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뛰어넘는 주제에는 상식을 깨뜨릴 수 있는 증거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덕일은 조선일보 연재 컬럼에서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최근 출간된 ‘고조선, 사라진 역사’는 이런 모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 성삼제씨는 지린(吉林)대학 역사학과 교수였던 장보취안(張博泉)의 ‘명도폐연구속설(明刀幣硏究續說)’을 인용해 명도전이 고조선 화폐임을 밝혀냈다. 명도전 손잡이 끝의 구멍이 사각형인 방절식(方切式)은 연나라 화폐지만 원형인 원절식(圓折式)은 고조선 화폐라는 것이다. 만주와 한반도에서 출토된 많은 명도전이 원절식인 이유가 자연스레 이해된다. 그렇다면 ‘明’자 ‘비슷한 글자’는 고조선 고유 문자일 수도 있다. 샹폴리옹 같은 언어학자가 나온다면 우리도 고조선어를 통해 반만년 전 고조선의 원초적 역사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박사 타이틀을 가진 역사학자가 잘하는 짓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뭘 좀 찾아보고 조사 좀 해보고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굵게 된 부분부터 한번 다시 읽어봅시다.
명도전 손잡이 끝의 구멍이 사각형인 방절식(方切式)은 연나라 화폐지만 원형인 원절식(圓折式)은 고조선 화폐라는 것이다.
나는 학사에 불과하고 중국어도 못하지만, 인터넷만 검색해 보아도 명도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명도전의 형식에는 I식부터 VII식까지 일곱 개의 유형이 있습니다. 그중 명도전 손잡이 끝이 사각형인 형식은 몇 식일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그런 조건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명도전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명도전 끝의 구멍을 가지고 분류하는 법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명도전 그림을 한번 볼까요?

아래쪽의 원이 문제의 구멍부분입니다. 네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 네모난 모양의 구멍을 가진 명도전이 있는지조차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이덕일은 마치 뭔가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만주와 한반도에서 출토된 많은 명도전이 원절식인 이유가 자연스레 이해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한숨) 이해가 되긴 뭐가 이해가 되나요? 애초에 저 말이 구멍을 나타내는 것이었으면, 원공(圓孔), 방공(方孔)이라고 썼을 것입니다. 그럼 원절식과 방절식은 무슨 의미일까요?
명도전은 1기에서 3기로 시기가 구분이 되는데, 1기에는 I식에서 IV식이 포함됩니다. 이때 명도전의 특징을 원절배(圓折背)라고 합니다. 이거 그냥 우리가 아는 정도의 한문 실력으로 읽으면 됩니다. “등이 둥글게 꺾였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이덕일이 말하는 원절식입니다. 제2기는 V식인데, 이 명도전의 특징은 원방절배(圓方折背)라고 합니다. 등이 둥글며 모나게 꺾였다는 말인데, 제3기로 가는 교량역할이라 그렇습니다. 제3기는 방절배(方折背)를 특징으로 합니다. 바로 방절식입니다. VI식과 VII식이 여기에 속합니다.
제1기의 명도전은 하북성 중북부에서 최대로 나왔습니다. 그 다음이 북경과 요녕성입니다. 제2기의 명도전은 연나라 도읍지에서 발견된 모양입니다. 중국어가 짧아서 더 이상은 무리.
제3기의 명도전은 요녕, 적봉, 길림 등지에서 출토됩니다. 이것은 연이 조선을 친 이후에 요동으로 확장된 흔적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덕일이 이야기하는 장박천의 논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정확하게 말한다면 장박천은 명도전이 고조선의 화폐라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장박천은 명도전이 “기자조선”의 화폐라고 말한 것입니다.
장박천은 I식 원절식 명도전의 경우 그 기원을 고죽국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죽국이 비정되는 난하 하류 즉 노룡현 일대로부터 북경에 이르는 지역에서만 출토되는 것을 증거로 잡고 있습니다. 장박천은 I식을 첨수도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박천은 기자 조선이 점점 강대해져서 요서의 본거지에서 요동으로 이동해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나라에 의해 기자 조선이 멸망했으며, 멸망한 기자 조선의 후예가 낙랑 지역에 들어가 새로 조선을 세웠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장박천은 삼국지 위략의 조선 기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견해와 충돌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박천은 기자와 기자 조선이 낙랑에 있었다는 후한말 주석가들은 모두 잘못 연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장박천의 연구를 인정한다는 것은 기자조선을 인정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더구나 그 기자조선은 요서와 요동을 아우르는 대국이었다는 거죠. 대륙을 지배했다는 고조선 신봉자인 이덕일은 자신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학자의 논문을 자랑스레 쳐들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나 있을까요?
명도전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한 글도 참고해 주세요.
전설의 마법 명도전 [클릭] - Shaw님의 포스팅
덧글
그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몇 줄 써주면 고마워서 절절 매는 학자들도 문제예요. -_-;;;;
1961년 충남 아산출생으로 숭실대학교 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이거 그냥 우리가 아는 정도의 한문 실력으로 읽으면 됩니다. -> 사학자가 아니라 관련 제반 지식은 없고 그냥 저희가 아는 정도의 우리말로 번역(읽다?)해보면
-. 圓折背 : 둥글고 등이 꺾임.
-. 圓方折背 : 둥근테(?)안에 방형구멍이(엽전) 있고 등이 꺾임.
-. 方切式 : 네모나게 끊긴 형, 내용 상 칼럼니스트 실수인 듯.
하고 싶은 얘긴 없고 김덕일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너무 유치하게 비아냥거려서 얄미워서 그럼니다.
리플 하나 달려고 이글루 가입까지 해야 하니 참 수고스럽겠어요.
이렇게 노력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환빠질도 보통 정성으로 하는게 아닌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맨 욕하는 인간들 뿐이고. 세상살기 참 힘들죠.
돈이야 둥글면 어떻고 네모나면 어떻습니까. 양다리 달리고 네모나게 생긴 돈이 있으면 어떻고 등이 꺾이면 어떻습니까.
이덕일이 누군지 몰라서 쓰다 보니 김덕일이라고 쓸 수도 있지, 다들 너무 까칠하게 그러시는군요.
슬쩍 건드리면 통통 소리가 나니 아무리 애써도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은 못찍어주겠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어엿비녀겨서 잘 타일러야죠.
//아틸라.
무식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자신을 잘 아시는 군요. 기본 베이스가 별로라서 열심히 노력해도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보세요. 일단 철자법부터 엉망이고 듣는 귀나 보는 눈에 심하게 지장이 있는 것이 키워로서 대성할 자질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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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본 사람으로써 저도 님께 감히 충고드리자면 부디 남의 입장을 잘 헤아리는 아틸라님이되세요.
제 우견으로는, 장박천이 원절식, 방절식이라고 한 것은 흔히 날의 모양에 따라 호배, 절배, 직배로 나누는 것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합니다. 講壇走狗님 블로그에 성삼제가 나타났을 때, 포스팅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방절식이라고 하고 있는데 손잡이 구멍은 분명히 원형이나 明자의 형태가 바로 장박천이 지적한 방절형입니다. 이것을 보면 최소한 이 때에는 자기가 <<고조선, 사라진 역사>> 에서 틀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불확실한 얘기라서 리플에 적었습니다.
(ps... 이덕일이 어떤 책에서 명도전 논의를 수정하였는지요? 제가 본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에서는 여전히 성삼제의 잘못된 논의를 따르고 있었는데 그 후에 개정하였습니까?)
장박천은 원절식에는 0) 문양이 있고, 방절식에는 0)) 문양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문양이 꺾이는 정도에 따라 원절식과 방절식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장박천은 원절식은 기자조선의 화폐이기 때문에 0) 문양은 연나라 화폐인 방절식에 있는 0)) 문양과는 다른 글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야말로 Shaw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니 제가 잘못 읽은 건지 의심이 드는군요...^^;;
저도 원래 장박천 논문이 그런 뜻인줄 알았는데, <<先秦货币硏究>> 에서도 明자에 원절과 반절이 있다고 해 놓은 것을 보았기에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본 것이고 워낙 문견이 없어서 뻔한 것을 잘못 해독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다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