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래가 깊은 종족이다. 세계 대부분이 아직 자기 역사를 가지지 못했던 기원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니까.
우리는 이미 먼 과거에 몇 만의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여기에 바로 전 회에 이야기한 [그것]의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필연적으로 인민에게 충성을 요구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유교는 [충]이 자연스러운 자연질서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사상체계다. 그럼 유교 이전에는 어떤 방법으로 유교의 [충]과 같은 관념을 이끌어 낸 것일까?
그것은 신화였다. 주몽은 송양과 다툴 때, 자신을 천제의 손자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권위가 송양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유교의 개념도 바로 이와 같은 [천天]의 신화를 사상체계화 한 것이다. 부여, 신라, 가야도 모두 하늘과 관계된 신화를 지니고 있다. 나는 백제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신화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삼국은 모두 역사책을 만들었는데, 역사책을 만든 이유에는 아마도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점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안에는 여러가지 신화가 적혀 있었을 것이다. 김부식이 황당하게 생각해서 덜어낸 이야기들이. 우리는 그 일단을 이규보의 [동명왕편]에서 읽을 수 있다.
삼국 시대에 고구려와 백제는 혈연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만, 신라는 이들 두 나라에 대해 혈연의식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언어가 소통 가능하여 같은 종족이라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존재하나 나는 삼국이 언어 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신라 사신이 처음 중국에 갔을 때, 백제 사신이 통역을 해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신라는 고조선에 대한 계승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언제 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삼국사기 신라본기 첫 대목에 [조선 유민]이 산간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고구려는 평양으로 천도할 때, 그곳이 [선인 왕검]의 땅이었다고만 나올 뿐이다. 고구려는 고조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그들을 [선인]으로 자신들의 [천손]보다 낮은 단계로 설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라 왕실이 고조선의 법통을 이었다든가 하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그보다는 소호금천씨의 후예임을 자랑한 것과 같이 중국 쪽의 권위를 빌려오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삼국이 자신들 이전의 국가에 대한 계승의식이 불비했기에 삼국사기는 그 이전의 역사를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럼 그와는 달리 삼국유사는 역사기술의 시점을 [고조선]으로 잡고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시기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었다. 당시 중국의 계승자는 원이었고, 이 사실은 고려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원에 맞서기 위해 고려인들의 자긍심을 북돋울 필요가 있었고 그 방편 중 하나가 고려의 역사가 유래 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삼국에는 없었던 의식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조선 시대에 들어가 정통성에 대한 확고한 이론으로 발전한다. 조선 왕조는 단군과 더불어 기자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음을 주장하였다.
이 상황은 특히 중요하다. 명이 멸망한 이후 조선은 천자의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대부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힘없이 북방 오랑캐라 생각한 여진족에게 유린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역사학이 지닌 과제가 되었다. 중화 문명을 계승할만한 힘이 있기를 갈망한 때문에, 중원 제국과 맞섰던 고구려의 신격화와 그 뒤를 이은 발해의 조선사 편입이 일어난다.
그럼 무엇이 이들을 하나의 역사, 우리의 역사라고 보게 한 것인가? 삼국사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삼가 생각하온대 성상폐하께서는... 우리나라吾邦의 일에 대해서는 문득 까마득히 그 시말을 알지 못하니 심히 탄식할만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너무 간단한 이야기다. 고려는 신라로부터 나라를 넘겨받았다. 계승한 것이 분명하기에 여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조선 또한 고려에게서 나라를 넘겨받았다. 전회에 말한 [그것]이 무엇인지는 매우 분명하다. 그것은 [국가]다.
우리나라의 [국가]는 중국의 [국가]와 다르다. 그것으로 우리는 옛날부터 중국과 우리를 구분해 왔던 것이다. [민족]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 나는 1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으로부터 삼국-고려-조선으로 내려왔으며, 옆의 중국은 은-주-진-한... 송-원-명-청으로 내려왔고, 일본도 그대로 계승되어오지 않았느냐고 말할 것이다. 정말일까?
사실은 정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국가]가 계승되어 왔다고 주장하면 모순이 아닌가? 저 말의 앞에 이런 말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것은 그 나라들을 세운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들이며, 나라의 이름은 변했지만 앞의 나라를 뒤의 나라가 계승했으며 그 주체가 되는 사람들은 늘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승한 것은 [국가]지, [핏줄]이 아니다.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생각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아니라 우리민족이 계승되어 온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계승되어 오면서 근대 개념인 민족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는 아무래도 다음 회로 미루어야 하겠다.)
그럼 어느 순간에 [민족]이 [국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을까? 근대에 들어와 민족국가를 건립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분명했다. 이 부분은 조선말, 제국주의의 물결이 한반도로 침투해 들어오던 시절 강렬하게 작동했다.
그 전 시기까지 조선은 청과 책봉-조공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것에는 내부적으로 큰 반발이 있었다. 이 관계는 당시의 근대적인 개념으로 볼 때는 [속국]이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조선 내부에는 그것이 제국주의 침략을 막는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본제국은 계속 조선 독립을 위해 자신들이 노력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청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조선을 먹어치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일이지만, 조선인 중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개화파들 중 상당수는 그런 논리에 빠져들었던 것이고, 그 결과가 갑신정변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당시 조선이 자주적인 국가로 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 무엇이었는지는 많은 논란이 있고, 구구한 해설이 가능하다. 그 방편 중 하나는 민족국가의 수립이었다. 다만 조선이 멸망하기 전까지는 민족과 국가는 분리하여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가 된 뒤에는 상황이 변했다.
조선은 공식적으로는 일본제국의 한 영토에 불과했다. 조선인은 일본 국민이 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국민이라는 말을 [황국신민]의 준말로 이해하는 것도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해서 이야기할 때 필요한 용어가 있어야 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민족이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라는 말과 관념도 우리민족으로 넘어갔다. 일제 강점기의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역사라고 하고는 일본사가 소개된다. 우리나라를 둘로 만들 수는 없으니, 우리 민족의 역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혼란스러워진 민족 개념의 씨앗은 이렇게 뿌려졌다. 그리고 해방 후에도 그 혼란스러운 개념은 그대로 계승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가 없었기에, 나라라는 테두리 안에 있었던 민족이 나라를 넘어가 버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리하여 조선 시대까지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 즉 금, 청이 우리 민족이라는 소리가 나오기까지 이르른 것이다.
그럼 이 혼란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그리고 민족이 갖는 궁극적인 문제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차회를 기대하시라. 다만 언제 올릴지는 모른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첫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두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세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네번째 [본문]
민족이란 무엇인가? 다섯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보론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여섯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일곱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여덟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아홉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열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보론2 [클릭]
우리는 이미 먼 과거에 몇 만의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여기에 바로 전 회에 이야기한 [그것]의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필연적으로 인민에게 충성을 요구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유교는 [충]이 자연스러운 자연질서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사상체계다. 그럼 유교 이전에는 어떤 방법으로 유교의 [충]과 같은 관념을 이끌어 낸 것일까?
그것은 신화였다. 주몽은 송양과 다툴 때, 자신을 천제의 손자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권위가 송양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유교의 개념도 바로 이와 같은 [천天]의 신화를 사상체계화 한 것이다. 부여, 신라, 가야도 모두 하늘과 관계된 신화를 지니고 있다. 나는 백제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신화를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삼국은 모두 역사책을 만들었는데, 역사책을 만든 이유에는 아마도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점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안에는 여러가지 신화가 적혀 있었을 것이다. 김부식이 황당하게 생각해서 덜어낸 이야기들이. 우리는 그 일단을 이규보의 [동명왕편]에서 읽을 수 있다.
삼국 시대에 고구려와 백제는 혈연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만, 신라는 이들 두 나라에 대해 혈연의식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언어가 소통 가능하여 같은 종족이라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언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존재하나 나는 삼국이 언어 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신라 사신이 처음 중국에 갔을 때, 백제 사신이 통역을 해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신라는 고조선에 대한 계승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언제 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삼국사기 신라본기 첫 대목에 [조선 유민]이 산간에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고구려는 평양으로 천도할 때, 그곳이 [선인 왕검]의 땅이었다고만 나올 뿐이다. 고구려는 고조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그들을 [선인]으로 자신들의 [천손]보다 낮은 단계로 설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라 왕실이 고조선의 법통을 이었다든가 하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그보다는 소호금천씨의 후예임을 자랑한 것과 같이 중국 쪽의 권위를 빌려오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삼국이 자신들 이전의 국가에 대한 계승의식이 불비했기에 삼국사기는 그 이전의 역사를 다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럼 그와는 달리 삼국유사는 역사기술의 시점을 [고조선]으로 잡고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시기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었다. 당시 중국의 계승자는 원이었고, 이 사실은 고려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원에 맞서기 위해 고려인들의 자긍심을 북돋울 필요가 있었고 그 방편 중 하나가 고려의 역사가 유래 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삼국에는 없었던 의식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조선 시대에 들어가 정통성에 대한 확고한 이론으로 발전한다. 조선 왕조는 단군과 더불어 기자의 정통성을 계승하였음을 주장하였다.
이 상황은 특히 중요하다. 명이 멸망한 이후 조선은 천자의 정통성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대부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힘없이 북방 오랑캐라 생각한 여진족에게 유린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역사학이 지닌 과제가 되었다. 중화 문명을 계승할만한 힘이 있기를 갈망한 때문에, 중원 제국과 맞섰던 고구려의 신격화와 그 뒤를 이은 발해의 조선사 편입이 일어난다.
그럼 무엇이 이들을 하나의 역사, 우리의 역사라고 보게 한 것인가? 삼국사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삼가 생각하온대 성상폐하께서는... 우리나라吾邦의 일에 대해서는 문득 까마득히 그 시말을 알지 못하니 심히 탄식할만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너무 간단한 이야기다. 고려는 신라로부터 나라를 넘겨받았다. 계승한 것이 분명하기에 여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조선 또한 고려에게서 나라를 넘겨받았다. 전회에 말한 [그것]이 무엇인지는 매우 분명하다. 그것은 [국가]다.
우리나라의 [국가]는 중국의 [국가]와 다르다. 그것으로 우리는 옛날부터 중국과 우리를 구분해 왔던 것이다. [민족]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 나는 1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으로부터 삼국-고려-조선으로 내려왔으며, 옆의 중국은 은-주-진-한... 송-원-명-청으로 내려왔고, 일본도 그대로 계승되어오지 않았느냐고 말할 것이다. 정말일까?
사실은 정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국가]가 계승되어 왔다고 주장하면 모순이 아닌가? 저 말의 앞에 이런 말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것은 그 나라들을 세운 사람들이 우리의 조상들이며, 나라의 이름은 변했지만 앞의 나라를 뒤의 나라가 계승했으며 그 주체가 되는 사람들은 늘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승한 것은 [국가]지, [핏줄]이 아니다. 같은 핏줄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생각과 실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아니라 우리민족이 계승되어 온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계승되어 오면서 근대 개념인 민족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는 아무래도 다음 회로 미루어야 하겠다.)
그럼 어느 순간에 [민족]이 [국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을까? 근대에 들어와 민족국가를 건립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분명했다. 이 부분은 조선말, 제국주의의 물결이 한반도로 침투해 들어오던 시절 강렬하게 작동했다.
그 전 시기까지 조선은 청과 책봉-조공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것에는 내부적으로 큰 반발이 있었다. 이 관계는 당시의 근대적인 개념으로 볼 때는 [속국]이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조선 내부에는 그것이 제국주의 침략을 막는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본제국은 계속 조선 독립을 위해 자신들이 노력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청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조선을 먹어치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일이지만, 조선인 중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개화파들 중 상당수는 그런 논리에 빠져들었던 것이고, 그 결과가 갑신정변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당시 조선이 자주적인 국가로 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 무엇이었는지는 많은 논란이 있고, 구구한 해설이 가능하다. 그 방편 중 하나는 민족국가의 수립이었다. 다만 조선이 멸망하기 전까지는 민족과 국가는 분리하여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가 된 뒤에는 상황이 변했다.
조선은 공식적으로는 일본제국의 한 영토에 불과했다. 조선인은 일본 국민이 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국민이라는 말을 [황국신민]의 준말로 이해하는 것도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해서 이야기할 때 필요한 용어가 있어야 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민족이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라는 말과 관념도 우리민족으로 넘어갔다. 일제 강점기의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역사라고 하고는 일본사가 소개된다. 우리나라를 둘로 만들 수는 없으니, 우리 민족의 역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혼란스러워진 민족 개념의 씨앗은 이렇게 뿌려졌다. 그리고 해방 후에도 그 혼란스러운 개념은 그대로 계승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가 없었기에, 나라라는 테두리 안에 있었던 민족이 나라를 넘어가 버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리하여 조선 시대까지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 즉 금, 청이 우리 민족이라는 소리가 나오기까지 이르른 것이다.
그럼 이 혼란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그리고 민족이 갖는 궁극적인 문제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차회를 기대하시라. 다만 언제 올릴지는 모른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첫번째 [클릭]
민족이란 무엇인가? 두번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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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영초 2006/10/08 09:33 # 답글
좋은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고종석의 『감염된 언어』와 임지현교수의『적대적공범자들』를 보고 난 뒤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질 않네요. 과연 민족의 끝은 파시즘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민족의 개념이 사라진다면 현재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독립유공자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소위“민족반역자”들의 처분은 어찌되는 것일까요. 고종석이 말했듯 저또한 민족이란 낱말은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족에 대한 이런 무수한 “논리적인”그리고 합당한 비판을 듣고서도 알면서도, 아직도 민족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니 말이죠. 아, 머릿속이 어지러우니 말도 중언부언이군요. 다음 글을 기대하며 이만 쓰겠습니다.
페로페로 2006/10/08 12:14 # 답글
어느 것이든 극으로 달리면 개판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것을 알고 있지만 거기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은 잘 보이질 않으니 환장하겠군요. 우익으로서 되려 민족을 더 우선시 해야 함에도 요즘 돌아가는 꼴이 하도 우스워서 민족보다 국가주의를 더 치고 있습니다만 국가주의도 극으로 달리면 어떤 꼴이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공자님 말씀이 참 옳습니다,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거... =.=
chase 2006/10/08 12:36 # 답글
우연히 흘러 들어와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오우거 2006/10/08 13:38 # 답글
우리나라에 위기가 없었다면 이런 논의도 위험할 만큼 활성화되진 않았을텐데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합니다.
초록불 2006/10/08 14:00 # 답글
영초님 / 하신 말씀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어려서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읽으며 펑펑 울어본 경험과 같은 것은 머리가 커지고 아는 게 많아진다고 해서 잊혀지기 쉽지 않으니까요.
초록불 2006/10/08 14:01 # 답글
페로페로님 / 우파로서도 민족주의를 경계하심이 옳습니다. 민족주의는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습니다...^^;;chase님 / 반갑습니다.
오우거님 / 역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위기는 민족주의를 강화합니다.
Binoche 2006/10/08 14:11 # 답글
대한민국의 만연된 민족주의 혈연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할 첫번째 일로 속인주의를 포기하고 속지주의를 채택 해야 합니다. 속인주의는 국가적으로 민족주의, 혈연주의를 천명하는 일입니다.
Binoche 2006/10/08 14:13 # 답글
대한민국은 아직도 국가와 국민 이라는 관계를 혈연적 민족적으로 태어나면서 부터 죽을때까지 떼어 놓을수 없는 관계라고 믿고 있죠. 전 개인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상호 계약적인 존재라고 믿습니다. 여건과 능력만 된다면 언제든지 바꿀수 있는 관계요.
초록불 2006/10/08 15:22 # 답글
Binoche님 / 속인주의와 속지주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속인주의 채택국가가 어떤 나라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국가와 국민의 개념에 근본적으로는 찬성합니다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동욱 2009/09/16 00:49 #
찾아본 결과..부모양계혈통주의국가
: 한국,일본,중국,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이스라엘,아이슬란드,에디오피아,엘살바도르,가나,그리스,네덜란드,스웨덴,스페인,슬로바키아,타이,덴마크,터키,나이지리아,노르웨이,헝가리,필리핀,핀란드,체코,슬로바키아,불가리아,폴란드,루마니아 등.
부계우선혈통주의국가
: UAE,알제리,이라크,이란,인도네시아,이집트,오만,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수단,스리랑카,세네갈,마다가스카르,모로코,레바논 등.
원칙적으로는 양계혈통주의지만, 떄에따라 속지주의를 적용하는 국가
: 영국,호주,네덜란드,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 등
속지주의국가
: 아르헨티나,캐나다,미국,브라질,아일랜드,그라나다,잠비아,탄자니아,뉴질랜드,파키스탄,방글라데시,피지 등
뭔가 일정한 법칙이 보이는 듯 한 느낌이네요 ^^;;
초록불 2009/09/16 11:11 #
아이쿠, 고맙습니다.
永革 2006/10/09 00:33 # 답글
음, 초록불님께서는 앞선 글에서 언급하셨던 한반도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가졌던 계승의식을 국가에 대한 관념과 핏줄에 대한 관념으로 구분하려는 것입니까? 심층적인 논의는 다음에 하신다고 하셨는데, 사람들과 민족이라는 개념의 역사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역시 이 '계승의식'이란 게 가장 걸림돌이더라구요. ^^; 임지현 교수의 경우 이 관념을 '민족체'라는 용어로 표현을 하던데.. nationality의 번역어였던 듯 싶은데 책이 곁에 없어서 확인을 못하겠습니다. 이 부분에 관한 초록불님의 견해를 얼른 듣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초록불 2006/10/09 00:50 # 답글
永革님 / 좋은 지적입니다. 본래 그 문제를 좀더 다루려 했는데, 그것은 몇 회 더 가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본래 김한규 교수의 [역사공동체] 개념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에 그런 정의는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김한규 선생님 죄송합니다.) 용어에 대한 올바른 정의는 인문학이 당연히 갖춰야 하는 소양이지만, 저는 학자도 아니고, 이것은 논문도 아니니, 제가 새로운 용어를 제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좀더 기다려 주십시오. (뻔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