 / 일단 수능 성적을 높인 후에... (끝까지 먼산)
  • 死海文書 2007/06/11 21:28 #

    어이쿠.

    하긴 87항쟁 정도면 그럴 만도 하네요.
  • 초록불 2007/06/15 01:49 #

    死海文書님 / 그 때는 그럴만 했다는 말이 와 닿는 군요. 우리과 교수님들은 교생실습 나가는 것도 불이익을 주시던 분들이었거든요.
  • 어릿광대 2007/09/18 13:44 #

    정말 대단한 교수님이시네요..(전 87년생이네요;;) 존경스런 교수님이시네요
  • 친칠라씨 2011/05/11 22:11 #

    저도 서강사학입니다!^^
    지나가다가 들렀습니다. 차하순 교수님 책은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홍대 가는 길 문화원에서 차하순 교수님 강의를 들었을 때,
    신입생이었음에도 뭔가 끌어오르는걸 느꼈었더랬죠
  • 초록불 2011/05/11 22:19 #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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