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해리포터’에서 무엇을 배울까 [클릭-안해도 괜찮음]
위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의 컬럼은 영국이 해리 포터를 관광자원으로 잘 팔아먹고 있는데, 우리 관광업계는 왜 그런 짓을 못하느냐는 질책이다. 한류 드라마를 관광상품화해서 반짝 세일에 그쳤다고 비판하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해리 포터를 들먹이는 것은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다.
컬럼에서는 내놓는 문화상품은 박경리의 [토지]다. [토지]는 분명 좋은 소설이다. 20년 전에는 매우 좋은 소설이었다. 나는 [토지]가 지금도 매우 좋은 소설로 신세대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기자라 차마 쓸 수 없었겠지만, 대하소설로는 [태백산맥]이 [토지]보다 더 읽히지 않았겠는가? 문득 내 블로그에 오는 분들 중 두 작품 중 어느 것을 읽었을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그런 것을 떠나 [토지]가 되었든, [태백산맥]이 되었든, 황석영의 [장길산]이든, 홍명희의 [임거정]이든 이게 해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데 무슨 상관인가? 이 작품들 번역이나 되었나? 우리나라에 전세계 6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5백만 권이 팔린 책이 있던가?
그런 책이 나올 환경은 만들어주었는가? 판타지 소설은 평론도 해주면 안 된다는 평론가들의 사고는 좀 개선이 되었나? 판타지 소설에 변변한 상 하나 주는 곳이 없는 나라 아니던가? 아이들 동화조차도 궁상에 찌든 생활 이야기가 아니면 취급도 안 해주는 곳이 우리나라 문화계가 아니었던가? 판타지는 유아 그림책에서만 허용되는 장르 아니었던가?
손발을 묶어놓고 바다에 던져놓은 시장이 우리나라 판타지 시장이다. 대중에게 영합하지 않고 살아남기란 하늘에 별따기. (어이, 여기서 "자네 재주가 모자라서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야? 진산 마님의 책도 대여점에서 몽땅 반품되는 세상인데...)
한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라는 말에 속은 적이 있다. 아니다. 가장 세계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일 뿐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된다면, 그것은 그 한국적인 것에 세계적인 부분이 있었을 뿐이다. 그걸 찾아내야 하는 거라고? 물론 그걸 찾아내는 사람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세계와 상대할 사람도 필요한 거라고. 그리고 그쪽이 더 시급하다.
해리 포터에서 무엇을 배울 거냐고? 자유로운 상상을 허용할 수 있는 나라가 갖는 저력말고 다른 게 뭐 있겠나?
덧글
우리나라 창작동화 가끔 접할때가 있는데 별로 읽고싶은 마음이 안생기더군요.;;
해리포터 경우 작가도 그렇게 인기를 끌줄생각못했겠지만 그 인기를 더욱더 부풀려 마음껏 활용할 여건이 되는것도 부러울따름이지요.
도덕 교과서에 모두가 낚인 거죠 =ㅅ=;
그런데 이거 쓴 사람은, 문화부 기자도 아니고 산업부 이런데 사람인가 보네요. 어찌 보자면 더 엄한...
이것은 거대한 수면제다 -_-
솔직히 저도 대여점을 주로 이용하지만 무협이나 판타지는 빌려보는 거라는 인식은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엔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해리포터의 인기 비결은 영국이 원조집임을 주장할 수 있는 특유한 고전적인 기숙사제 사립학교 생활의 요소요소들을 마법학교라는 환타지의 설정과 절묘하게 조합시킨 패러디 적인 면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가장 영국적인 상품이 세계시장에 먹혀들어 간 것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상품과의 기본적인 차이점은 가장 영국적인 것들은 이미 세계시장에 폭넓은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영국의 문화적 영향력이야 역사적인 강대국이었던 시절이 그렇게 오래되었으니...), 가장 한국적인 것들은 전혀 그런 기반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가장 영국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이 되기 힘들죠.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딱히 국가생존에 필수적인 기간산업은 아니라고 보는데, 성공할 가망이 없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좀 다른 '돌파구'를 찾아봐야죠. 저런 편협한 기사식의 주장으로는 여전히 가망이 없어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