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의미 *..시........사..*



6.25가 김일성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강정구의 견해에 대한 의문 얼음칼님 블로그로 트랙백

얼음칼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은 남북의 통일이 목표가 아니라 남한의 적화, 즉 소련의 동구 침공처럼 공산주의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전단계로서 북조선이 공산주의의 전초기지였던 상황을,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의 전초기지가 되는 상황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게 목표였다는 건 상식이 아닌가?

여기서 왜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서로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지 알 것 같다.

<통일>이라는 용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면 통일이란 <나누어진 것들을 몰아 하나의 완전한 것으로 만듦>이라고 한다. 이 용어 안에는 아무런 가치도 이념도 들어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전체가 하나가 되면, 문자 그대로 統一이 되는 것이 아닌가? 북한이 원한 것은 적화통일이었다. 적화통일, 그것이 <한반도 전체가 공산주의의 전체기지>가 되는 거다.

얼음칼님은 이렇게 말하지만

6.25는 절대로 통일전쟁이 아니었다. 다만 동서냉전 시대의 비극적 상징인 이념전쟁이었을 뿐이다.

통일전쟁과 이념전쟁이라는 것은 서로 배척하는 관계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한국전쟁은 침략전쟁이며, 통일전쟁이며, 이념전쟁이었다. 전쟁이 발발한 시점에서 이 전쟁은 침략전쟁이었으며, 남한은 방어전을 펼쳐야 했다. 반격에 나서서 38선을 돌파하면서 남한에서도 이 전쟁은 북진통일전쟁이 되었다. 강정구 교수는 1950년 당시 유엔의 관점을 이용해서 북한이 국가가 아니었으므로 내전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은 독립된 정치결사체였으므로, 이것을 한 국가 안에서 벌어진 전쟁=내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전 문제는 국가보안법 문제에서도 크게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북한이 <국가>냐 아니냐는 어려운 문제와 연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전>이냐, 아니냐는 논쟁의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국가와 국가가 싸우는게 무슨 통일전쟁이냐고 말하면서 <내전>이기 때문에 통일전쟁이 될 수 있는 거라는 희한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보았는데, 그럼 후삼국이 각기 다른 나라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들끼리 싸운 거라고 해야 하겠는가?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자.

얼음칼님은 먼저 <통일>이라는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정의하셔야 할 것 같다. 분명 여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1. 적국의 완전한 타도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
2. 적국의 영토를 얼만간 탈취하려는 전쟁.


한국전쟁은 당연히 첫번째 전쟁에 해당한다. 전쟁은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폭력행위로 적의 완전한 무저항 상태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클라우제비츠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은 언제나 두 개의 살아있는 힘의 충돌이다. 따라서 우리들이 적을 완전히 타도하지 않는다면 적이 우리를 완전히 타도한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얼음칼님은 이렇게 말했다.

더 나아가 (이건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에 의한 통일만이 아니라 남에 의한 통일이라는 결과도 용인할 생각이 있었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미 전쟁을 벌인 이상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는 뜻인지? 저 부분이 왜 <통일전쟁>이라는 부분과 의미가 연결되는지 알지 못하겠다. 이 부분도 틀림없이 얼음칼님이 갖고 있는 <통일>이라는 개념을 내가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을 두고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좀 다른 이야기지만 아래 서누님에 대한 댓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강정구 교수의 <맥아더는 분단의 집달리였다>와 같은 글을 학문적 견해 표출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나는 좀 알쏭달쏭하다. 작가가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법관이 판결로 이야기하듯이, 학자는 논문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외의 것들도 모두 논문처럼 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추가>

글 써놓고 좌백님이 트백백한 글을 보았다. 좌백님이 바로 위의 문제에 대해서 나보다 명쾌하게 이야기한 것 같다.

덧글

  • 얼음칼 2005/10/14 12:00 #

    "북에 의한 통일만이 아니라 남에 의한 통일이라는 결과도 용인할 생각이 있었어야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문장 그대로의 간단한 의미입니다. 강정구가 주장하는 것처럼 "통일"이 지상의 목표였다면(저는 이 부분도 강정구에게 동의하지 안지만) 그 통일의 앞에 "북에 의한"이나 "남에 의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서는 안된다는 뜻이지요. 전쟁의 승패와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 얼음칼 2005/10/14 12:00 #

    그리고 통일의 의미 역시 저는 별로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념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김일성의 목적이 통일이 아니었다"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한반도의 적화통일은 "김일성의 목적"이 아니라 "한반도의 전초기지화의 결과"라는 의미지요. 이런 관점에서 통일전쟁과 이념전쟁은 서로 배척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 좌백 2005/10/14 13:22 #

    그런 부분까지 들어가면 그야말로 학술적인 문제가 될 듯한데요. 남침 준비 중 김일성이 모택동과 스탈린을 연달아 만나며 논의한 흔적을 보면 무영이 형 말씀대로 공산주의의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혐의가 짙죠. 미국도 그렇게 빠른 개입과 이후의 응전을 보면 자본주의의 방어선으로서 남한을 택했다는 짐작을 할 수 있고. 그렇게 보면 이념의 대리전으로서 읽히긴 하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의 대리전이면서 동시에 통일전쟁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요?
  • 좌백 2005/10/14 13:32 #

    초록불님 지적대로 통일을 뭔가 (한민족이 진정한 자주통일국가가 되어 세계 속에 우뚝 선다는 식으로) 이상적인 결과로 상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적화통일은 통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요. 물론 적화통일의 가능성이란 불쾌한 상상이긴 하죠. 사실 이번 강정구 교수의 주장이 보수층에게 주는 위협감과 불쾌감은 바로 그 부분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순수히 학술적인(이미 썼듯이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만) 주장이라고 해도 그 주장이 수긍되는 상황은 대단히 불쾌한 것이고, 현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정통성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 아닌가. 그러니 찬양고무에 해당된다. 이런 식의 논리가 가능할 수도 있겠죠.
  • 좌백 2005/10/14 13:37 #

    어쨌든 잘 모르는 분야라서 전 이쯤에서 발을 빼고...^^... 일전에 초록불님 댁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건 그냥 한 학자의 소신이 가져온 해프닝이 아니라 (이젠 정치권의 주요세력이 된) 80년대 NL 학생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운동'의 하나고, 그에 대한 보수단체의 분개는 역시 강정구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런 운동의 움직임에 대한 감지와 대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맥락이라는 글에서 진짜 하고싶었던 말이죠.
  • 얼음칼 2005/10/14 14:32 #

    음, 나는 네 얘기처럼 통일을 이상적인 결과로 상정한 적이 없었는데...

    내 표현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강정구가 주장한 통일전쟁이라는 용어야말로 그 맥락을 볼 때, 네가 표현한 것처럼 "이상적인 결과로서의 통일"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그 결과 사실을 왜곡했다는 이야기야.

    내 생각으로는 6.25 당시 김일성의 머리 속에는 "통일"이라는 개념은 없었다는 거지. 김일성의 머리에 있었던 개념은 "남조선의 해방"이었잖아. 그게 결과적으로 통일과 물리적인 경계가 일치할 지는 몰라도, 남조선의 해방을 위해서라면 일단 제주도 정도는 포기했을 지도 모르고, 남조선의 해방이 완수되면 일본 열도의 해방을 노렸을 지도 모르지.

    그런 관점에서는 절대로 "통일전쟁"이 아니라는 거고, "통일전쟁"이라는 주장은 진실의 왜곡이라는 이야기야.
  • 좌백 2005/10/14 14:57 #

    결과로서의 통일과 목적으로서의 통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건가요... 그러려면 북한이 남침한 목적이 해방+통일이었음을 증명해야 할텐데 지금까지 북한은 북침설을 주장하고 있으니, 즉 남침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니 증명할 수가 없겠군요. 난감한 문제입니다. (역시 여기서부턴 학술적인 영역)
  • 서산돼지 2005/10/14 15:18 #

    스탈린과 김일성 둘 다 전세계를 공산화할 전초기지로서 한반도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6.25전까지는 좀 어렵기는 했지만 38선을 오고갈 수 있었기 때문에 분단이라든가 통일이라는 개념이 6.25후 처럼 절실하게 사람들에 마음에 파고 들었을까 의심스럽구요
  • young026 2005/10/14 15:20 #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고 봅니다. 전면전 발발 시점에서 남북한이 독립된 정치결사체였다는 건 사실이지만 수 년 전까지 한국은 지속적인 공동체였고 분단 과정이 대다수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내전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국제전으로서의 성격을 띤 내전도 많은 예가 이미 있고요.
    한국전쟁이 내전으로 생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전쟁이 어정쩡하게(?) 끝났고 양 정권의 병립 상태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전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 아니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 Nairrti 2005/10/14 22:48 #

    문제는 해방 이후 남쪽이든 북쪽이든 서로 통일을 해야한다는 의지는 있었습니다. 남한도 이승만이 미국에 가서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한 것처럼) 여러가지 논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이승만도 끊임없이 북진을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쪽도 그랬구요.

    이것이 서로 누구에게든 통일이 되었다면, 미국이든 소련이든의 전초기지가 되는 건 당연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남한이든 북한이든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소련에 상당 부분 종속되어 있던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하구요.

    결정적인 문제는 남한과 북한이 모두 사상에 대해서 유연성이 없다는 겁니다.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요. 강정구 교수는 다소 과격하게 이런 내용들을 타파하겠다는 의도로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전반적인 취지는 이해해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런 사상의 경직은 언젠가 시간이 해결해야할 부분이라고 보구요. (일단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교체되어야 가능할 겁니다)
  • 초록불 2005/10/15 00:01 #

    Nairrti님 / 다른 이야기지만 게임에 대한 날카로우면서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종속이라는 문제는 쉽게 다루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로 하자면, 북한은 소련보다 중국에 더 얽매여 있었다고 보아야겠지요.

    저는 얼음칼님의 논리가 완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은 것 같군요. (물론 이해가 동의와 동일어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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