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과 이중재의 책에 대하여 2 (98/04/27) *..역........사..*



세 번째, 두 번째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만 정용석은 그렇다면 중
국은 어디 있었는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중국은 우리 역사
를 <동이전>에 넣었기 때문에 우리의 서쪽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삼국이 홀랑 중국을 들어먹으면 중국
은 고비사막에나 있어야 하는데, 중국의 사서들은 중국이 농경민족임을 증
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런데도 합리적인 설명이라고는 한
줄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주장을 <책>으로 낸 것입니다. 끔직한 비유
지만 이런 비유를 들어봅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마루에 사체가 놓여있습니다.
목격자가 말합니다.
"범인은 이 사람을 칼로 찌른 후 건넌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넘어서 달아났
습니다."
그러자 한사람이 나와서 말했습니다.
"건넌방에는 내가 앉아있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어."
그런데 목격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야, 건넌방은 비어 있었어."
그러자 건넌방에 있었다는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야, 내가 문을 열어줘서 네가 들어왔잖아. 그럼 난 어디 있었단 말야?"
"그건 내가 얘기할 성질의 것이 아냐. 아무튼 범인은 건넌방으로 들어가 창
문을 넘어서 달아났다니까!"
아무튼 둘 중의 한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용석의 논리인
것입니다.
반면에 이중재는 자신의 책에서 여기저기에다가 닥치는대로 중국 국가들을
만들어 둡니다.
즉 그들과 우리는 혼재해서 살은 것인데, 대개는 황하 하류의 일부에 설정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만든 사서에는 우리민족이 동쪽에 산다고 동이라고
불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중재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민족은 동이는 절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적, 서융, 남만에 대한 그들의 글은
모두 상상에 기초한 허구인 것입니다. 거짓말이다 이겁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말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많은 부분을 중국정사 동이전에 의거하고 있는데(물론 오
역으로 점철해서 의거하고 있습니다), 이 <중국정사>의 <동이전>이란 말 그
대로 <중국정사>의 부록인 것입니다. 중국정사에서 <동이전>이 차지하는 비
중은 극히 미미한 것입니다.
<사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사기>의 <조선열전>은 우리에게는 소중한 자료
입니다만 사기 전체로 보면 국역판 1256쪽 중 6쪽에 불과합니다. 이런 정도
의 비중뿐인 부록으로 본권을 몽땅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권이 몽땅 거짓말이라면 부록은 사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
까?(위의 비유를 혹 이해하지 못한 분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건넌방은 중국
이고 건넌방의 사람은 중국정사입니다. 중국정사가 부록으로 달고 있는 것
이 목격자인 것입니다. 중국정사가 문을 열어서 들어온 목격자가 건넌방에
사람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비슷한 분량의 다른 북, 서.
남쪽의 이민족에 대한 기록은 생판 거짓말이지만 우리 기록은 사실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노릇일까요?
또 여기서 정용석이나 이중재가 본권이 거짓말이라는 말을 언제 했느냐라고
하실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진수의 <삼국지>를 예로 들어
봅시다.

자, 제가 지금 펼친 부분은 국역본 오서 1의 142쪽입니다.

반부인전 / 반부인은 회계군 구장사람이다. 그녀의 부친은 지위가 낮은 관
리였는데 법을 범하여 사형당했다...

이중재나 정용석을 따르면 벌써 거짓말입니다. 중국의 회계 땅은 당시 신라
의 영토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회계는 중국의 동쪽 끝입니다. 이곳에 중국
의 국가가 있다면 동쪽에 사는 오랑캐라고 동이라 불린 우리민족은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 따라서 위의 글은 당연히 거짓입니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책에서 우리에게 유리해 보이면 진실이 되고, 우리에게 불리해 보이면 거짓
이 되는 묘한 게임이 이 두사람의 책에는 들어 있습니다.(혹시라도 반부인
에 대해서 궁금해 하실 분이 있을까봐 말씀드립니다. 반부인은 손권의 후궁
입니다)

100분의 1도 안되는 부분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 100분의 99가 거짓이어야
하는데, 문제는 100분의99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그 100분의 1도 썼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용석과 이중재의 논리입니다. 여기서 이런 가정을 세워
서 말씀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회계군은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회계군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회계군인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지금의 회계군과 혼동되어
서 우리에게 잘못 전해진 것 뿐이다. 마치 우리가 한반도에 삼국이 있었다
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역시 이것은 같은 문제입니다. 중국은 대체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그 수많은 군현들이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
다. 더구나 다음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각 장소에 삼국시대(위촉오)의 전설
과 지명 연결의 작업을 누군가 했던 것인데, 이런 방대한 작업이 어떻게 이
루어질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이런 글은 후대에 가필되어 왜곡된 것일까
요? 그런 것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
각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역사책들이 그런 식으로 후대에 왜곡된 것이라
면 거기에 적혀있는 동이전만은 진실을 전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때는 우리는 역사책이라고 전해내려오는 것은 믿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불어 중국에서 출토된 중국 유적/유물들 중 14세기까지의 유물들은 대부
분 중국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설명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해석밖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나는 출토 추정 시기가 맞다면 그것이 삼국이나 고
려의 유물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출토시기 추정을 잘못했다는 것입니
다. 이렇게 하여 지금까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중국 문화사의 태반은 거짓
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의 유수한 학자들이 다 이렇게 커다란과오를 범하
고도 이것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말에 대하여 세계의 유수한 학자
운운하면서 기존의 권위에 깃대어 부당한 압박을 가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조금 성급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엄청
난 결과를 가져오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는 일체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는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이
두사람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지 잘 보여주는 단면입니다.(비꼬는 말을 싫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높은지>는 <낮은지>로 바꾸어도 무방하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네 번째, <삼국재중국설>은 우리 조상들은 바보였다는 대단한 증거입니다.
우리 조상이 바보였다는 증거는 이 설에 의해서 다음과 같이 증명됩니다.

1. 중국대륙을 모두 잃고 한반도로 쫓겨 들어왔는데 이에 비분강개해서
이것을 역사적 사실로 남긴 사람이 하나도 없는 바보 멍텅구리다.
2. 한반도의 곳곳에 엉터리 사적을 만드느라 무지막지한 노역을 했음에

이에 항거 한 번 한적이 없는 바보들이다.
3. 곳곳에 새로 만든 전설, 유적들을 옛날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말해주자마자 몽땅 믿어버려서 의심의 글을 한줄 남겨놓은 사람이
없는 바보들이다.
4. 한반도로 이주해서 조금만 지나자 중국땅에 살았던 것을 모두 잊어버

만큼 바보천치다.

여기서 또 이의를 제기하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 조선시대에 왕명은 지엄한 것이었는데, 왕명으로 정하면 따라야지
무슨 글을 남겨놓을 수가 있었겠어?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판에.
이렇게 말씀하지는 말아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스스로 조상들을 욕되게 하는데 위의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게 두려워서 이런 엄청난 엑소더스가 기록이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
떻게 이시애의 난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또 어떻게 중종반정이라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우리 민족이 그렇게 권력에 쩔쩔매고 꼼짝도 못했다고 생각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일제 강점기에도 타민족의 살인정권아래서도 독립운
동을 한 분들이 있습니다. 기관총을 가진 적들에게 화승총을 가지고 덤빈
의병들이 있었습니다. (정용석은 이 의병들을 폭도요, 반란군이라고 매도합
니다.)
불과 500년 전에 전 민족이 지금 살고 있는 땅의 몇십배가 되는 땅을 잃어
버리고 쪼그라 들었는데, 그 사실을 이렇게 완벽하게 까먹을수가 있을까요?
이런 집단 기억상실증이 가능할까요?
더군다나 한반도로 들어와서는 각종 유물들을 배치하고 만들기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아무도, 어느 조상도 잃어버린 중원 땅에 대해서 한마디 아쉬움도, 분노도,
수복의 기원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이 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내야 하는 것 역시 물론 당연한 노릇이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저는 역시 <무책임>하다고 말합니다.

이중재는 이성계가 역모를 꾀해서 고려의 신하들을 주살하기 싫어서 한반도
로 옮겨왔다고 말합니다. 중국 땅에 그득히 넘쳐살던 백성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순식간에 중국인으로 동화되었던 모양입니다. 더구나 이중재는 조
선이 다시 한번 개성으로 천도한 바 있다는 것은 아예 모르는 모양입니다.
(이중재의 개성은 물론 중국땅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양은 지금의 서울로
똑같다고 합니다) 아무튼 중국은 그때로부터 역사를 왜곡할 시간이 불과
250년도 안됩니다. 명이 존속한 기간이 그정도인데, 줄기차게 명이 해나갔
어도 그 기간 동안에 모든 사람에게 기억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을까요? 이
게 가능하다고 믿으시는 분들이 이 세상에는 있다는 것, 저는 알고 있습니
다.

다섯 번째, 역사를 숨기고자 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왜, 어떤 목적으로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자, 우리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느날 중국에 살던 사람들이 순순히 물러나
그 넓은 땅을 내주고 한반도로 이주를 해와서는 옛날 옛적의 역사를 이 낯
선 땅에 마구 갖다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을 중국 땅에서
는 중국 땅을 새로이 접수한 한족이 자기네 옛날 역사를 새 땅에다가 마구
대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입 과정에 대해서는 양국가,
양국민이 모두 시치미를 뚝 떼고 옛날부터 그랬다는 식으로 아무 소리를 안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백번을 후퇴해서 생각해서 우리 조상들은 땅을 잃고 좁은 곳으로 들어온 게
창피해서, 혹은 대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알랑방구를 뀌었다고 합시다.
그럼 도대체 중국인들은 뭐가 아쉬워서 그 넓은 땅을 차지하고 이민족을 몰
아낸 기록을 몽땅 은폐하고 아무 소리도 하지않게 하고, 자기 조상들이 살
던 땅의 기록은 모두 말살하고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역사 날조를 했던
것일까요?
그런데 거기에 발맞춰서 어떻게 대운하의 기록이 있는 곳에 대운하가 있고,
만리장성의 기록이 있는 곳에 만리장성이 있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적벽대
전이 일어난 곳에 적벽은 어떻게 있을 수 있었고 잔도와 촉으로 가는 길들
은 어떻게 이렇게도 교묘하게 맞춰놓을 수 있었을까요? 인류의 모든 불가사
의를 가져와봐도 중국이 자기네 땅에 구축해 놓은 이 불가사의를 따라잡을
것은 없을 것입니다.(딱 한가지 있습니다. 조선이 조선 땅에다가 심어놓은
고대국가의 유물 유적과 전설이 그것입니다. 중국보다 규모야 작지만 오로
지 이 업적만이 중국의 업적에 필적할 수 있습니다)

자, 생각해 보세요. 명은 얼마 후에 청나라한테 멸망합니다. 그런데 청은
어떤 이들은 우리와 한민족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족속들인데, 왜 명이 대
륙을 차지한 역사를 이어받아서 함께 뜯어고치느라 난리를 친 걸까요? 그럴
바에는 자기들이 본래 대륙에 살았다고 역사를 고치지, 이민족인 한족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고증학>이라는 학문을 만들어 그렇게 고증을 해
주었단 말입니까? 가뜩이나 통치하기도 어려운 이민족에게 이땅은 수천년간
너희 한족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라고 자꾸 거짓말을 고취시켜줬단 말입니
까?

또한 생각해보세요. 이중재나 정용석은 식민사학자들이 역사의 진실을 감추
고 은폐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왜곡은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넘어가기 훨씬 이전부터 감행되어온 것입니다. 이런 왜곡에는 식민사학자들
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조선왕조
가 내내 왜곡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왕조의 학자들이 식민사학자
일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제 생각과는 달리 이렇게 항변하실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사람들의 글은 이제 시작된 것이다. 아직 미숙한 점도 있을 수 있고,
틀린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지금의 지동설과 같은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 의식과 신선한 사고를 무조건 기존의 시각으로 막
고 틀린 점만 찾아내서 반박한다면 학문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앞
으로 시간이 지나면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당신이 말하는 문제점에 대한 보
완도 가능해질 것이고, 이론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처음 나오는 것이 어
떻게 완전할 수 있는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이중재와 정용석의 책을 보호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앞으로의 발전은 이럴 것이라는 가정까지 세워가며 가설
들을 보호해 줄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가혹한 비판을 견뎌내지 못하는 가
설은 폐기되는 것입니다. 그리스의 놀라운 가설들이 수세기 동안 폐기되어
있던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정용석의 가설을 발전시키고 보완시키고자 생
각한다면 그렇게 노력하십시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비판의 회초리를 유보하라든가, 감하라고 말한다면 그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지금껏 제가 없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 있습니까? 비
합리적인 비약을 시도한 것이 있습니까? 제가 제기하는 의문이 부당한 것입
니까? 정용석과 이중재는 이런 일을 하였습니까?

여기서 정용석이나 이중재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분들을 위해 사족을 붙
입니다. 본인들이 그렇게 기존의 독법과는 영판 다른 한문해독을 하면서도
어떤 문법적 논리에 의거해서 그렇게 해석하는지, 기존의 해석이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말도 없습니다.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원래
그 해석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그 책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
가 써 온 글을 읽으신 분들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글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생각하며 다시 그에 대해서
답변해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제 사고의 범위를 벗
어나는 반론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용석과 이중재의 책은 당연
칙의 법칙만 있는 것처럼 일방통행입니다. 역사학계의 글이란 식민사학자들
의 집단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듯이 작성된 이들의
책에 대하여 당신은 너무나 많은 것을 배려하며 글을 썼다라고 말씀하실 분
도 틀림없이 계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지적한 다섯가지를 알기 쉽게 정리해 봅니다.

1, 사료의 오독문제
2. 한반도의 유물문제
3. 중국 국가들의 위치와 유물 문제
4. 한반도 이주에 대한 기록 문제
5. 역사 왜곡의 주체와 의도문제

이렇게 다섯가지입니다. 이 문제들은 정용석과 이중재가 자신의 책에서 다
루지 않고 있거나 아전인수격으로 조금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렇게 주장하실 분이 있습니다.
- 그러나 정용석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삼국이 한반도에 없었다고 증명
을 했다. 이 증명은 과학에 의거한 것인만큼 정확한 것이다. 위의 문제는
연구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증명된 것을 위의 문제가 있다
고 폐기하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언급하게 되면 다시 처음에 제가 해오던 일로 돌아갑니다. 저
는 이문제에 대하여 얼마든지 해줄 이야기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따로 정
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이미 충분히 길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문제를 말씀드립니다.

정용석의 주장이라는 것은 자기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골라서 자기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조종한 것 뿐입니다. 이에 맞춰서 그 부분만을 해명하려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다른 증거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그 상황에 매몰되게 됩
니다.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반박의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이렇게 표피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한꺼풀 아래 들어있는
부분을 공격한 글이 지금의 제 글입니다.

그러니 정용석이나 이중재의 주장을 따르시는 분들은 저의 다섯가지 문제제
기를 깊이 생각하시고, 그것을 보완하도록 노력하세요. 그렇게 되어서 확고
부동한 결론을 내려준다면 저라고 그 주장을 안따를 이유가 없습니다.(저는
언제나 진리에 순종하라는 모교의 교훈을 따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인내심이 많이 닳은 분들이 계실 것 같지만 끝내 이말
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정말 썰렁한 것인가하는 점입니다.
아, 저는 분명히 말합니다. 썰렁한 것은 우리들이라고.
우리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일본이 세계역사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단연코 말하지만 하나도 없습
니다. 19세기말에 들어올때까지는 말이지요.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역사를 공부하고, 일본의 문화를 탐구합니다. 왜 그럽니까? 왜 그런
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이 오늘날 주목받는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제의 한축으로
세계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또한 세계 제2차대전을 통해 그 위험성을 충
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들이 누군지, 이들이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이
들의 사고방식은 어떤 것인지가 궁금해져서 이들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우리, 미국을 생각해 봅시다. 인디언의 역사가 있었을 것입니다만 아는 분
이 계십니까? 이 나라에는 피라밋도 없고, 만리장성도 없습니다. 그러나 미
국의 역사는 너무 잘알려져서 여러분들 중 링컨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
을 정도인 것입니다. 문화유산이 있어서 미국이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닙니
다. 역시 미국이 세계를 끌고 가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그렇지만
사실 미국의 역사를 한번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30분 이상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자, 앞에서 피라밋이 나왔기 때문에 여러분 중에는 피라밋의 이집트나 마야
문명의 페루는 현재에 뭐 중뿔난게 있다고 이렇게 알려졌느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현대 페루사나 현대 이집트사를 얼마나 아는게 있는지 가
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들은 현대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닙
니다.
그러면 다시 여러분은 그들은 고대의 찬란한 영광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우
리는 뭐냐고 말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제가 이렇게 여쭙고 싶습니다.
그렇게 주목받는 나라를 몇 개나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한사동 회원분들은
좀 다르겠지만 10개 이상 꼽으실 수 있는 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
각합니다. 그런데 세계에는200에 가까운 나라들이 있는 것입니다. 유럽의
국가들은 선진국으로 한몫들 하고 있습니다만 벨기에의 역사를 이야기해보
자 하면, 또는 노르웨이의 역사를 이야기해보자 하면 몇가지 이야기나 나올
까요?
역사는 현재를 탑니다. 우리가 세계 제1의 대국이라면 세계는 우리의 역사
를 알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이고,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는 우리나라의 역
사가 당당히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대에 우리 조상들이 남긴 것이 더 훌륭했다면 이집트처럼
우리도 알려졌을 것이다, 이것은 당신도 인정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사실은
우리나라 조상들은 중국땅을 홀랑 다 먹어치운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증명하는데 당신은 왜 자꾸만 초치는 이야기만 하느냐고 말하실 분
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한다면 첫 번째로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지 못한 여러분과
나의 책임이며, 두 번째로는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제 양심의 문제인
것이겠지요.
저는 경주 황룡사지를 좋아하는데, 땅속에서 나온 황룡사의 각종 증거물을
보고도 여기에 황룡사는 없었다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고, 공주의 무녕왕릉
을 좋아하는데, 거기서 묘지명에 무녕왕의 무덤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산에 누군가가 진흥왕 순수비를 갖다놓
았다고 믿을 수가 없고, 빨래터에 댓돌로 쓰인 비석에서 신라시대 고문이
나오는 현실을 누군가가 조작해 놓았다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땅을 한자만
파고들어가면 나오는 각종 유적지가 들어찬 경주가 신라의 수도가 아니라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상들이 남긴 글을 보면 가령 조선이 한
반도에 있었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니까요, 이것을 토대로 보면 실
학의 시대에 쓰여진 그 많은 책들이 모두 이런 조작에 휘말려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있습니까? 아울러 세종실록지리지와 같은 훌륭한 책이 모두 다
날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다시 여기서 저보고 논리를 비약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면 세종실록지리지를 편찬할때는 조선이 그들의 논리
를 따르면 한세대밖에 이곳에서 생활하지 않은 때입니다. 그런 때에 신라
수도는 경상도 경주라고 쓴 책은 당연히 거짓말 책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
튼 국가가 맘먹고 사기를 쳤다 이겁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마는군요. 이 문제는 위에서
신물이 나도록 한 것이니까 재론하지 않아야 옳은 것인데...
다시 제 이야기에 대한 반론으로 돌아온다면 저는 초치는 이야기를 하는 것
도 아니고, 삼국을 축소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도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과 저는 역사를 보는 눈이 다르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다른 것입니다. 저는 있는 사실 그대로 우리 역사를 사랑하고 내가 딛고 있
는 이 땅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것부터 사랑하여 이것을 가능한한
보편적인 인류애로 만들어보고 싶어합니다. 내가 내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
에 길거리의 아이들을 사랑하며, 내가 내 부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이
웃의 노인들을 공경합니다. 여기서 날카로운 분들은 당신이 당신의 품성을
자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것이 학문의 엄정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
고 따지실 분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제 이야기
를 조금만 더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서 말한 그런 모순으로 점철된 이론(사실 이론이란 말도 제 생각에
는 과합니다만)을 믿어줄수도 따라줄수도 없습니다. 제가 제기한 제 문제를
모두 풀어낸다면물론 저는 그 사실을 인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런 것은 종교도 신앙도 아닙니다.
종교나 신앙이라면 궁극적인 이성의 질문에 대해 끝내는 믿지 않는자, 알
수 없도다라고 말하게 되면서 논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문제는 믿느냐, 안믿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이냐, 거짓이냐
의 문제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려면 증거를 대야 하는
것이고, 한점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대체로 의문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