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의 작가를 아세요? *..문........화..*



밀른(Alan Alexander Milne, 1882.1.18~1956.1.31)

사망연대를 보니 저작권이 만료되었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저 작가의 대표작이 바로 [곰돌이 푸 Winnie-the-Pooh]다.

밀른은 수필가와 극작가로 명성을 떨치다가 결혼 후 태어난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을 위해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문인들은 그에게 동시를 쓰는 것은 모험이라고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가 동시집을 발매하자 문단이 발칵 뒤집히는 격찬을 받았다. 그는 아들 로빈이 성장하자 동시를 그만두고 동화를 쓰겠다고 말했다. 동화의 주인공은 아들에게 사준 곰돌이 인형이었다. 디즈니의 만화로도 유명한 이 곰돌이 푸를 보면 봉제인형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1926년 나온 동화책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에는 밀른을 동화 작가로만 기억할 정도로. 곰돌이 푸는 2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밀른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남겨준 것은 고통뿐이었다. 로빈은 어디를 가나 곰돌이 푸의 실제인물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했다고 한다. 그것은 로빈에게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 로빈은 "아버지는 내 이름을 빼앗아갔고 내게 유명 작가의 아들이라는 공허한 명성만 남겨주었다."라고 원망하기도 했단다.

크리스토퍼 로빈에 따르면 밀른은 전혀 다정한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로빈은 하루종일 유모와 인형들하고만 시간을 보내야했다. 아버지가 너무 바빴던 것이다. 아버지를 만날 기회는 식사시간뿐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돈은 벌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밀른은 1930년에 곰돌이 푸의 캐릭터 저작권을 저작권대리인 스티븐 슬레진저에게 양도했다. 스티븐 슬레진저는 1953년 사망했고, 그 권리는 미망인인 셜리 슬레진저에게 넘어갔다. 밀른의 손녀인 클레어 밀른은 저작권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너무 저가에 저작권이 양도되었으므로 반환해달라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소송은 얼마 전에 패소로 끝났다. 미 고등법원이 슬레진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소송으로 인해 디즈니 사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 같다. 디즈니 사는 클레어 밀른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것은 슬레진저 측에서 디즈니가 그동안 푸 캐릭터의 로얄티를 지급해오지 않았다고 소송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지급된 로얄티는 수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디즈니 사는 클레어 밀른 측을 지원하고 있었다고 한다.

밀른은 추리소설도 썼다. 국내에도 [빨강집의 수수께끼]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와있다. 세계 몇 대 추리소설을 꼽을 때면 들어가기도 하는 명작이다.

다음은 밀른의 동시들이다.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찾을 길이 없었다. 문득 그만큼 유명했다면 계몽사의 [세계 명작 동요 동시집]에 한 편이라도 실려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여러 편이 있었다.

밀른의 동시 보기


아기방 걸상

걸상 하나는 남아메리카.
걸상 하나는 바다에 뜬 배.
하나는 커다란 사자 우리.
하나는 내가 겉터앉는 책상.

첫 번째 걸상.

아마존 강을 거슬러 올라가
밤에 묵으며 총을 놓는다.
부하 떼를 부르려고.
인디언이 셋씩 넷씩 패를 짜
나무를 헤치고 나타나선
강둑으로 오르는 나를 기다린다.
어쩐지
인디언하고 놀고 싶은 생각이 없는 날엔
손만 저으면 그뿐,
슬며시 다른 데로 가버리고 만다.
인디언은
내 마음을 잘 안다.

둘째 걸상.

나는 우리 안에 갇혀 있는 큰 사자.
어흥하고 울면 아기가 깜짝 놀라지.
아가 아가 놀라지 마라, 나다 나야.
그제야 아기는 마음을 놓지.

세째 걸상.

내가 배를 타고 갈 때,
내 곁을 지나가는 다른 배에서
뱃사람이 나를 부른다.
커다란 배가 지나갈 때,
바다 쪽으로 몸을 내밀고는
바람 속에서 부르짖는 소리,
"세계를 한바퀴 돌려면
이리로 곧장 가면 되겠지?"
지나가면서 나를 부른다.

네째 걸상.

높은 걸상에 걸터 앉았을 때
아침 저녁과 샛밥,
이건 내 걸상인데
나는 세 아이 짓을 하지.
자, 남아메리카로 갈까나?
내 배를 물에 띄울까나?
안 그러면 우리 속으로 들어가서
사자나 호랑이가 될까나?
그러지말고 그냥 나대로 있을까나?


연못가

(시방 낚시질을 하고 있어요.)
쉬, 가까이 오지 마셔요.
고기가 알면 안 돼요.
고기는
내가 실을 가지고 놀고 있는 줄만 알 거야.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건 낚시질.
(아니지, 도롱뇽을 낚고 있지.)
기침 소리 내지 말아요.
다가오지 말아요.
바삭하기만 해도 도롱뇽은 놀라요.
도롱뇽은
나를 풀숲이나 새로 난 나무로 알 거야.
다른 사람으로 알 거야.
바로 난 줄은 모를 거야.
(그래서 낚고 있는 것을 모르지.
도롱뇽 낚고 있는 걸 짐작도 못 하지.)
지금 하고 있는 건 도롱뇽 낚기.


깡총이

우리 우리 아기는
깡총깡총 뛰어가네.
깡총깡총 날아가네.
제발제발 뛰지 좀 말라 해도
안 된다네.
깡총이는 말을 안 듣네.
뛰지 뛰지 않으면
가엾어라 우리 아기
아무데도 못 가네.
그래서 어디든지
깡총깡총 뛰어가네.
깡총깡총 날아가네.


맨 위, 맨 아래

아가 아가 어디 가니?
저기 저기 저 언덕
꼭대기까지.

자꾸 자꾸 올라가서
맨 위에 닿을 때까지
나는 나는 자꾸 자꾸
올라간다나

아가 아가 어디 가니?
꼭대기에 올라가면 뭘 하니?

아무 것도 볼 게 없는데
그랬다간 어쩔래?

그럼 다시
맨 아래로 내려오지 뭐.


층층대 중간

층층대 중간에
내가 앉는
층계가 하나.
여기만한 층계는
아무 데도 없단다.
맨 아래도 아니고
맨 위도 아니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여길 골라 걸터 앉는다.
층층대 중간은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니고.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지요.
"여기는 참 아무데도 아니지."
"하지만 여기는 그 어딘지 되겠지."


내버려 두셔요

난 싫어요.
전 싫어요.
"조심하지 못하겠니!"
하고 야단치는 거.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마셔요.
난 싫어요.
"이 손 꼭 잡지 못하겠니?"
하고 야단치는 거.

난 싫어요.
"냉큼 내려오지 못하겠니?"
하고 야단치는 거.
누가 하라는 대로 할 줄 알구.

그러지 좀 마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

나에겐 사람이 북적북적할 때
나 혼자 찾아가는 집이 있다누.
나에겐 혼자 찾아가는
아무도 안 사는 집이 있다누.

나에겐 '안 돼' 하는 이 없는
나 혼자 찾아가는 집이 있다누.
아무도 무어라고 하지 않는 곳.
그러니까 나 혼자 사는 집이라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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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aonic 2006/08/04 17:19 #

    밀른의 아들 참 불쌍하군요.
  • itsme 2006/08/04 17:33 #

    명사들의 자식들은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산 경우들이 많더군요...
  • francisco 2006/08/04 18:17 #

    크리스토퍼 로빈에게는 정작 푸우와 친구들이 없었던 거로군요...
  • 슈타인호프 2006/08/04 18:39 #

    전 누가 쓴 시를 읽어도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감성이 심각하게 메마른 게 분명한가 봅니다--;;;
  • 사과주스 2006/08/04 21:01 #

    안녕하세요. 클래식 위니더푸에 그런일이 있었군요. 전 클래식판의 책을 선물받은 후 빠져들게 되었는데 저런 일이 있었다니 안쓰럽네요. 문득 크리스토퍼 로빈에겐 인간친구가 없다는것도 새삼 다시 보게 되버리네요.
  • 세피로스 2006/08/04 21:06 #

    곰돌이 푸에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밀른의 아들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곰돌이푸의 실존 인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 분쟁,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 초록불 2006/08/04 21:08 #

    슈타인호프님 /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기도 없어서 그래요. 빨리 장가 가세요.

    사과주스님 / 동시도 그렇고, 동화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쓴 사람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으리라고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동시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이를 자유롭게 두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 여겼을지도 모르겠어요.
  • 언에일리언 2006/08/05 01:03 #

    그게 뭐 사랑은 해도 표현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랑은 하는데 바빠서 오랜시간 같이 있어주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요...살다보면 어버이 은혜에는 감사하는데 전화한통 못해드렸고 사랑하는데 신경써주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습니까...
  • 이준님 2006/08/05 07:32 #

    윈스턴 처칠의 경우도 뭐 자서전에 보면 아버지 사랑이 넘치지만 막상 아버지에게는 그렇게 인정 받지 못한 자식이었죠. "검은개"(처칠이 평생을 앓았던 발작적 우울증)의 경우도 아버지의 죽음이 아니라 "유모"의 죽음때문에 첨 생겼고. 다만 초록불님 말씀처럼 이런 동화와 동시를 쓴 사람이 진정으로 자식사랑과 거리가 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PS: 처칠의 모친의 경우는.... 뭐라고 말하기 그렇지요 ^^
  • euphem 2008/05/06 09:07 #

    동시라면 The world of Chiristopher Robin (The complete When We Were Very Young and Now We Are Six) 를 말하시나요? 1924년과 1927년에 각각 나온것을 1991년에 재발행 되어서 나온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와 함께 무척 귀여운 책이에요
  • 초록불 2008/05/06 10:29 #

    euphem님 / 영어로 시를 읽을 능력은 되지 않습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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