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죽었다 *..역........사..*



독립운동총서2  [3.1운동] 214~215쪽에 나온 정재용 옹의 이야기

최영희(국편위원장) - 그 양반(정재용)이 이야기한 당시의 광경은 이러한 모습이예요.

자기가 그 전날에 경신학교를 나갔고, 또 황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독립운동선언문을 가지고 서울역에 사서 비밀리에 붙였다는군요. 그런데 다 붙이면 아까워서 그 중 한 장을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그 다음날 2시에 만세를 부르기로 했기 때문에 이 시간보다 일찌감치 파고다 공원에 들어갔더니 군중들이 정문과 뒷문에서 모여들어 오는데 민족대표가 없어 독립선언문을 낭독할 수 없었다는 거예요. 즉 2시간이 넘어도 민족대표가 안 나타나더라는 거죠.

그때 정옹이 얼핏 생각하니까 내가 여기서 목숨을 바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대요. 그리고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독립선언문이 생각이 나서 그것을 꺼낸 다음, 팔각정의 높은 마루에 올라 서서 선언문을 읽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하고 읽어 나갔대요.

마지막까지 읽을 때에 무슨 생각이 났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이제 나는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솔직한 얘기죠.

그랬는데 거의 끝날 무렵, 즉 공약삼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나이 많은 사람이 지팡이를 들고 도리우찌 모자를 휘두르자 서로 만세를 부르더라는 거죠.

그래서 그 다음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한참 멍하니 선 채 나는 죽었구나 생각을 하고 광경을 보자, 군중들이 대부분 학생인데 만세를 부르고 종로 쪽으로 달려가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뛰어나가서 자기도 만세를 함께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르겠대요.

그런데 그 분이 그때 학생으로서는 좀 나이가 많았었대요. 만학이었던 모양이죠. 그리고 자기는 그때 캡을 썼다고 합니다. 비밀기록을 보면 캡을 쓴 놈이 누구냐고 찾았다는 대목이 있는데 꼭 맞아 들어가서 틀림이 없어요. 이 양반이 이 얘기를 할 때마다 언제나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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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정재용 [鄭在鎔, 1886.11.6~1976.12.31]
1886년 11월 6일 황해도 해주(海州)에서 태어났으며, 경신중학교(儆新中學校)를 졸업하였다. 1910년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긴 뒤, 1919년 3월 1일 파고다공원(지금의 탑골공원)에서 손병희(孫秉熙) 등의 민족대표와 박희도(朴熙道)·이갑성(李甲成) 등의 종교계 대표, 김원벽(金元璧)·강기덕(康基德) 등의 학생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식을 거행할 것을 알고 약 5,000명의 학생들과 함께 참석하였다.

이날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식 장소를 인사동(仁寺洞) 태화관(泰華館)으로 옮기고 나타나지 않아 군중들이 혼란에 빠지자, 팔각정 단상으로 올라가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다. 이에 격앙된 수천 명의 학생과 군중들은 만세를 외치며 독립만세시위를 전개하였다.

이 일로 같은 해 8월 체포되어 평양(平壤) 감옥에서 2년 6월형을 선고받고 감옥생활을 하였다. 출옥한 뒤에는 독립운동단체인 의용단(義勇團)에 참가하여 서광신(徐光信)·이기춘(李起春) 등과 함께 항일운동에 진력하였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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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슈타인호프 2007/03/10 13:13 #

    역사책을 보면서 이 사람 참 대단하구나...했던 사람들이 극히 최근까지 살아있었거나 지금도 살아있어서 같은 공기를 숨쉬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더군요. 역시 현재는 과거와 이어지고 있군....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초록불 2007/03/10 13:28 #

    슈타인호프님 / 금방 똑같은 감상을 술회한 글을 올렸습니다...^^;; 고사변 자서 읽어보세요.
  • 水聯天 2007/03/10 15:14 #

    초록불님이 먼가 큰일이라도 하신줄 알았어요!! 놀래서달려들었답니다;;
    결국 낚였다는거~!! 에잇
  • 초록불 2007/03/10 15:57 #

    水聯天님 / 죄송합니다. 사실 낚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먼산)
  • 머미 2007/03/10 22:46 #

    이런 분을 소재로 3.1절 특집극 같은걸 만들어도 지나치게 숙연하지 않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분 역할을 doc의 정재용이 하는 것도...
  • 총천연색 2007/03/11 21:03 #

    허 ㅇ_ㅇ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 베리타스 2009/09/21 10:30 #

    모 근현대사 책에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학도 한 명'이라고 되어 있길래 누굴까 하고 궁금해하기도 했는데, 멀쩡히 이름도 나와 있었군요. 뭐지...-_-; 여튼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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