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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불감증
어딘가가 대단히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듣는다.

그런 설명에는 감동적이라느니, 감명적이라느니 하는 소리가 [맛의 달인]에서 음식 설명하듯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어느 산 정상에 서니 탁트인 시야에, 하늘에, 기암괴석에... 운운.
어느 바닷가에 갔더니 파도에, 일출에, 월광에... 운운.
어느 계곡에 갔더니 물소리에, 녹음에, 풀벌레 소리에... 운운.

나는 그런 것에 별로 감명을 받지 않는다.
어려서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감명받는 듯하니 따라서 억지로 감명을 받아보려고 노력했다.
(마치 모두 최면술에 걸린 척하는 바람에 자신도 걸린 척 따라해야 한 어떤 연예인처럼...)

그러나 결국 체면의 껍데기를 버리고나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런 것에는 감명받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아내가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라고 말해도, "응."이라고만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는 것은 여건만 된다면야 사양할 일이 아니다.
여행을 다니면서는 사람들을 보니까.
나는 사람들이 재밌고, 사람들에게 감명을 받는다.

"어차피 구경 나가면 사람들 바글바글하니까 그게 그거 아니야?"

당연히 아니다. 그 안에는 이야기가 없으니까.

내가 확실히 이런 쪽으로 불감증이라 느낀 것은 골프를 배웠을 때다.
골프라는 운동은 대체로 한번 시작하면 다들 재밌다고 하는 운동이다. (안 그런 사람을 아직 못봤다. 나만 빼고...)
한번은 물어보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게 만드는가요?"
"늘 답답한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하고, 빌딩으로 둘러싸인 꽉막힌 도시를 떠나 탁 트인 녹색 풀밭에 서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지요."

글쎄... 난 홀스를 먹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긴 하던데...

물론 평소 못보던 낯선, 기묘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야 좋지. 하지만 그것이 감동이나, 감명이라고 이야기할 수준은 안 되더라는,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 (봄날 꽃구경 가는 심리 같은 거 잘 이해 안 된다. 가봐야 사람이 더 많은 것을...)
by 초록불 | 2006/04/13 13:09 | *..만........상..* | 트랙백(4) | 핑백(1) | 덧글(8)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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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초록불의 잡학다식 : 가족이야.. at 2008/04/13 18:48

... 구경불감증 [클릭]</a> 참조) 그리고 시간에 맞춰 경주로 출발. 중부 내륙을 타고 휴게소에서 놀탱놀탱 하면서 5시간 만에 경주에 도착했다. 경주에 도착하기 전에 경주 작가가 "목요일날 비와서 벚꽃 다 떨어졌어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내 입이 댓발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는 놀토가 아니었으니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벚꽃 다 떨어진 상황이 이랬던 것이다! 우리 다 낚인 건가? 그러나 당사자는 이 정도는 ... more

Commented by 페로페로 at 2006/04/13 13:15
공감. 주말의 공원은 환경보다 사람 구경이 더 많고 그나마 봐서 즐겁지 못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차라리 남이 모르는 나만의 공간을 찾아 다니는 쪽이 더 즐겁고 행복합니다. 뭐가 좋다고 한번 방송이라도 나오면 버글버글한 사람들 탓아 정작 고생만 죽도록 하고 제대로 된 것은 겪지도 못하고.

맛집도 마찬가지 솔직히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배고플때 먹는 음식이라는 진리도 있는 것처럼 정작 그 고생해서 찾아간 맛집이란 것이 사람은 넘쳐나서 기다려야 하고 주인은 불친절의 대명사로 변해 버려있고 차분히 먹고 이야기라도 할손치면 주변에서 걸어오는 눈치라는 태클들 때문에 정작 음식을 먹는지 그릇을 먹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

과연 이것이 어떻게 맛집이고 어떻게 멋진 공간이라는 것인지. 골프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비싼 회원권으로 혼자 라운딩을 즐기는 거라면 모르지만 값싼(?) 서민 회원권으로 바로 앞에도 사람 뒤에도 사람... 날아오는 골프공이 무서울 정도인 골프가 과연 즐거운 골프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at 2006/04/13 13: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harkman at 2006/04/13 14:40
내가 보고 관찰할 목적으로 나갔을 때의 사람들의 북적거림은 즐겁죠.
그런 의도가 전혀 없을 경우의 북적거림은 다만 불쾌감만 유발할 뿐.
Commented by sharkman at 2006/04/13 14:40
골프, 무지하게 재미있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서 화면을 보면 즐길 때는...
Commented by 달아난사람 at 2006/04/14 11:29
여러번 왔는데, 처음으로 댓글 남기는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그 안에는 이야기가 없으니까.'를 읽고 미소를 지었어요. 저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구경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은 매우 싫어합니다. 그럼 그들이 더이상은 저게 '사람들'이 아니게 되니까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4/14 11:50
달아난사람님 /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치오네 at 2006/04/14 23:38
오오,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_<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6/04/15 00:11
치오네님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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