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먼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걸어오는 싸움을 학술적인 이유를 내새워서 우리는 모르는 바라고 하면 중국 애들 참 좋아하겠습니다. 이미 고구려사 문제는 순수학문의 영역을 떠난 정치적인 문제가 돼 버렸습니다.
내셔널리즘에 내셔널리즘으로 대항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이유가 걸작이네요. 인민해방군이나 자위대를 이길 수 없으니 민족주의로 대항하는 건 아무 소용없다. 왠지 구한말에 일제의 침략 앞에서 도덕적 승리를 내세우며 아무 일도 안하고 주저 앉아 버렸던 유생들처럼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민족주의를 우습게 보는 것도 좋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우습기도 하지만 전 저 임지현 교수도 논리를 전개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진 사람으로 밖에는 안 보입니다.
그리고 쇄미록을 무슨 의병장이 쓴 일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쇄미록을 쓴 오희문이 언제부터 의병장이 된 겁니까.
제주도 분리당 / "외지인이 90%의 땅을 점유했으니깐 ..." -->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 아닌가? "왜 안되느냐는 거죠?" --> 생각은 자유지. 무슨 학자라는 사람이 "웃긴다", "촌놈들" 이런 말을 하냐? 인민해방군, 자위대 --> 전쟁은 국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는 "상식"을 모른단 말인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자기 논리를 협박하다니.
웃기는 건 또 있습니다. 1830년대 오스트리아에 대한 폴란드 귀족의 반란을 농민들이 진압했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러시아의 짜르는 왜 들먹이며 농노해방은 왜 들먹입니까. 러시아에서 농노해방이 된건 알렉산드르2세 들어와서의 일이며 당시까지 농노제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러시아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건데 폴란드 농민이랑 러시아 농노해방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관점은 민족을 초역사적 실재로 바라보는 주류 사학과는 아예 뿌리부터 다른 것이다. <---- 한국 주류 사학이 민족을 초역사적 실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확실히 한국 사회에서 민족이라는 문제는 뼈아픈 부분이긴 한 모양입니다. Nation의 번역어로 민족이라는 것이라면 존재가 불가능한 것이 맞을 것이고, 그 용어를 그대로 전근대로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영어로 번역할 도리가 없죠?) 김한규 교수의 주장처럼 <역사공동체>라는 말을 쓰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지현 교수는 이런 면에서 극단적인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좀 애매하게 보입니다. 아, 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감하죠. 저도 공부 좀 더하고 생각 좀 더해 본 뒤에 이야기하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민족의 형성'도 서양의 주도로, '민족의 해체'도 서양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도 국사나 국어의 해체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구요. 중국사도 중국인 학자(외국에서 활동중인)까지 포함된 포스트모더니즘 계통인 '포지션'이라는 학술잡지도 주류중국학계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두아라 같은 사람의 중국사 연구도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번역이 되고 있구요. 중국사나 일본사는 해외의 유수한 학자들이 참여를 해서 관점과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데 반해 한국사는 너무 이론적으로나 관점이 획일적이고 빈약한 면이 있습니다. 잘못하면 주류학계에서 항상 뒤쳐진 내용만 가지고 있는게 한국사가 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획일적인 관점의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전 김한규 교수나 임 교수 같은 사람들이 더 나와된다고 봅니다. 강정구나 지만원 같은 사람도 더 많아져야 되구요. 임교수 글을 보고 맘에 안들어하는 사람들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논문을 보면 이해 자체를 하기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저로서는 이런 인터뷰가 나올 수 있는 것만도 참 좋아보입니다. 중국 학자들도 전부가 내셔널리즘에 경도된 것은 아니거든요. 저희 지도교수님 같은 경우는 제게 대놓고 동북공정은 정치를 위해 역사가 서비스하는거다, 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말씀하시진 못하죠. 다른 교수님은 통사 수업을 하시다가 당의 고구려 침략 부분에 들어가서는 "이 부분은 말하고 싶지 않으니 너희들이 직접 사료를 읽고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넘어가시기도 했고요. 문제는 중국은 일당체제 국가이고, 사람들이 말하다가 조리돌림당한 과거도 있고, 그러니까 차마 말하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 나라에 단 한 사람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겠죠. :)
덧글
내셔널리즘에 내셔널리즘으로 대항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이유가 걸작이네요. 인민해방군이나 자위대를 이길 수 없으니 민족주의로 대항하는 건 아무 소용없다. 왠지 구한말에 일제의 침략 앞에서 도덕적 승리를 내세우며 아무 일도 안하고 주저 앉아 버렸던 유생들처럼 보이는 건 제 착각일까요?
민족주의를 우습게 보는 것도 좋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우습기도 하지만 전 저 임지현 교수도 논리를 전개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진 사람으로 밖에는 안 보입니다.
그리고 쇄미록을 무슨 의병장이 쓴 일기라고 말하고 있는데 쇄미록을 쓴 오희문이 언제부터 의병장이 된 겁니까.
"왜 안되느냐는 거죠?" --> 생각은 자유지.
무슨 학자라는 사람이 "웃긴다", "촌놈들" 이런 말을 하냐?
인민해방군, 자위대 --> 전쟁은 국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는 "상식"을 모른단 말인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자기 논리를 협박하다니.
주지하다시피, 이런 관점은 민족을 초역사적 실재로 바라보는 주류 사학과는 아예 뿌리부터 다른 것이다. <---- 한국 주류 사학이 민족을 초역사적 실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첫째, 신분제 사회에서 민족국가의 개념 성립이 가능한가?
둘째, 국사는 권력을 위해 봉사해 왔는가?
셋째, 일본-중국의 극우파와 한국의 민족주의자는 적대적 공범관계에 있는가?
넷째, 동아시아 역사에서 변경사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아젠다들입니다.
폴란드 관계에 대한 부분은... 임 교수 전공이 그곳이고, 저는 폴란드 역사는 모르는 관계로 뭐 딱히 드릴 말씀은 없군요.
그나저나 "셋째, 일본-중국의 극우파와 한국의 민족주의자는 적대적 공범관계에 있는가?" 보니까 김한규 교수님이 요동사의 내용이 한국에서도 출판이 어려웠고 중국에서도 발표가 어려우셨다고 하셨던게 떠오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