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고(自鳴鼓) 서장 *.....비공개....*



낙랑의 성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성 안으로 뛰어든 이는 호동이었다. 호동은 수행 무사도 없이 궁성으로 뛰어갔다. 물론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사랑하는 연인 최란崔蘭의 침소였다.
"란! 내가 돌아왔소! 약속대로 내가..."
호동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은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최란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호동이 왔는데 그 고운 얼굴에 미소를 띠우지도 못했다. 그녀의 심장에 박혀있는 단도. 그리고 침상은 절반이나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방 안은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모든 것이 뒤틀려 있었다. 어지럽고 어지러웠다. 전장을 한두 번 다닌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역한 피비린내는 맡아본 적이 없었다. 호동은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 방안에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누구냐? 너는..."
꿇어앉아 있던 낙랑의 무사가 천천히 얼굴을 돌려 호동을 바라보았다.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너, 란의 호위무사구나."
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동의 눈에서 불길이 쏟아졌다. 호동은 무사에게 와락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바닥에 쓰러뜨렸다. 무사는 저항하지 않았다. 호동은 무사의 얼굴을 거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때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사의 얼굴이 더 이상 사람 얼굴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호동은 지쳐서 더 이상 손을 들지 못하게 되었다.
"이놈! 이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네 놈이 이런 것이냐!"
무사는 터진 입술을 달삭거렸다. 얼굴이 부어선지 제대로 소리도 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호동이 주의를 기울이자 간신히 그가 떠듬떠듬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죽...였...소...왕...자...님...이...죽...였...소...당...신...이..."
호동의 심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무사는 아직도 걸터앉아있는 호동을 밀어버렸다. 호동이 엉덩방아를 찧자 무사는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핏물이 흐르는 눈가를 닦아내고 호동을 노려보았다. 입을 우물거리더니 핏덩이를 뱉어냈다. 그 덕분인지 좀더 편안해진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당신이 시킨 짓 때문에... 공주님이 돌아가신 거요!"
"내가 시킨 짓?"
"그것이 들통났소이다. 그래서 전하께서 손수 공주님을 벌하신 거요! 누구를 탓하는 것이오! 모두 그대가 뿌린 씨앗이란 말이오!"
"바보같은 놈!"
호동이 다시 무사의 아구창을 날렸다.
"네 놈의 직분이 무엇이냐! 공주님을 지키지도 못한 놈! 누구 탓을 하는 거냐!"
무사의 눈이 분노에서 절망으로 변해갔다. 그가 힘없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래요. 나는 직분을 다하지 못한 무사일 뿐이지. 어서 나를 죽이시오.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살아야할 의미도 없으니."
호동의 심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그자의 눈에서 직분을 다하지 못한 회한이 아니라,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비애를 읽어버린 것이다.
호동은 몸을 일으켰다.
"누구 좋으라고. 네 놈은 평생 네 놈의 직분을 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 쉽게 고통에서 풀려나게 해줄 줄 아느냐?"
호동은 뻗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무사를 걷어찼다.
"네 놈을 노예로 데려갈 것이다. 죽는 것이 왜 축복인지 알게 해 주겠다!"
무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그가 사랑했으나 결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사람, 그리하여 가까이에서 지켜주기라도 했어야 하는 사람, 그러나 결국 그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그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그렇다. 죽음은 그에게 너무 쉬운 형벌이었다.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 절대 이곳을 떠올릴 수 없는 그런 형벌이 주어지기를, 낙랑국 최란 공주의 호위무사 형도는 빌고 빌었다.

덧글

  • 감정의폭주족 2005/09/11 23:26 #

    재미있는데요. 그런데 서동요는 흑흑
  • 초록불 2005/09/11 23:33 #

    이것 역시 아이디어 안까먹기 차원에서 써놓은 것 뿐이라는... 서동요 쓰고, 가인 쓴 다음에 쓰지 뭐...

    저 호위무사가 주인공인데... 그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만나서...^^;;
  • 머미 2005/09/12 08:27 #

    이름의 압박이 너무 심해요. 천하장사출신 엠씨랑 이충희감독 사모님이 주연인 듯해서 어쩐지 와 닿지가 않는...
    (공주 이름이라도 좀 바꾸심이;;)
  • 초록불 2005/09/12 09:59 #

    하하...^^;; 전혀 생각 못한 대상이 튀어나왔군요. 호동은 확실히 문제가 있죠. 사료를 보면 꽃미남인데, 이름을 듣는 순간 강호동이 생각이 나니...

    하지만 둘 다 주연 아닙니다. 호동은 조연쯤 될 수도 있겠지만. 낙랑 공주 죽은 다음에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흠... 이름을 바꾸려면 무엇으로 하나? 최영? (윽!) 최선 (-_-) 최화, 최린, 최명, 최정? (ㅠ.ㅠ) 최씨 성에 외자 이름으로 이쁜 건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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