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Q본전(桓Q本錢) 9 *.....비공개....*

제5장 중흥에서 말로까지




역골에서 다시 환Q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그해 추석이 막 지난 무렵이었다.

환Q가 돌아왔다 하여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그때서야 생각해보니 환Q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Q는 지금까지 대체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전에도 환Q는 성에 들어갔다 오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무척이나 자랑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환Q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온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재야를 관리하는 노인에게만은 얘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역골에서 한 영감이나 화 영감이 성에 들어가면 화제가 되기는 해도, 가짜 왜놈이 성에 가도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으니 환Q가 성에 다녀오거나 말거나 관심이 가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재야의 노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소문도 돌지 않으니 역골 사람들도 환Q가 뭘 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환Q의 귀환이 종래와는 딴판이었음은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환Q는 졸리는 듯한 눈으로 술집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스탠드 앞으로 다가서자 허리 춤에서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죽간과 목간을 한 웅큼 스탠드 위로 내던지면서 말했다.

“사료요! 술을 주시오!”

몸에 입은 것은 새로 맞춘 겹옷이다. 그리고 허리에는 커다란 전대를 차고 있다. 묵직하게 축 늘어져 바지의 허리띠가 커다란 호선을 그리고 쳐져있다.

역골의 관례로선 약간 주목할만한 인물이라 생각되면 결코 소홀히 다루지 않고 본좌니, 개념인이니 하며 존경해주는 법이다. 지금 그가 틀림없이 환Q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과거 엉터리 논쟁을 벌이던 환Q와는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사료가 적힌 유물을 가지고 돌아오다니! 입으로만 살아가던 환Q가 아닌 것이다. 옛말에도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점원도, 주인도, 손님도, 지나가던 사람도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경의를 표한다는 존경을 나타내었다.

주인이 먼저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넸다.

“환Q, 참 오랜만일세.”
“아. 돌아왔소.”
“잘 왔네. 자네, 그간 어디...”
“성 안에 가 있었소!”

이 뉴스는 다음날 당장 온 역골에 퍼졌다. 사람들은 환Q가 가지고온 죽간과 목간의 내용을 알고 싶어했고, 그것을 어디서 구했는지도 궁금해 했다. 그래서 술집에서, 음식집에서, 토지묘의 처마 밑에서, 사람들은 차차 소문을 탐지해냈다. 그 결과 환Q는 새로운 존경을 받게 되었다.

환Q의 말에 의하면, 그는 박물관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박물관에도 본래 이름이 따로 있기는 했지만, 성 안에 박물관은 그것 하나기 때문에 구태여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박물관이라 하면 다 아는 것이었다.

이것은 역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근 5~60킬로미터 지역이 모두 그러했다. 그곳에서 일했다는 것은 당연히 존경받을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또 환Q의 말을 들으면 계속 일할 생각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박물관이라는 곳은 실로 얼빠진 곳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 대목을 듣자 사람들은 속시원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안타깝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환Q 따위는 도저히 박물관에서 일할 자격이 없는 것이지만, 역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었던 탓이다.

환Q의 말에 의하면, 그가 돌아온 것은 성안 사람들에 대한 불만도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이병도나 이기백 이야기를 한다든가, 본문과 주석을 구분한다든가 하는 점에다가 거기에 더해 최근에 관찰한 결점으로는, 사서를 원문으로 읽는 꼴볼견이었다. 사서를 원문으로 읽으면 귀동냥을 해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역사를 연구한다는 사람들이 그걸 원문으로 읽다니 말도 안되는 짓거리였다.

하지만 때로는 저쪽에도 탄복할만한 점은 있었다. 예컨대 역골의 사람들은 매일 같은 주제로 싸우고, 가짜 왜놈 정도만 겨우 새로운 주제를 가져오는데, 성안에서는 어린아이들까지도 새로운 주제로 논쟁을 벌일 줄 알았다. 저 “가짜 왜놈” 따위는 성안의 어린아이한테 걸리면 옴짝달싹 못 하리라는 것이었다. 이 대목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붉혔다.

“너희들 사람 목 자르는 것 본 적 있어?”

환Q가 말했다.

“참 재미있지, 혁명당을 죽이는 거야. 재미있다마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맞은 편에 앉아있는 사람 얼굴에 침이 튀도록 떠들었다. 이 대목에서는 듣던 사람들도 모두 긴장하고 말았다.

하지만 환Q는 주위를 돌아보더니 별안간 오른손을 들어 마침 목을 길게 빼고 정신없이 이야기를 듣던 털보의 뒤통수 움푹 들어간 데를 내리치면서,

“싹둥!”
하고 소리쳤다. 털보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목을 움츠렸다. 한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도 움찔했지만 재밌어 하기도 했다.

그후 며칠동안 털보는 넋빠진 사람처럼 되어 환Q 곁에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미장 사람들 눈에 비친 환Q의 지위란 것은, 한 영감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에 손색이 없다 해도 어폐가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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