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Q본전(桓Q本錢) *.....비공개....*



제1장 서문

내가 환Q의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은 것은 1~2년 사이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쓰려고 하면서도 망설이게 되는 걸 보면 내가 내뱉은 말을 꼭 지키는 종류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부터 불후의 글이라는 것은 불후의 인물을 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은 글에 의해 전해지고, 글은 사람에 의해 전해진다. 사람이 먼저일지, 글이 먼저일지 종종 혼동이 되기도 하는데, 아무튼 내가 환Q의 본전을 전하기로 마음먹은 일은 내 생각에도 희한한 구석이 있다.

그런데 이 한 편, 불후는커녕 당장이라도 사그라질 듯한 글을 쓰고자 컴퓨터를 켜자 당장 곤란한 점에 부딪치고 말았다. 첫 번째 문제는 글의 제목이었다. 공자(孔子)는 “명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주목해야 할 말이다.

전기의 제목은 매우 많다. 열전(列傳), 자전(自傳), 내전(內傳), 외전(外傳), 가전(家傳), 소전(小傳), 별전(別傳) 등등.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환Q의 이야기는 이 어떤 것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열전이라고 해볼까? 하지만 이 글은 수많은 훌륭한 인물들과 함께 정사에 올릴만한 글이 아니다. 자전이라고 해볼까? 하지만 나는 환Q가 아니다. 외전이라고 해볼까? 내전도 없는데, 무슨 외전이 있겠는가? 더구나 내전이란 본래 신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니 환Q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것이다. 가전이라고 해볼까? 나는 환Q와 동족도 아니고, 그의 후손에게서 청탁을 받지도 않았다. 소전이라고 해볼까? 환Q에게 대전(大傳)이 없거늘 소전도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이 한편의 글은 본전(本傳)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겠으나 중국의 대문호였던 노신 선생도 아Q의 이야기를 쓰면서 자신의 문장이 상스러워 감히 본전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고 하였으니, 감히 내가 어찌 환Q의 이야기를 쓰면서 본전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이야기를 써서 본전(本錢)이나마 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단어를 빌려와 제목에 써먹기로 했다.

두 번째 문제는 남의 이야기를 쓰려면 꼭 알아야 하는 사실들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쓰려면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 출생이고 어느 학교를 나왔다”는 것 정도는 써줘야 하는데 나는 심지어 환Q의 성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의 성은 “환”이 아니라 “한”이라는 소리도 있다. 언젠가 한번은 그의 조상이 치우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 이튿날로 곧 모호해져버리고 말았다. 환Q가 자기 조상에는 치우뿐만 아니라 황제도 들어있다고 자랑을 한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황제가 치우와 싸운 사람이고 한 영감의 조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환Q의 말이 터무니없다고 이야기했으나 곧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알고보니 한 영감의 사당에,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황제와 치우가 모두 모셔져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염제라는 늙은이도 모셔져 있었다.)

그러니 환Q의 이야기가 말짱 거잣말인 줄 알았던 동네 사람들은 환Q의 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며 환Q에게 적으나마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순사가 와서 환Q를 잡아 한 영감의 집에 데려간 것이다. 한 영감은 환Q를 보자마자 대로하여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환Q, 이 머저리 같은 놈아! 내가 네 놈의 동족이라고?”

환Q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영감은 점점 더 울화가 치밀어 있는대로 고함을 질렀다.

“감히 그 따위 소리를 함부로 지껄여! 내게 네 놈 같은 동족이 있을 턱이 있느냐!”

환Q는 입을 다문 채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한 영감은 달려들어 그의 빰을 후려쳤다.

“네 놈이 어찌 우리 동족이란 말이냐!”

그러자 환Q도 정신이 돌아왔는지 항변을 했다.

“「제계사기」라는 책에 보면 황제가 백민에서 나왔으니 나와 동족이라고 했습니다만...”

한 영감이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따위 책이 어디 있단 말이냐? 어디 한번 보자!”

환Q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여긴 없지만 그 내용은 「초사」와 「사기」에도 나옵니다.”

한 영감의 집은 명문거족으로 많은 책이 있었는데 「제계사기」라는 책은 없었지만 「초사」와 「사기」는 가지고 있었다. 한 영감은 그 책들을 가지고 나와 환Q에게 내던지며 말했다.

“그래, 여기 어디에 그런 말이 있단 말이냐? 어디 한번 짚어봐라!”

그러나 환Q는 그 구절을 짚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까막눈이었기 때문에 그 글을 짚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환Q가 증거를 대지 못하자 한 영감은 환Q를 때리기 시작했다. 순사가 말리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몰랐다. 순사는 환Q를 끌고나와 일장 훈계를 한 뒤 벌금으로 이백 전을 내라고 했다. 환Q는 주머니를 털어 이백 전을 낸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환Q가 너무 엉뚱한 소리를 지껄여 스스로 매를 번 것이고, 환Q가 한 영감과 동족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동족이라 해도 한 영감이 있는데서 그런 이야기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들 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성이 무엇인지 끝내 알 수가 없었다.

세 번째로 나는 환Q의 이름을 도대체 어떻게 쓰는지 전혀 모른다. 그가 살아생전에 사람들은 그를 “환빠”라고 불렀지만 죽은 뒤에는 아무도 “환빠”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이름은 대개 한자를 가지지만 한자어 중에 “빠”는 커녕 “바”도 없으니 이는 분명 제대로된 이름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이름이 외자였다면 혹시 “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외자인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그의 이름은 “국”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인”을 “국”으로 잘못 쓴 것이라 이야기하니 그의 이름이 정말 “국”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수재로 소문난 한 영감 댁의 도령에게도 환빠의 빠가 의미하는 바를 물어보았지만 박학다식한 그도 끝내 그 이름의 유래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가 내게 해준 말은 “네이버 지식인을 뒤져보았으나 오래된 일이라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았소.”라는 말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수단을 써보았다. 아는 사람을 통해 환Q의 전과 여부를 조회해 본 것이다. 8개월 후에야 겨우 회답이 왔는데 그에 의하면 환Q와 발음이 비슷한 사람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정말 없었던 것인지, 애초에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인지 나로선 모를 일이었다. 다만 이로써 더 이상 그의 본명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것 하나만은 분명해졌다.

나는 애초에 대충 알려진 대로 “환빠정전”이라 써볼까 생각도 했으나, 불분명한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 마음에 걸려 ㅃ의 영문자판인 Q를 사용하여 “환Q본전”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네 번째로 그의 고향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종종 자기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왜놈이니, 중꿔니, 화교니 하며 불렀다. 이는 그가 한국어를 제대로 할줄 몰랐다는 증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가 본래 외국인이어서 한국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에 대해 외국인으로 착각했으리라는 지극히 타당한 추론이었다. 그가 자기 조상이라고 주장한 황제와 치우는 모두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니 그가 중국 사람일 것 같기는 하지만, 본래 우리나라 성에는 중국에서 온 것이 많으니 그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역골”에서 살고 있었지만 곧잘 다른 곳에 머물기도 했으니 “역골”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

내가 약간이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이 한 글자 “환”은 대체로 정확하여,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한”이라 발음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환”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밖의 점에서는 잡학다식한 나로서는 천착할 수 없는 문제인지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역사벽과 고증벽이 있는 고람거사와 같은 분이 장래에 어쩌면 적잖은 단서를 찾아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 있긴 하나, 그때쯤 되면 나의 이 「환Q본전」따위는 이미 소멸해버리고 없을지도 모른다.

이상을 서문으로 해두자.

환Q본전(桓Q本錢) 2
환Q본전(桓Q本錢) 3
환Q본전(桓Q本錢) 4
환Q본전(桓Q本錢) 5
환Q본전(桓Q本錢) 6
환Q본전(桓Q本錢) 7
환Q본전(桓Q本錢) 8
환Q본전(桓Q本錢) 9
환Q본전(桓Q本錢) 10 -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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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어디로 튈지는 모릅니다. 그냥 한번 써봤습니다.
본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심히 자기 자신과 유사하다고 느낄 사람이 있을 것이나,
결코 특정인 한 사람을 모델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이상의 글은 노신의 [아Q정전]에 대한 오마쥬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덧글

  • 토르끼 2007/03/17 22:02 #

    제목만 봐도 웃기네요. ㄲㄲㄲ
  • 존다리안 2007/03/17 22:03 #

    여담인데 노신이 사마천에 대해서만큼은 높게 평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 역사관에 대한 자세 때문일까요?
  • 슈타인호프 2007/03/17 22:11 #

    ..........말을 이을 수 없습니다. 걸작이십니다^^
  • Kim_Hyun 2007/03/17 22:37 #

    그저 푸하하, 세 글자로밖에 표현이 불가합니다!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7/03/17 22:45 #

    스스로 싸인하는 장면까지 서주실건가요^^
  • 하얀까마귀 2007/03/17 22:50 #

    훌륭하십니다. 특히 ㅃ의 Q라는 데서... ^^
  • 비상문 2007/03/17 22:54 #

    책사풍후를 지칭하는것 같다능...(웃음)
  • 룬트슈테트 2007/03/17 22:55 #

    푸하하
  • 루드라 2007/03/17 23:11 #

    쵝오!!!....!!!
  • 서산돼지 2007/03/17 23:38 #

    정말 재미있읍니다. 뒷글을 기대하겠읍니다.
  • 비상문 2007/03/17 23:42 #

    역갤에 가져가서 좀 보여줘도 되겠습니까ㅋㅋ?
  • 초록불 2007/03/17 23:45 #

    비상문님 / 좋으실대로...^^;;
  • 초록불 2007/03/18 00:09 #

    사바욘의_단_울휀스님 / 물론 쓴다면 결말까지 써야하겠죠...^^
  • 초록불 2007/03/18 00:10 #

    존다리안님 / 그 이야긴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마천은 저도 존경하는 역사가죠...^^;;
  • 레오 2007/03/18 00:11 #

    이러다 테러 당하는거 아닙니까? 무섭습니다..ㄷㄷㄷ
  • 초록불 2007/03/18 00:24 #

    레오님 / 샐먼 루시디도 멀쩡한데요... 하지만 그 사람은 세계적으로 명성이라도 얻었지만, 전 그런 이야기 나오면 억울하겠는데요.
  • 치오네 2007/03/18 02:02 #

    아, 정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써서 본전(本錢)이나마 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ㅃ의 영문자판인 Q를 사용하여... 환Q본전... 아, 정말 센스 최고십니다! ^^
  • 총천연색 2007/03/18 03:51 #

    본전이 나올 지 의문. _-_
  • 니타 2007/03/18 05:39 #

    ㅃ -> Q - _-;; 이 대목은 그야말로 ㅋㅋ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 파파울프 2007/03/18 07:01 #

    푸핫~~~~!!!! 처음에는 뭔소린가 했습니다 근데 보다보니 그거군요 크흐흐흐 ^^
  • 회색하늘 2007/03/18 10:34 #

    역시 아Q정전 패러디였군요.(아, 오마쥬인가...)
  • 시퍼렁어 2007/03/18 11:59 #

    꺼삐딴 리 같기도 하고 뭐 ... --
  • 홍비홍신랑 2007/03/18 12:19 #

    웃음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소리 내어 웃을 수가 없는 공간에 있는 지라.....
    역시 대단하십니다.
  • leinon 2007/03/18 12:36 #

    우하하! 쵝오!! 정말 재미있네요!
  • 머미 2007/03/18 15:58 #

    환B정전 혹은 환B본전이라고 하면 못 알아먹을 사람이 많을 것 같으서 Q를 고집하신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아무튼 너무 재미있습니다!
  • 별빛수정 2007/03/18 19:23 #

    ㅃ을 Q로 바꾸시다니...놀라운 센스이십니다:)
  • 초록불 2007/03/18 19:28 #

    머미님 / 빠는 P가 더 맞지 않을까요? 하지만 환P본전이라고 하면 아큐정전이 도저히 연상이 안 되더라는...
  • luxferre 2007/03/20 10:54 #

    정말 싱크로가 높네요
  • joyce 2007/03/24 13:10 #

    훌륭하십니다.
  • 달빛까마귀 2009/04/20 17:53 #

    뒤늦게 초록불님의 글을 읽게 되어 뒷북으로나마 짧은 감상평을 남기고 갑니다.
    "이…이건 물건이다!!!"
  • 마무리불패신화 2010/03/02 23:50 #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고 갑니다.
  • matercide 2010/09/13 21:50 #

    이거 책으로 출판하세요. 출판하면 (돈 있을 때)사서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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