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은 없다 *..역........사..*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저자는 고자카이 도시아키. 저자가 좌파라는 내용은 저자 소개에서는 읽을 수 없다. 파리 제8대학 심리학부 조교수라고 되어 있다. 이 책에서 꽤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그리고 외국출신자들이 그들을 받아들인 사회에 융화할 수 없다면, 우리의 미래에는 각 민족을 분리해서 공존하게 하는 다민족, 다문화주의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일민족국가라 불리는 사회도, 사실은 외부에서 유입된 다양한 사람들이 융합함으로써 성립된 것이다. 소수파는 옹호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을 분리해서 옹호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이 구절이 뜻하는 것은 보충 설명을 좀 붙여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 민족의 문화를 보호한다는 사고 자체가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별이 내재하고 있는 한 진정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주장은 앞서 소개한 [민족문제의 재등장]에 나오는 좌파의 주장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이 책을 따르면 이러한 개념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맑스였고, 그것을 구체화시킨 사람은 레닌이었다. 레닌은 소수 민족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것은 사회주의자가 당연히 가져야 하는 자세라고 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회주의자는 어떠한 민족 문화와도 일체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레닌의 말을 잠깐 인용해 보자.

모든 민족적 억업과 싸울 것인가? 물론, 그렇다! 모든 종류의 민족적 발전을 위해, [민족문화] 일반을 위해 싸울 것인가? 물론, 아니다! (중략) 어떤 민족의 노동자들이 다른 민족의 노동자들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 맑스적 [동화同化]에 대한 모든 공격, 또 하나의 이른바 완전한 민족문화로 대치시키자는 데 프롤레타리아가 관심을 가지도록 하려는 시도는 부르조아 민족주의이며, 그것에 대해 가차없는 투쟁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말은 맑스의 그 유명한 명제를 풀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고 오묘하다. 사실 위 책의 논지는 바로 저 주장을 통해 민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나는 그 때문에, 사회주의가 결국 실패한 정치사상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적으로는 분명히 저 이야기가 옳다.

모든 억압에 반대하되, 그 억압의 이면에 잠재해 있는 이기주의(이곳에서 민족주의라 말하는 것은 뭐라 이야기하든 이기주의적 속성이다.)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이상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세상의 재화는 한정적이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의 재등장]에는 부록으로 앨릭스 캘리니코스라는 학자의 글이 붙어있는데, 이런 재밌는 구절이 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몇몇 지역에서 새로운 자본축적 중심지들이 등장해 왔다. 브라질, 남한 등 제3세계 신흥공업국들(NICs)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나라의 지배계급은 단지 서방 제국주의의 [매판]이나 [종속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 나름의 이해관계를 지니며, 세계 열강에 맞서, 또 같은 처지의 다른 나라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지킬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 경제적 변화가 [아류 제국주의] 신흥공업국들을 출현시켰는데, 이들은 특정 지역에서 지배권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원래 책인 [민족은 없다]로 돌아가자.

민족의 정의가 불확실하며, 개별 정의에 맞는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이 책의 앞부분은 왜 민족이란 개념이 허구인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매우 좋은 사례들이 많고, 각국의 역사 기술 방식이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하는 부분은 이 책에서 처음 본 것으로 매우 신선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민족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 점에서는 불가능해 보이기는 해도 [민족문제의 재등장]이 제시하는 관점이 훨씬 명쾌해 보인다.

덧글

  • Fillia 2006/10/03 17:36 #

    저도 가지고 있는 책이군요, 록불님이 읽으신 것을 보니 반갑습니다. 저는 앞부분, '왜 민족이란 없는가' 부분은 이해가 어렵지 않았으나 뒤로 갈수록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제목마따나, '민족이란 것은 허상이다'를 밝히는데 노력을 집중한 책이구나 하고 이해하면 낫군요.
    민족 문제의 해결은 다른 사람들의 저작들이 나으면 그걸 찾아보고요, ^^;
  • 초록불 2006/10/03 17:38 #

    Fillia님 / [민족문제의 재등장]을 읽어보시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릅니다. 사실 두 책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톤으로 하는 셈입니다.
  • 초록불 2007/03/06 00:30 #

    dddddd님 / 트랙백이 두 개나 걸려 있어서 하나는 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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