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의 진실 *..역........사..*



고려장에 대해서 물어보면 조금 아는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 부모님이 늙어서 기운이 없어지면 산에 버리고 오는 걸 말하는 거야.

조금 더 아는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 그건 우리 풍습이 아니야. 본래 불교경전인 [잡보장경(雜寶藏經)]의 기로국(棄老國) 이야기인데, 그것이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그 나라 실정에 맞게 변형된 거야. 중국에도 [효자전(孝子傳)]이라는 책에 원곡(原穀)이라는 사람 이야기로 똑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몽골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해.

그리고 많이 아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그게 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애들이 우리 민족을 비하하려고 만든 거야. 일본 도굴꾼들이 도굴을 위해서 만든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어. 1926년에 심의린(沈宜麟)이라는 교사가 [조선동화대집(朝鮮童話大集)](한성도서주식회사 간행)에 [노부(老父)를 내다버린 자]라는 제목으로 고려장 이야기를 수록했지. 1939년 이병도가 지은 [국사대관]에 고려장이 실려있지만 그 전에는 고려장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그런데 위의 말은 진실은 아니다.

1882년에 나온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에는 고려장이 Ko-rai-chang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설명에는 "고려장(Ko-rai-chang)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세한 내용은 충분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노인을 산 채로 묻어버리는 풍습이었다."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조선왕조가 들어서서 이 악습을 폐지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그외에도 [대한매일신보] 1908년 11월11일치에 고려장과 관련된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의 내용은 [한겨레신문] ‘고려장은 없었다’에 대한 약간 다른 생각 [클릭]를 참고하세요.)

물론 저런 전설이 전해지는 것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호랑이가 정말 담배를 피우고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사서들을 뒤져보아도 기로풍습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국유사]에 늙은 부모를 잘 모시고자 자기 아이를 파묻으려 한 손순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고려장 이야기는 불경에서 비롯되어 동아시아 각국으로 전파되면서 토착설화화 하였으며, 효를 강조하는 그 성격 때문에 마치 실제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정리하는 것이 옳겠다.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도 기로전설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다.)

고려장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해소되셨길 바란다.



[추가]
근일에 서프라이즈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고려장을 다루면서, 이것이 일본인들이 무덤을 도굴하기 위해 퍼뜨린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거는 나오지 않고, 부모를 버린 사람 무덤이니까 파도 된다고 조선인을 속여서 무덤을 파헤치게 했다는 주장만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 정말 속아넘어갔다면 그거야말로 서글픈 이야기가 되겠다. 미약한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대한매일신보> 1908년 11월 11일자 기사인데,
<고려장 굴총> 서도西道에서 온 사람들의 말을 들은즉 근일에 일인들이 고려장을 파고 사기를 내어가는 고로 온전한 고총古塚이 없다더라.

저기서 "사기"라는 것은 도자기, 즉 청자와 백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실제로 이때부터 개성 주변의 고려 고분들이 대거 도굴 당했다. 여기서 "고려장"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잘 보자. "고려장"은 노인을 산속에 버리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무덤을 가리키는 용어일 수가 없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분명히 무덤의 이름으로 고려장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프라이즈에서는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려장이란 "고려장을 지낸 사람의 무덤"이라는 뜻이 되어버린다. 내가 아는 한 고려장이 이런 뜻으로 쓰인 적은 없다. 또한 저런 이야기를 일본인들이 도굴을 위해서 했다는 자료도 본 적이 없다.

위 화면을 보면 "기로" 즉 늙은 부모를 내다버렸다는 고려장이 "생매장"으로 둔갑했음도 알 수 있다. 대체 왜 이런 묘사를 했는지 능히 짐작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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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URUMI 2006/06/28 05:52 #

    크게 배우고 갑니다.
  • 징소리 2006/06/28 09:18 #

    일본 영화 가운데 보면 고려장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 일본에도 고려장과 같은 설화(?)가 내려오는건가요?
  • luxferre 2006/06/28 10:45 #

    식량난때문에 생겼던 풍습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것이었나요...
  • 초록불 2006/06/28 11:27 #

    징소리님 / [나라야마 부시코]군요. 일본에도 기로 전설이 전해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언에일리언 2006/06/28 11:48 #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 초록불 2006/06/28 11:53 #

    언에일리언님 / 이 글보다는 밑의 [샤를 페로가 들려주는 프랑스 옛 이야기]가 올라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오공감 낚시꾼 다 되었군요...^^;;)
  • 둔저 2006/06/28 12:04 #

    고려장 이야기가 실은 다른데서 퍼져들어온 설화였다니 놀랍네요.(처음 알았습니다.)
  • DEMON13 2006/06/28 12:59 #

    감축드리옵니다~고려장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 깜장다람쥐 2006/06/28 13:11 #

    트랙백 해갑니다. 잘 읽고 가요 ^^
  • 찬별 2006/06/28 13:25 #

    인류학 책에서, 고려장 비슷한건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은데. 혹시 그런 이야기 보신 기억 있으신분?
  • 초록불 2006/06/28 13:45 #

    둔저님 / 모를 수도 있죠.

    DEMON13님 / 감사합니다.

    깜장다람쥐님 / 고맙습니다.

    찬별님 / 기억 없습니다...^^;;
  • 페로페로 2006/06/28 14:37 #

    아~~ 그렇군요~~~ 글고 이오공감 오르신거 축하~ ^^
  • 슈타인호프 2006/06/28 14:48 #

    음 저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리피스 기록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책은 봤는데 왜 기억에 없는지.
    그리고 또 등극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 슈타인호프 2006/06/28 14:51 #

    찬별//유사한 사례는 여럿 있습니다. 굳이 방치해서 굶어죽게 하는 거라면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 나오는 그런 상황도 있겠고,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을 살해하는 거라면 여진족들이 "부모가 늙으면 잘 먹인 후 가죽자루에 넣어 활로 쏘아 죽인다. 이때 한번에 죽여야 효자라 부른다"고 했다던 기록 같은 게 그 예가 되지 않을까요? 아프리카 왕국들도 왕이 늙으면 독을 먹여 죽인 예가 있긴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경우인지는 제가 알 수 없군요. 왕만 그런 걸수도 있으니까요.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푸에고 섬 원주민의 경우 기근이 닥치면 노인부터 잡아먹고 그 후에 개를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개는 사냥감을 잡아올 수 있지만 노인은 그걸 못 하기 때문이죠.
  • joyce 2006/06/28 14:54 #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영화로 본 것이긴 한데... (아 <작은 거인>은 아니에요.)
  • 戮屍 2006/06/28 14:59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슈타인호프 2006/06/28 15:16 #

    인디언이나 에스키모들 같은 경우에도 그런 사례가 있죠. 이 경우는 사냥캠프를 옮길 때 이제 더 움직일 수 없는 노인을 그 자리에 두고 갑니다. 노인을 버리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노인을 두고 자기들이 가버리는 거죠. 식량을 구하기 힘든 수렵사회의 인구조절책인 셈입니다. 이런 사건을 소재로 해서 잭 런던이 단편을 쓴 적도 있는데...제목이 기억 안 나는군요. 그게 작은거인인가?
  • 리라이벌 2006/06/28 15:49 #

    뭐 모 TV프로에서는 고구려시대에 고분들을 파해치면서 실제 고구려엔 무덤이 없었다 식으로 떠들기위해 일제가 만들었다고 나불대는것도 들은적이 있습니다만~ ㅎㅎ;;
  • 렌지 2006/06/28 21:09 #

    일본의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중에도 고려장 풍습을 지키지 않고 어머니를 마루 바닥에 숨기는 아들의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 초록불 2006/06/28 21:23 #

    렌지님 / 그렇군요.
  • Vincent 2006/06/28 23:39 #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
  • 날프 2006/06/29 00:43 #

    렌지님이 말씀하신 것 비슷하게,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설화가 있는 걸로 압니다. 고려장으로 인해 어머니를 산에 내다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어머니를 땅을 파서 숨겨둔 어느 효자가 어머니의 조언으로 중국에서 낸 비상식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서 결국 고려장 풍습을 폐지한다는 줄거리였죠.
  • 슈타인호프 2006/06/29 01:54 #

    날프님 이야기 듣고 나니 그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위아래를 똑같은 모양으로 깎은 통나무를 놓고 어느 쪽이 뿌리인지 맞춰라, 소라고둥에 실을 꿰어라, 짚으로 새끼를 꼬아라...하는 게 그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문제들이었죠. 통나무는 강물에 던지면 뿌리가 무거워서 그쪽이 아래로 간다, 소라고둥은 개미 허리에 실을 묶고 반대편 출구에 꿀을 발라 개미가 꿀냄새를 쫓아가게 해서 실을 꿰어라, 재로 꼰 새끼는 일단 새끼를 단단하게 꼰 다음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곱게 태워라...하는 게 늙은 어머니의 지혜였습니다.
  • ddudol 2006/06/30 02:57 #

    저역시 아주 일반적인 사실만 알고 있었군요. 크크 크게 깨우치고 갑니다
  • dgd 2011/09/05 16:38 #

    더 궁금해서 찾아보니 dc역갤에서는 세조실록의 구절(고려 말기에 외방의 무지한 백성들이 ~ 부모가 거의 죽어갈 때에 외사(外舍)로 내어 두게 되니, 비록 다시 살아날 이치가 있더라도 마침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을 들어서
    고려장이 실존했었다는 글이 많던데요. 이걸 기로 풍습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저 인도 전래 설화라기보다는 '고려시대의 노인 유기' 속에서 고려장을 파악해도 될까요?
  • 초록불 2011/09/06 00:04 #

    글쎄요. 그렇게 해석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선무공신 2012/04/06 17:05 #

    님이 보셨던 세조실록이 아니고,세종실록입니다.그 내용이 산속에 버렸다는 내용이 있는지요?
    송나라사신이 쓴 고려도경을 보면,고려 하층민들은 노부모가 죽은뒤에,길가에 면포를 감싸고 버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 선무공신 2012/04/06 17:06 #

  • 역사관심 2011/09/09 10:14 #

    오늘에서 서프라이즈 고려장편을 보았습니다. 얼마전 고려장에 대한 기록을 올려주신 분 포스팅도 있었고 (그 포스팅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알려주신 신문내용을 또다른 차원에서 왜곡이용한 것은 한심스럽습니다. 다만, 원곡 이야기라는 중국설화를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의 고려장 설화로 (지게로 지고 갔다 아들이야기에 다시 모시고 오는 이야기) 바꾼 부분은 꽤나 흥미롭더군요. 그것 하나로도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의미없는 방송은 아니었습니다.
  • 선무공신 2012/04/06 16:28 #

    ???

    그 드라퓌스라는 사람인가,그사람은 고려장이라는 단어만 알지,한국에 방문한적도 없고,일본인한테만 들어서 적은거 뿐입니다.고려사기록을보면,불효를 한이들을 엄벌에 처한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己酉 敎曰, “朕謬承先業, 統御三韓, 志敦理國安民, 心切奉先思孝. 今當祫享之歲, 克備親行之禮. 欲覃殊恩, 內外同歡. 可大赦國內, 除不忠不孝坐贜奸盜外, 流罪以下咸赦之, 斬絞配有人島, 曾流者量移, 收贖者免放.”

    여기 불효라는 한자보시면,불효한이들을 처벌한다는 기록이 있군요.

    대한매일신보에 고려장이라는 단어가 있다해서 고려장은 부모를 버렸다는 뜻으로 쓰겠습니까?

    옛날에 부모를 버렸다는 풍습은 삼국지 위지동이전이나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 등 여기에 적혀 있습니까?

    "제대로 된 본래의 고려장은 ‘후하게 장례를 치른다. 사람이 죽으면 금은보화를 넣은 다음 돌로 쌓아 봉토하고 묘지 주변에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한국문화사> 고대편 404쪽) "

    한국문화사에서도 고려장은 후하게 장례를 치른다던지,사람이 죽으면 금은보화를 넣은다음 돌로 쌓아 묘를 꾸며준다는 유래네요.왜 서도에서 고려장이 그뜻으로 썼는지 알겠습니까?


    그 손순설화말입니까?손순이 매장당할려다 말았다해서,고려장이 입증했냐고요?손순말고 지게를 들고 부모를 벼렸다는 얘기가 있는지요?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4/12/001062000200412221712072.html

    여기 <[한겨레신문] ‘고려장은 없었다’에 대한 약간 다른 생각>에 관한 재 반박문이라네요.
  • 선무공신 2012/04/06 16:39 #

    고려장말고는 고려곡,고려상,고려총,고려분이라는 용어도 그뜻으로 썼씁니까?
    만일,늙은 부모를 버리는 관례가 있다면,관청이나 조정에서 가만히 볼리가 있겠습니까?

    손순설화나 심청이에선 왜 부모를 우선시 봉양했는지요?부모를 버릴려는 설화를 찾아보긴 했습니까?
  • 선무공신 2012/04/06 16:42 #

    드라퓌스라는 양반은,고려장의 뜻은 그런뜻으로,적는것만이 아니고,일본이 조선을 기독교화로 시켜줬다는 거짓소식을 듣고 적었지요.
  • 선무공신 2012/04/06 17:05 #

    님도 드리퓌스를 한국에 방문하지 않고,일본인한테 듣고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신줄 알았더니,몰라뵈었네요.;;;;
  • 선무공신 2012/04/06 17:06 #

  • 선무공신 2012/04/06 17:12 #

    일본이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자료가 없다면서,드리퓌스가 쓴 고려장에 관해 어떻게 설명할랍니까?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초록불 2012/04/06 20:50 #

    제 포스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다시 말씀드리면,

    고려장은 고려장 이야기는 불경에서 비롯되어 동아시아 각국으로 전파되면서 토착설화화 하였으며, 효를 강조하는 그 성격 때문에 마치 실제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정리하는 것이 옳겠다.

    라는 것이며, 이 글에서 그리피스(드라퓌스도 아니고, 드리퓌스도 아닙니다)의 말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1882년은 일제강점기가 아니므로, 일제강점기에 그런 말이 퍼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뿐이며, 또한 그리피스의 주장이 옳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 2013/08/07 19: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07 21: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8/07 22:2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08 10: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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