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역........사..*




나는 [책세상 문고]를 좋아한다. 작고 가벼우면서 깊이 있는 책들이 많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다. 초판이 2003년에 나왔던데 좀더 일찍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책 제목의 의식은 儀式이다. 意識이 아니다.

이야기가 길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접어본다.




사족 : 이런 분류는 도서와 역사에 모두 걸리는데, 카테고리를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어서 괴롭다. 이글루스는 카테고리를 여러 개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한숨)
나는 국가의 형성에 매우 관심이 크다. 하지만 기존의 국가형성론들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현실에 적용해보면 모순이 드러나거나, 단지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기능설]이건, [갈등설]이건 썩 마음에 와 닿지를 않았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부족한 점을 살살 긁어주고 있다.

이제부터 국가 형성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자.

국가 형성을 설명하는 방법론으로 기능설과 갈등설이 있다.

기능설 - 사람들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조직으로 국가가 등장. 사회계약설에 기반하고 있다. 이른바 관개공사(치수)를 위해 국가가 발생했다는 식의 설명이 여기 속한다.
갈등설 - 계급 갈등과 계급 분화에 의해 지배자의 착취를 위해 국가가 발생했다는 것. 전쟁 등의 요소를 중요하게 본다. 맑스적인 관점.

이런 이론에 기반하여 [국가]란 [혈연]과 [연합]의 미개한 정치구조를 극복한 [중앙집권 국가]로 탄생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국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서 저자는 국가를 [도시국가], [분권국가], [중앙집권국가]의 세가지로 분류한다. 이들 국가는 단선적 진화모델이 아니며, 그저 국가의 존재 유형일 뿐이다. 이들 국가는 세가지 정치체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국인제]. [귀족제], [군주제]이다.

이런 개념에 기반하여 저자는 그동안 한국사에서 쉽게 써온 [귀족국가]라는 말은 [국가 유형]에 대한 설명이 없는, 그저 [정치체제]에 대한 설명이면서 [국가]라는 말을 사용하여 [국가 유형]인 것처럼 개념을 오도하고 있는 잘못된 용어라고 말한다. 나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럼 개념을 한가지씩 풀어보자.

분권국가란 무엇인가? 중앙이 지방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를 가리킨다. 중세 봉건국가를 연상하면 쉽다. 중앙은 지방을 철저한 통제 하에 두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이 다른 [국가]인 것은 아니다. 그럼 이들은 무엇으로 묶여 있는가? 그것이 바로 의식儀式과 전쟁이다. 특히 의식이 중요하다.

왜 유교가 동양 고대 국가에게 그렇게 중요했는지, 왜 불교가 통합에 이바지 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받는 인수나 하사품들의 중요성도 여기에서 해명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 시절에 확실히 좌파에 경도되어 있었고, 역사를 보는 눈도 경제적인 부분의 비중을 높이 평가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스스로 경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비물질적인 부분을 중요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렇게 훤히 눈에 보이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결국 역사를 이뤄가는 것은 사람인 것이다.

저자가 정치체로 쓰고 있는 [국인제]란 [공화제]를 가리킨다. 저자의 [국인제]라는 말은 오버한 감이 있다.

저자는 이런 개념들을 바탕으로 주류 역사학계가 4세기에 고대국가를 형성했다는 이론을 비판하고 있다. 저자의 견해로는 고대국가 - 이것은 중앙집권국가를 가리킨다. 그동안 학계는 중앙집권국가 이외의 국가 개념이 없었다는 것을 명심하자. - 즉, 중앙집권국가는 신라만이 유일하게 달성했으며, 그 완성은 그나마 삼국통일 후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즉 지방을 직접 통치 하에 두었던 국가는 신라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신라는 통일 전쟁 전에 이런 변화를 어느 정도 달성했으나 고구려는 변화 중에 멸망했으며, 백제도 초보적인 단계까지밖에 가지 못했다는 것.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별 반대 의견이 없다. 이 점이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룩한 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사가 분권국가에서 중앙집권국가로 발전한 것이라는 설명은 어찌 보면 연맹체 왕국이 고대왕국이 되었다는 이야기나, 부체제가 중앙집권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별다를 바가 없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표면이 비슷하다고 비슷한 이야기일 수는 없다. 아직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의 내용은 역사 거대담론의 한 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덧글

  • damekana 2006/12/19 00:42 #

    좌전의 "國之大事在祀與戎"이라는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인가요?
  • 초록불 2006/12/19 00:58 #

    damekana님 / 역시... 대단하십니다. 책에 딱 그 구절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55쪽)
  • 사토미 2006/12/19 11:38 #

    실례합니다..링크 신고 합니다.
  • 초록불 2006/12/19 11:40 #

    사토미님 / 반갑습니다.
  • 페로페로 2006/12/19 19:16 #

    책을 한번 자세히 읽어 봐야 알겠습니다만... 설명하신 내용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저자가 말하는 구분은 사실상 별 의미없지 않나요? 예전 국가구분에서 사용되던 것에 애매모호한 부분을 들춰내기는 했는데 들춰내 구분한 것이 또 다른 애매모호함을 연출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 초록불 2006/12/20 08:39 #

    페로페로님 / 책이 워낙 엑기스라 내용을 다 정리하면 꽤 분량이 되어버릴 겁니다. 저자의 주장 중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 인정을 요구하는 것과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해석의 적용이죠. 이 부분은 사학계의 오래된 논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부체제론]이라는 이상한 이론의 수정이죠. 저는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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