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후 조선은 왜 멸망하지 않았는가? *..역........사..*



의외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임진왜란 후에 조선이 왜 멸망하지 않았을까? 그때 새 왕조가 세워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먼저, 한국사에서 왕조란 지배세력의 교체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알고보면 한국사의 왕조는 몇 개 되지도 않는다.

고조선이 위만조선으로 넘어간 과정이나,
신라가 고려로 넘어간 과정,
고려가 조선으로 넘어간 과정을 생각해 보자.

고조선의 경우는 위만 세력이 왕검성을 공격하여 멸망했다. 이런 사실은 역사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위만은 누구인가? 그는 연나라 고위 관료인 망명객이다.
그의 지지 세력은 누구였는가? 연, 제 등에서 망명해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발달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그 문화를 토대로 한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었다.

신라의 멸망은 어떠했는가?
흔히 신라의 말년에 이르면 조세 수취 제도의 붕괴라든가, 폭정 같은 것만 떠올린다.
조세 수취 제도가 붕괴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앙정부로 들어올 세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 농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악덕 지주 같은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아예 죽여버리는 바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물론 농민들은 억울하게 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죽지 않을만큼의 양식만 남기고는 다 빼앗기는 실정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빼앗아온 부를 바탕으로 군웅들이 할거하게 되는 것이다. 돈이 있어야 병사를 거느릴 수 있다.
그것은 그저 중앙의 부가 지방으로 나뉘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방의 부가 증가하여 중앙의 부를 넘어섰다는 의미기도 하다.

조선의 건국은 어떠했는가?
고려말에 비약적인 생산력의 증가가 있었음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한 지방세력의 성장은 신진유학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신흥 군벌과 손을 잡고 고려왕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위 세가지 예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왕조가 다른 왕조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생산력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쉽게 말하면 돈 없이는 새 왕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_-;;)

임진왜란 후, 조선의 생산력은 급감했다. 새로운 활기가 없는 상태. 새 왕조가 탄생할 부가 없었던 것이다.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하여 추가 설명.

생산력의 증대와 왕조의 교체는 일대일 대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세종대왕에서 연산군에 이르는 동안 일어난 조선 전기의 비약적 발전으로 왕조가 뒤집혀야 했겠죠. 수취체계의 붕괴로 인한 사회 갈등의 심화 과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사회의 패러다임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또한 위의 설명은 전 자본주의 사회, 경제가 일국 단위로 움직이며 설명이 가능한 사회에 적용되는 룰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시대에는 일국의 경제력 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근본적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는 너무 방대하므로 무책임하게 건너 뜁니다.

덧글

  • 孤藍居士 2006/02/11 10:29 #

    이덕일류의 주장이지요. 김영규도 비슷한 소릴 했고.
  • 페로페로 2006/02/11 10:32 #

    부의 유무로만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요? 물론 부라는 것이 정권 교체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야 하겠지만 임란이후 조선왕조가 멸망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치밀하게 짜여진 정치권력에 있다고 봅니다.

    선조는 전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사실상 많은 오류를 범하기는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정치력은 쓸만했죠 임란이후 선조의 행보는 마치 건국시기의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바로 "토사구팽" 말이지요. 임란으로 인해 떠오른 신흥 세력들을 모두 역모나 다른 이유를 붙여 끌어내리는데 자신의 전력을 다합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세력을 이끌만한 지도자는 나타나지 못했다고 보여집니다. 조선이란 나라가 임란 이전부터 극심한 혼란속에 상하질서의 붕괴가 일어나는 경우였다면 아마도 조선이 버티질 못하겠지만 근 200년간 별다른 혼란없이 기존의 질서를 탄탄히 굳혀 왔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세력을 이끌 사람은 국민적 공감을 얻을만한 전쟁영웅들 정도겠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죠.
  • 초록불 2006/02/11 10:42 #

    고람거사님 / 이덕일이 이런 주장을 했나요? (이덕일 좋아하지 않습니다...-_-;;) 저는 본래 근세사에는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의 기초는 맑스에게 있는 것이라서...(복잡한 부분의 이야기는 생략)

    페로페로님 / 제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력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서요. 세력이 없으니 지도자도 없는 거죠. 이 부분에서는 홍경래의 난이나 진주민란의 성격을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먼산...
  • 孤藍居士 2006/02/11 10:57 #

    아니, "임진왜란 후에 조선이 왜 멸망하지 않았을까? 그때 새 왕조가 세워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말입니다.
  • 초록불 2006/02/11 11:26 #

    고람거사님 / 그랬군요. 그 덕분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늘어난 모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루드라 2006/02/11 11:59 #

    "임진왜란 후에 조선이 왜 멸망하지 않았을까? 그때 새 왕조가 세워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주장을 전 김용옥의 글에서 처음 봤습니다. 대략 80년대 중반 경으로 생각됩니다. 한때는 저도 저렇게 주장했었거든요. 물론 90년대 들어와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 찬별 2006/02/11 12:25 #

    저는 강만길의 한국 근대사에서 처음 봤습니다.
  • joyce 2006/02/11 13:26 #

    돈이 없으니 신장개업도 못한다... 어쩌면 자명한 이야기지요.
    <왜란 이후... 새왕조...좋았을 것이다>는 진지한 주장이라기보다는 그냥 한탄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
  • 초록불 2006/02/11 13:27 #

    joyce님 / 원츄! 입니다...^^;; 돈이 없으니 신장개업도 못한다는 표현 다음에 꼭 써먹겠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 joyce 2006/02/11 14:24 #

    초록불 님/ 마지막 줄에 요약 다 해주시구선^^;;
  • 듀란달 2006/02/11 15:31 #

    새왕조가 나온다는건 기존의 왕조가 정치,경제,군사, 문화등의 유지능력과 대의명분이 없을때가 많은데, 조선은 그 어떤것도 망할 수준으로 부족하진 않았습니다. 명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부족분을 유지했습니다. 또한 대의명분에서 왕조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성리학 사상에서의 지식인들은 새로운왕조를 만들만한 의지가 약했다고 생각됩니다. (구한말 의병군대가 서울로 진격하나 일본의 사주를 받은 왕명에 의해서 자진 해산한 사건-이름이 기억안남 죄송-에서도 알수 있죠. 시대적 사고와 대의명분은 중요합니다.) 왕조가 잘못해서 발생한 임진왜란이 아니라 생각했다는거죠. 경제력이야 당연히 전쟁후에는 격감하는것이고, 그부분을 커버 하지 못하면, 1차 세계대전후 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같은 현상이 발생하여 새로운 사고(파시즘과 공산주의)들이 부딛치고 승리한 사고로 진행되는경향이 큰것이라 생각됩니다.
    조선에서 사고체계를 보면 여전히 성리학이 유지되었고 왕권을 앞세운 선조가 강압정치를 했으며, 영정조 시대에 충분히 안정화가 되어서 유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런 병자호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지만요 제외 하였음)
  • 듀란달 2006/02/11 15:42 #

    정리를 하자면, 고려의 귀족정치와 불교 사상의 대안으로 성리학이 지도 이념인것처럼 현대에서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한거 처럼. 경제를 기반으로 이념(정신)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어한다는것이죠.
    물런 이점은 새로운 왕이나 새로운지도자의 사고와 연계가 있을때 이야기 입니다.

    줄이면 '돈있는 부자도 새로 사업을 할 생각이 없다면 신장개업이 없다' 뭐 그런 ^ ^;;;

    - 저는 을래 입니다 - 병규가 블로그 보는거 보다가 한자 적습니다.
  • Prometeus 2006/02/11 18:36 #

    생산력의 문제로 국한시키기에는 지나치게 큰 문제로 보입니다.
  • 한도사 2006/02/11 19:01 #

    생산력만의 문제로 보기엔 다른 변수가 많이 있겠지요. 생산력이 왕조몰락의 유일한 원인이라면,북한은 몇년전에 벌써 망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저꼴로 계속 버틸 수 있는 원인에도 경제력이외의 다른 요인이 있을거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왕조가 몰락하고 새로 세워지는데에 생산력이라는 변수가 매우 중요하다는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현재 북한이 무너지는데에 경제가 제일 중요한 동인이듯이 말입니다.
  • 초록불 2006/02/11 19:03 #

    Prometeus님 / 확실히 큰 문제지요. 이것은 사실은 역사가 무엇으로 발전하는가라는 문제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그러나 근본적인 동인이 없었다는 점에서 제 견해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논문 수십개가 나올만한 이야기를 저렇게 간단히 취급했으니 불만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 초록불 2006/02/11 19:05 #

    한도사님 / 생산력이 왕조 몰락의 요인이라고 이야기 한 것이 아닙니다. 생산력이 새로운 지배세력의 등장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한 것이죠. 저도 말씀하신대로 생각합니다.
  • 초록불 2006/02/11 19:05 #

    을래 / 니 블로그는 어쩌고 남의 아이디로 들어와서 글 쓰고 가는 거냐...-_-;;
  • 쟈칼 2006/11/02 01:31 #

    재밌는 글이네요^^ 유물론에 기초한.. (괜히 아는척 ㅡㅡ:ㅎㅎ)
    -검색으로 찾아 들어온 어느 나그네-
  • 초록불 2006/11/02 01:33 #

    쟈칼님 / 반갑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google_myblogSearch_side

orumi.egloos.com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