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돼지해가 아니에요 *..잡........학..*



올해가 황금 돼지해니, 붉은 돼지해니 해가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좋다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기를 낳으면 개띠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들 있을까요?
사주팔자의 띠로 운세를 살피는데, 당연히 음력으로 따지겠죠? 그런데 음력이라고 해도 설날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에요. 사주팔자의 운세는 입춘을 기점으로 구분합니다. 돼지해 아기를 원한다면 입춘 이후에 낳으세요!

이번에 입춘을 기점으로 사주를 구분해서는 안 되고 동지를 기점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는 군요. 이 일로 역술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모양입니다.

이 기점을 잡아 한 해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한 해의 시작이 언제인가를 따지는 것인데,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음력 1월이라고 하는 것은 간지로 따지면인월(寅月)이 됩니다. 간지의 순서는 자축인묘... 순이므로 1월이 자월(子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세 번째인 인월로 되어 있다는 것은 특이하죠?

그럼 자월(子月)은 언제일까요? 음력 11월이 자월이고, 음력 12월이 축월(丑月)입니다. 자월에는 중요한 절기가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동지가 바로 자월에 속한 절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음력은 사실은 태음태양력이라고 해서 양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절기라고 부르는 동지, 입춘 등이 바로 태양력에 의해서 정해진 것으로 이 날짜는 대개 움직이지 않습니다. 동지는 12월 22일경이고 입춘은 2월 4일경입니다. 올해 입춘도 2월 4일이죠.

동지는 잘 알다시피 밤이 제일 긴 날입니다. 따라서 이날로부터 낮이 조금씩 길어지죠. 옛날 사람들은 이날을 가리켜 [일양래복(一陽來復)]이라고 불렀습니다. 겨울인 음(陰)이 끝나고 봄인 양(陽)이 이날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 거죠. 해가 조금씩 길어지니까 이제 봄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태양은 조금씩 길어지지만, 기온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추워지죠. 기온이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상승하는 시점이 바로 입춘입니다. 고대인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양래복(一陽來復)]의 날은 [동지]가 아니라 [입춘]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입춘이 들어있는 음력 정월을 새해의 첫달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어 인월(寅月)이 정월이 된 것이죠.

중국은 나라에 따라 정월이 달랐습니다. 하나라는 인월을 정월로, 은나라는 축월을 정월로, 주나라는 자월을 정월로 삼았다고 합니다. [맹자] 양혜왕장구상 편에는,

칠팔월 사이가 가문즉 싹이 마르다가 하늘이 기름지게(뭉게뭉게) 구름을 일으켜서 좍좍 비를 내린즉 싹이 발연히 일어나나니 그 이와 같으면 누가 능히 막으리오.

라는 구절이 들어 있습니다. 7~8월에 싹이 나다니, 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은데, 이것은 주력(周歷=주나라 역법)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음력 5~6월 경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대 문서들을 볼 때는 거기에 쓰인 연월이 어느 역법에 따른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효소왕 9년조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九年 復以立寅月爲正 (효소왕 9년-700년) 다시 인월을 정월로 삼았다.

이것은 중국의 역법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구당서(舊唐書)] 권6 측천무후(則天武后) 성력(聖曆) 3년(700년)조에 의하면, 당에서는 이 해 10월에 정삭(正朔)을 복구하여 음력 1월을 정월로 삼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역법을 충실히 따른 것입니다. 이 당시 중국에서 사용되던 역법은 인덕력(麟德曆)이라고 해서 당 고종 인덕(麟德) 2년(665)에 이순풍(李淳風)이 만든 것입니다. 인덕력은 건봉(乾封) 원년(666)부터 개원(開元) 16년(728)까지 63년에 걸쳐 사용되었습니다.

신라가 국제 표준인 중국역법을 받아들인 것은 진덕여왕 4년 (650년)의 일입니다. 이것을 두고 사대주의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은 서기를 사용하지 말고, 양력도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역법도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사용은 국제 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사대주의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국수주의적인 발상일 뿐입니다.

광개토대왕비를 보면 영락(永樂=영락은 광개토대왕의 연호) 5년이 을미년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삼국사기를 보면 을미년은 광개토대왕 4년입니다. 즉 비문은 삼국사기에 적힌 것보다 1년 전에 광개토대왕이 즉위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럼 고구려의 연대를 모두 1년 전으로 바꿔야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국하고 일어난 사건 등의 연대가 맞기 때문이죠.

능산리 고분에서 발견된 사리감에는 창왕(昌王) 13년이 정해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창왕은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 위덕왕입니다. 위덕왕의 이름이 창(昌)입니다. 그런데 [삼국사기]를 따르면 정해년은 위덕왕 14년입니다.

이번에는 광개토대왕과는 달리 1년이 뒤로 가 있습니다. 이렇게 연도가 오락가락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역법을 시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후대에 [삼국사기]를 편찬하던 김부식이 삼국의 고유한 역법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결국 연대에 착오를 일으킨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은나라는 축월을 정월로 삼았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부여도 이 은력(殷曆)을 따랐습니다. 은력 정월에는 영고(迎鼓)라 하여 하늘에 제사 지내고 큰 잔치를 열어 먹고 마시고 춤추며 즐겼으며 죄수들도 풀어주었다 합니다.

“아이고, 뭐가 이리 복잡해”라고 말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서양 역법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어로 9월을 September라고 하는데, 이것은 7을 의미하는 라틴어 septem에서 온 말입니다. 9월이 왜 일곱 번째 달일까요? 이건 마치 정월이 인월인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라틴어가 나왔으니, 서양 역법이 로마에서 만들어진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사실을 아셨을 겁니다. 처음 로마에서 사용된 역법은 [로물루스력](기원전 753=이 연도는 전설 상의 연도입니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3월 Martius를 정월로 삼아서 1년을 304일로 계산하는 이상한 달력이었습니다. 달도 10개밖에 없었습니다. 음력으로 해도 1년이 354일인데, 어떻게 304일을 1년으로 했을까요?

로물루스력은 물론 태음력이었지요. 당시 로마 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겨울을 아예 달로 취급도 안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 미개한 방식으로는 한해의 시작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11월 Januaius(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 신 야누스에서 따온 말)와 12월 Februarius(속죄의 신 Februrus에서 따온 말)를 추가한 [누마력](기원전 710년)이 나왔습니다. 누마력도 태음력으로 1년을 355일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다 기원전 153년에 야누아리우스(Januaius)를 정월로 삼는 역법의 개혁이 단행되었습니다. 동지가 있는 달을 정월로 삼은 것입니다. 하지만 2월이 제일 끝달이었다는 흔적은 마치 인류에게 꼬리가 있었다는 흔적인 꼬리뼈가 있는 것처럼 남아있습니다.

왜 2월만 날짜 수가 적을까요? 그것은 본래 2월이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달에서 두 번째 달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날짜 수는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누마력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태음력이므로 윤달이 필요했습니다. 세월이 오래 지나자 3개월이나 달이 틀리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시저 때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역법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졌습니다. 시저는 태양력을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혼란이 생긴 역법을 제대로 잡기 위해 2월 뒤에 23일의 윤달을 추가하고, 11월 뒤에는 67일간의 윤달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리하여 기원전 46년은 1년이 무려 445일이나 되었습니다. 시저가 만든 역법을 [율리우스력]이라고 합니다. 시저는 1년이 365와 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윤일도 만들어서 4년에 한번씩 세도록 했습니다.

시저는 율리우스력을 만들면서 7월 Quintilis (본래 라틴어로는 다섯 번째 달이라는 뜻)을 자기 이름을 따서 Julius라고 바꿨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영어 July의 어원입니다.

시저의 후계자로 로마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8월을 자기 이름으로 고쳤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8월이 본래 30일짜리의 작은 달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2월에서 하루를 빼내 8월을 31일로 고쳤습니다. 이 덕분에 31일, 30일 순으로 질서정연했던 달력이 이상해져 버렸지요. 거기에다 가뜩이나 날짜가 적었던 2월은 또 하루가 줄어들어버렸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로마황제는 자기 이름을 달력에 넣고자 했습니다만 위 두 사람을 빼고는 모두 당대의 해프닝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1년은 365¼일이 아닙니다. 1년은 사실 365일 5시간 48분 46초입니다. 따라서 365¼일로 한해를 세다보면 결국 태양과 날짜가 엄청나게 일치하지 않는 날이 오고야 맙니다. 율리우스력도 결국 이런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그리하여 1582년에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10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를 달력에서 지워버렸습니다. 10월 4일 다음날이 10월15일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열흘을 줄이자 달력이 다시 태양과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윤년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제정했습니다. 그것을 [그레고리우스력]이라고 부르며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법을 모든 나라가 채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신교 국가인 영국은 그레고리우스력의 사용을 거부했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의 날짜는 자꾸만 태양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말았죠. 결국 1752년 영국도 달력을 고쳤습니다. 이 해 영국은 9월 2일 다음날을 9월 14일로 만들어서 11일을 생략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임대업자들은 11일의 임대료를 사기당했다고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 역법뿐 아니라 서양 역법의 역사도 복잡기괴하지요?

덧글

  • Kyrie_KNOT 2007/01/28 13:04 #

    참 머리아프네요..-_-;
  • 페로페로 2007/01/28 13:28 #

    으휴~ ^^;;; 역시 복잡해요. 예전에 주역가지고 점보겠다고 설쳤던 때에 이런 역법도 한번 본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몇일 하지도 못하고 포기했었죠... 너무 어려웠거든요 ^^;;;
  • 슈타인호프 2007/01/28 13:43 #

    알고 있던 것도 있고 모르고 있던 부분도 있군요. 하지만 모르던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늘 상식을 제공해 주시는 초록불님께 감사드립니다^^
  • 별빛수정 2007/01/28 13:50 #

    그렇군요@_@ 무심결에 이미 돼지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음력 기준이란 걸 잊고 있었네요. 그리고 띠 구분이 저렇게 복잡한 줄은 몰랐네요^^;;;
  • 초록불 2007/01/28 14:48 #

    Kyrie_KNOT님 / 그냥 이런 것도 있다 재미로 보세요. 공연히 머리 아프게 해드릴 작정으로 쓴 건 아닙니다...^^;;

    페로페로님 / 주역을 이야기하면 여기 적은 건 새발의 피죠.

    슈타인호프님 / 그냥 저도 공부 겸해서...^^

    별빛수정님 / 고대사의 날짜는 그냥 믿으면 곤란한 거죠.
  • chione 2007/01/28 16:24 #

    절친한 후배가 올해가 본명년이라서 액을 막아준다는 빨간 팔찌 보내주기로 했는데... 입춘 전에 보내주려면 서둘러야겠네요. 설 전에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
  • 풍백비렴 2007/01/28 18:36 #

    헤에 조금 머리아프기는 하지만 새로운 걸 알게되는 군요. 로마인들은 농사 못짓는 달은 달로도 안친다라.. 흠 처음 만들때는 그럴만도 하군요... 고대사의 날짜.. 모르는 사람들은 속아서 정상적인거 틀렸다고 우기기 쉽겠군요;;
  • 둔저 2007/01/28 22:24 #

    @.@ 눈 앞이 빙글빙글 도네요. 엇... 그러고보니... 저는 얼리적에 생년월일 여쭤보니 다른 애들하고 같다고 하셨다가 나중에 주민번호가 84년이라서 여쭤보니 그건 음력이 이러쿵 저러쿵 하셔서 '아 태어난건 83년인가..'라고 생각하다가 또 여쭤보니 태어난 것은 84년... -_-; 그래서 저는 아직 제 띄가 돼지인지 쥐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쿨럭. (니가 그러고도 대학교 나온 놈이냐!)
  • 초록불 2007/01/28 22:30 #

    둔저님 / 음력 기준으로 띠를 나누는 것이 옳지만, 사주 중에도 동지를 기점으로 보는 것도 있으므로 띠는 편한대로 가져가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원하는 띠로 고르세요. 물론 일반적으로는 입춘 이후의 띠를 자기 띠로 하는 겁니다...^^;;
  • 둔저 2007/01/28 22:43 #

    실은 친구들이 '둔저는 돼지띠지.' '암, 그렇지. 어디를 보나..'라며 돼지띠로 만들어버렸습니다. ㅠ.ㅠ 흑... 뚱뚱한게 띠랑 무슨 상관인지.
  • 루드라 2007/01/30 03:07 #

    띠를 말할 때 음력으로 따지는 것은 맞습니다만 입춘을 기점으로 하는 건 사주 볼 때만 그렇게 따지는 것이거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자기 띠를 소개하거나 할 때는 음력 설을 기점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Nairrti 2007/01/30 06:02 #

    설과 입춘 사이에 어중간하게 있는 사람들은 취향대로 골라가져도 됩니다. ;)
  • 초록불 2007/01/30 10:13 #

    루드라님 / 그렇게들 하지요. 올해 운수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운수는 사주보면서 따지는 것이고 그 운수를 받으려면 입춘 이후에 낳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간혹 젊은 사람들은 양력만 바뀌어도 띠가 바뀌는 줄 알더라고요. 어쨌든 올해는 입춘이 설보다 빨라서 문제가 되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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