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 북한의 문인들 *..문........화..*



이태준이 인쇄공장 노동자로 글도 쓰지 못하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태준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광산노동자로 죽었다는 글도 어디선가 보았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찾는데로 올리도록 하겠다. 이태준 - 북한의 문인들 2 [클릭])


시인 백석은 평북 정주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월북작가는 아니다. 고향에 남아있던 재북작가라 할 수 있다.

백석의 시는 아름답다. 한편 감상해보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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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쓴 김에 한편 더 써보자.

삼호(三湖) - 물닭의 소리1

문기슭에 바다햇자를 까꾸로 붙인 집
산듯한 청삿자리 위에서 찌륵찌륵
우는 전복회를 먹어 한여름을 보낸다

이렇게 한여름을 보내면서 나는 하늑이는
물살에 나이금이 느는 꽃조개와 함께
허리도리가 굵어가는 한 사람을 연연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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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백석이었다. 그가 북한에 쓴 시 하나를 보자. 마지막 연만 옮긴다. (차마 전문을 옮길 수가 없다.)

축복

나도 이 아침 축복 받는 어린 것을 바라보며,
당과 조국의 은혜 속에 태어난 이 어린 생명이
당과 조국의 은혜 속에 길고 탈 없는 한평생을 누리기와,
그 한평생이 당과 조국을 기쁘게 하는 한평생이 되기를 비노라


백석은 1962년 10월 북한 문학계가 숙청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을 때, 같이 사라졌다. 그 후 그의 소식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1958년 함경북도 삼수군 관평리의 국영협동조합 축산반으로 쫓겨간 백석은 그곳에서 차라리 좀더 시다운 시를 썼다. 그 시들도 "한없이 아름다운 공산주의의 노을이 비낀다"는 식으로 마무리 되긴 하지만...

1962년이면 그의 나이 50. 남한이었다면 문단의 중견으로, 원로 행세를 슬슬 해나갈 나이에 그는 펜을 빼앗기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북한정권이 문인들을 다룬 방식이다.

글 쓴 후에 뒤져보다가 백석의 1980년대 중반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이때까지 글 한줄 발표하지 못하고 생존해 있었던 것이다.

[책갈피속의 오늘]1912년 시인 백석 출생

[동아일보 2005-07-01 03:29]

시대가 어려울수록 문학은 꽃 피기 마련인지 일제의 식민지 수탈이 가장 심했던 1930년대에는 유난히 큰 시인이 많이 나왔다. 김기림 김영랑 이육사 유치환 서정주 윤동주…. 그 별들 가운데 시인 백석이 있다.

백석은 1912년 7월 1일 평북 정주군 갈산면에서 태어났다. 백석(白石 또는 白奭)은 필명이고 본명은 백기행(白夔行)이다. 18세 되던 1930년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신문사의 후원으로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 영어사범과에 입학한 그는 1934년 귀국 이후 출판부 기자, 영어교사로 각각 2년씩 일하다 만주로 유랑을 떠난다.

‘자유’를 위해 생계를 버린 것이다. 뛰어난 기억력과 영어 실력을 가졌던 ‘모던보이’ 백석은 온갖 밑바닥 일을 전전하다 광복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분단과 함께 남쪽에서는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 모호했던 그의 행적은 최근에야 1995년 83세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성대학 강사를 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김영한(金英韓·1916∼1999) 여사와의 러브 스토리다. 그녀는 자신이 운영했던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요정 대원각을 보시해 길상사를 만들게 한 주인공이다. 시인은 영어교사 시절 기방에서 그녀를 만났고 일본에서 공부까지 한 신여성이던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부모의 강권으로 다른 처녀와 두 차례나 결혼식을 올렸지만 그때마다 며칠을 못 채우고 애인에게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식민지 시민의 자의식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편으로 모국어와 방언에 집착했다. ‘토속적이면서도 친근하고, 감각적인 시 세계’라는 게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다. 올해 5월 내로라하는 시인들은 그의 첫 시집 ‘사슴’(1936년)을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집으로 꼽았다.

오랫동안 역사에 대한 가책과 회의, 고향에 대한 상실감의 토로로 읽혀졌던 백석의 시는 바야흐로 탈(脫)이념시대를 맞아 인간 삶을 관통하는 허무와 상실, 삶의 쓸쓸함을 노래한 것으로 읽히고 있다.

나 취했노라/나 오래된 스코틀랜드의 술에 취했노라/나 슬픔에 취했노라/나 행복해진다는 생각에 또한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나 이 밤의 허무한 인생에 취했노라(‘나 취했노라-노리다케 가스오(則武三雄)에게’ 전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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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백석의 유족들은 백석이 남긴 번역 원고와 창작 노트를 휴지로 써버렸다고 한다. 북한의 이 암울한 현실이여! 아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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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rometeus 2005/09/28 04:56 #

    아, 정말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나타샤'는 가장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이구요. 시인 안도현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의 한 명으로 백석을 들기도 하더군요.
  • 우유차 2005/09/28 08:54 #

    쩝. 저는 10년 전에 대학 본고사 시험 주제로 나오면서 사회적인 해금이 되시면서 동시에 수험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신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대학 들어가고 나서야 시를 읽어보고 생각을 수정하긴 했지만- 어떤 의미로든 시와 시인에 대한 첫 인상을 그렇게 안게 됐다는게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 Fillia 2005/09/29 23:44 #

    우리 나라에도 이런 시인이 있었군요....
    전혀 몰랐다가 초록불님 덕택에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耿君 2007/12/10 09:53 #

    트랙백에서 거슬러올라왔습니다. 백석 시인 관련 포스팅을 이미 하셨군요 ^^
    글 잘 읽었습니다. 세미나 사람들에게도 링크를 걸어 소개했는데 괜찮으신지요 ㅎㅎ
  • 초록불 2007/12/10 10:02 #

    耿君님 / 물론 괜찮지요...^^;;
  • 제갈교 2008/04/18 22:57 #

    백석은 고등학교 때 본문은 아니고 심화학습 쪽에서 '승무'로 처음 봤어요.

    조금 오래된 백석 시인 시집 한 권이 집에 있길래 본 적이 있는데, 80년대 말까지 그의 시집이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금서였다는 이유 때문에 반공독재정권을 무진장 미워했던 적이...;;;
  • 아롱쿠스 2008/04/19 00:12 #

    '승무'는 보통 조지훈님의 시로 알려져 있는데, 백석님도 그 제목의 시가 있나보군요.
  • 제갈교 2008/04/19 00:24 #

    아... 여승입니다. -_-;;;
  • whisa 2008/04/22 02:29 #

    유고를 휴지로 써버리다니... 숭례문 타버렸을때 만큼이나 가슴이 무너져 내리네요.
  • 초록불 2008/04/22 08:41 #

    whisa님 / 그렇지요. 백석을 좋아하는 만큼 가슴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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