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동체 *..역........사..*



김한규는 이렇게 역사 공동체를 규정한다.

역사공동체란 국가와는 달리 생활 공간과 문화, 역사적 경험과 역사 의식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가리킨다.
(천하국가 40쪽)


이것은 얼핏 보아 <민족>과 별달라 보이지 않는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는 민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남들과 구별되는 몇가지 문화적 공통사항을 지표로 하여 상호간에 전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그렇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

브리태니커의 정의가 훨씬 추상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바로 역사적 경험과 역사 의식을 공유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문화적 공통사항이라는 것도 생활공간과 문화라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김한규는 <민족>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역사공동체>라는 용어를 만든 것일까?

그것은 <민족>이라는 말이 갖는 문제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잘 알다시피 <민족>이라는 말은 번역어이며 그것은 nation을 뜻한다. 그리고 민족의식이라는 개념을 확립한 것은 근대 서양에서의 일이었다. 이때문에 <민족>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가 통사적으로 역사를 설명하는데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용어이기도 하다.

민족주의, 민족국가, 민족자결주의와 같은 근대의 개념이 <민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무차별하게 고대에 투사되면 개념을 정의해 나가기 무척 어려워진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때문에 흔히 동양에서의 민족 개념은 서양과 달리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있었다라고 주장하거나 근대에 이르러서도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민족주의는 서양의 제국주의로 발전한 민족주의와는 다른 저항적 민족주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 자신도 대학 시절에는 민족주의에는 두가지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는 이른바 건전한 민족주의라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민족주의는 충분한 자양분만 공급되면 바로 다른 민족을 침략하는 제국주의로 발전한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역사 공동체라는 개념은 그래서 중요하다. 현재의 가치를 과거에 투영하지 않기 위해서.

김한규 선생님의 <천하국가>. 처음부터 흥미진진하다.

덧글

  • Prometeus 2005/09/09 19:34 #

    간만에 댓글을 답니다.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위 기술대로라면 '역사공동체'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바가 좀 모호하다는 인상이 드는군요. '역사의식', '역사적 경험', '공동체' 같은 폭발력 강한 개념들이 결합되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이론적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듯 한데, 책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정리되고 기술되어 있는지가 궁금하군요.
  • Prometeus 2005/09/09 19:52 #

    쓴 김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초록불 님과 유사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민족주의의 기능변화'는 독일의 모 역사학자의 중심테제이기도 하지요.
  • 초록불 2005/09/09 20:46 #

    Prometeus님 / 저는 모호한 부분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천하국가에 나오는 역사공동체는 이렇습니다.

    중국 역사공동체
    초원유목 역사공동체
    요동 역사공동체
    서역 역사공동체
    티베트 역사공동체
    강저 역사공동체
    만월 역사공동체
    대만 역사공동체

    그리고 책에서 따로 다루지는 않지만 한국이나 일본도 역사공동체로 봅니다.
  • Prometeus 2005/09/09 22:26 #

    음, 제 얘기는 저자께서 제시하신 역사서술의 기준들이 정확히 어떤 의미로 사용되어서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 있는지가 불분명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역사의식'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만 하더라도 이런저런 논쟁을 유발할만한 주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공동의 문화적 생활양식을 견지하면서 유지되어온 공동의 생활권을 규정하는 기준선과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문화라는 부분과 결합되어서 하나의 역사서술 단위를 규정하는 기준이 된다면, 그 복합성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따라서 이론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정교한 가공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개념들 하나하나가 최근의 이론적 논의에서 뜨거운 감자처럼 논의되었고 또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정리하신 것을 통해서는 이런 부분들이 명확히 다가오지 않는 듯 해서 '모호'라고 했던 것이구요. 물론 책에는 보다 상세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걸 감안하면 모호하다기 보다는 궁금하다고 해야겠군요.)
  • Prometeus 2005/09/09 22:26 #

    아, 여기서 무슨 논쟁을 하려는 의도는 없답니다. 그저 제 관심을 끄는 포스팅이라서 제 견해를 얘기해 보고 싶었다지요. 이해해 주시길 ^^;
  • 초록불 2005/09/09 22:43 #

    Prometeus님 / 뭐 별로 상관없습니다. 김한규 선생님은 그런 개념을 찾기 위해 <한중관계사><요동사><티베트와 중국>을 저술했던 것이죠. 에에.. 역시 자세한 것은 직접 읽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도 공부에 진전이 있으면 계속 정리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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