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범자들 - 임지현 (첫번째 감상) *..역........사..*



박언니네 사무실에 있길래 빌려왔다.

이 책의 저자 임지현 교수는 사학과 선배인데, 만난 적은 없다.

책은 상당히 어려운데, 또한 아주 재밌다.

적대적 공범관계란 민족주의는 서로를 적대화하는데, 그것은 쌍방의 민족주의를 강화시키는 공범 관계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하자면, KBS가 한민족의 위대성을 자랑하는 역사스페셜을 만들자 중국이 고구려는 우리 것이라는 동북공정을 선보이고, 그러자 우리는 금, 청도 우리 역사다라고 주장하는 그런 식이다. 쌍방은 서로를 자극하며 점점 더 강고한 자기 논리 속에 갇힌다.

임지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경청할만한 구절이다.

-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국에 대한 저항 이데올로기를 무장 해제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제국에 대한 더 급진적인 비판이다.

- 역사를 심판함으로써 정의가 구현된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역사적 진실의 정치성은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드러냄의 대상이다. 과거를 드러내서 살아있는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 때 과거는 극복될 수 있다.


임지현 교수는 나찌의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면서 사법적 처단은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지만, 또한 범죄에 참여했던(소극적으로 그것을 용인했던)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며, 이런 불철저함은 기회가 주어지면 또다시 홀로코스트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비단 나찌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희생양을 찾아서 면죄부를 얻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역사 담론이 사법 담론을 닮아갈 때, 그것은 끝내는 카타르시스를 통한 사회적 망각으로 이어질 것이다. 역사 속에서 구체적으로 행해진 범죄는 분명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역사는 심판될 수 없다.

- 민족주의는 항상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과대망상증을 가지고 있다.


미군 철수해도 국방에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과대망상증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민족주의가 강해질 때, 상대국의 극우파나 민족주의 또한 강해진다는 것이다.

앗... 졸려서 더 못 읽겠다. 이 논의의 최대의 난점은 냉소적으로 "그래서? 민족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이 왜 나쁜데?"라고 물을 때, 답변이 궁하다는데 있다. 질문은 간단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실로 길고도 지루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그것이 역사라는 것이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국가가 민족단위로 형성되어 있고, 이것은 자본주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복합적이다. 국가가 통합되지 않는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계급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저 질문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적의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논리는, 자본주의 하에서 우리는 언제나 약자로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우리가 저자세를 보이면 저들은 우리를 얕보고 잡아먹으러 덤빌 것이다. 그것이 옳은가라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알고보면 이것은 꽤나 심각한 질문이다.

(나머지 독후감은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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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孤藍居士 2005/09/28 02:52 #

    소위 "공범관계"라는 것은 푸코의 개념인지 모르겠습니다.("국가사 해체그룹"의 주요 인사 중 이성시, 윤해동, 신형기 선생 등의 책은 사서 읽었으나, 유일하게 저 분 것만 못 읽어봤지요)
  • 서누 2005/09/28 03:10 #

    '협조적 방해자'와는 정 반대 개념이로군요 =_=
  • Prometeus 2005/09/28 04:45 #

    고람거사님//푸코의 개념이 아닙니다. 독일 일상사학파에서 나치시기 나치핵심인사들과 그들에 이런저런 식으로 협력한 이들의 관계를 다루면서 채택한 개념으로서, 이미 국내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 Prometeus 2005/09/28 04:52 #

    임지현 교수의 연구에 대해서는 관심 반, 우려 반입니다. 여기서 자세히 말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 초록불 2005/09/28 08:07 #

    Prometeus님 / 저도 그렇습니다. 일단 책이나 다 읽고 좀더 이야기하겠습니다.
  • 초록불 2005/09/28 08:11 #

    그나저나 다들 잠도 안 주무시는건가... Prometeus님은 지구 반대편에 계시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사바욘 2005/09/28 08:53 #

    독후감 기대하겠습니다.
  • Faye 2005/09/28 09:35 #

    학창시절에 임지현 교수를 초빙해서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에 대한 강연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임교수님한테 민족주의 문제는 평생의 화두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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