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세계 - 설정이 그릇된 영화 *..문........화..*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일이 생겼다.

선택권은 없이, 그냥 쫓아가서 본 영화 -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

무슨 영화인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들어가서 보았다. 이런 경우도 참 오랜만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좀 황당하다. 대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조폭도 사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주인공에 무한정 동화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매우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딸아이로부터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조폭 가장에게 연민을 느껴야 한다고? 왜? 나는 강인구(송강호)가 때려눕혀서 강제로 도장을 찍게 되고 말도 못하게 되어 병원에 드러누워 있는 그, 애꿎은 피해자에게 자꾸만 눈길이 돌아간다. 그 영화에서 단지 소품에 불과한 엑스트라에게.

이 영화는 샐러리맨에게 바쳐야할 부분을 매우 과장해서 조폭으로 둔갑시킨 것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런 식이다.

성실한 샐러리맨 강인구. 그는 회사의 중간 관리자로 띨띨한 부하 직원들을 거느리고 열심히 일을 한다.
어느날 그에게 온 기회. 영업직에서만 몇 년을 썩던 그에게 프로젝트 팀장 자리가 주어진다.
그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뇌물도 바치고, 협력회사에게 배신도 때리고.
그런데 회사 고위층인 회장 동생이 프로젝트가 완수되어가자 자기한테 팀장을 넘기라고 압력을 준다.

그 와중에 집에서는 뼈빠지게 일하고 사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딸아이까지 차라리 나가 죽으라고 하는 팔자다.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구설수가 나돌았던 때문이다.


스포일러라고 욕먹기는 싫으니 중간은 건너뛰자.

아무튼 결국 아내까지 딸을 데리고 이미 아들이 유학가 있는 캐나다로 가버린다. 강인구는 기러기 아빠가 되어 캐나다에서 날아온 비디오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끝.

이런 대한민국 40대 기러기 아빠 이야기를 왜 조폭으로 설정했을까? 그냥 샐러리맨이어야 확실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데?
왜는 왜?

그냥 샐러리면이면, 유혈낭자한 싸움 씬도 자동차 십여대를 때려부시는 레이싱 씬도 찍기가 난감하니까.
볼거리 넣어주기 차원에서 조폭 기러기 아빠 이야기를 찍은 셈.
샐러리맨 이야기를 백만배쯤 튀기면 조폭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직장인이란 피 안튀기는 전쟁터에서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그렇다고 해서 과연 회사원이랑 조폭이 쎔쎔이 되나?

오히려 자신의 삶이 조폭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더 찌그러들게 만들 영화가 아니겠는가?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오랜만에 박지영 얼굴을 보았다는 정도?

여전히 예쁘다. 딸래미로 나온 아역도 참 비슷한 아이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글

  • acid 2007/04/12 09:11 #

    글쎄요. 저는 보는 내내 '조폭이 안 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들던걸요. ^^;;
  • 초록불 2007/04/12 09:12 #

    acid님 /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조폭이 되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보기 위해 두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_-
  • 나무벌레 2007/04/12 09:14 #

    요즘 이 영화, 많이들 보시나봐요. 역시 송강호의 힘인가.
    조폭이란 설정은, 언제나, 좀 그래요. 저는 폭력을 쓰는 것에 알러지 수준의 거부감이 있어서..
    주먹을 쓰는건..오락실 앞 펀치 기계에서나 쓰는건데 말이죠 (논점을 벗어났다...;;)
    보고싶은데, 볼 수 없는 현실이 슬퍼요.
    나중에 디비디로 빌려봐야겠어요..
  • kunoctus 2007/04/12 09:16 #

    사람이 어디 남의 말 곱게 듣나요...저런 걸로 간접체험이라도 좀 해야 고민이라도 할까 말까..
  • 초록불 2007/04/12 09:16 #

    나무벌레님 / 내용을 알았다면 전 보지 않았을 겁니다. 언젠가 케이블 방송에서 해줄 때 보게 되었겠죠.
  • 초록불 2007/04/12 09:17 #

    소민님 / 두 단계는 건너 뛴 댓글입니다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뜻입니다.)
  • 카푸치노 2007/04/12 09:51 #

    제 3국의 시선에서 "요코 이야기"를 읽으면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려는 영화인가요?
  • Pluto 2007/04/12 09:53 #

    뜬금없지만... "강인구"라고 하니 제 어렸을때 만화주제곡을 많이 작곡하셨던 분이 생각납니다.^^
  • 파파울프 2007/04/12 10:04 #

    전 조폭 영화는 보지 않습니다, 방송에서 나오고 누가 보면 어쩔 수 없이 보겠지만 제 돈 내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조폭은 <인간 쓰레기>이기 때문이죠. 세상이 이렇게 쓸모 없는 존재가 없습니다, 생산하지도 못할 뿐더러 생산을 방해하고 망가뜨리는 입장이죠.

    조폭 영화가 조폭은 인간쓰레기다 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꼭 조폭도 인간이더라 라던가 혹은 조폭은 이래서 멋있다 라는 식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보는 쪽이 훨-씬 속이 편합니다.
  • 유키링 2007/04/12 10:12 #

    생략하신 중간 부분의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언급하신 부분만의 내용으로 볼 때에는, 주인공을 샐러리맨으로 설정할 경우 스토리가 이른바 '뻔한' 이야기로 인식되어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급하신 대로 액션씬 같은 것도 등장하기 어렵겠고 말이지요.
    물론 뻔한 이야기가 꼭 나쁘다거나 흥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독특한 소재가 매력적이지 않겠습니까.
    .....뭐 영화도 안 본 입장에서 이런 댓글 달아봐야 의미없습니다만 :D
  • 둔저 2007/04/12 10:32 #

    시네마@@ 같은 여러 케이블, 정규방송의 영화소개프로에서 보니 뭐..조폭도 사람이고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이고 이런 내용을 표현했다~라고 하던데 그거 볼때마다 코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래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들 학살하던 놈들도 집에서는 좋은 가장이겠지.'
    어떻게 보면 기존의 폼나고 잘나가는 조폭들이 나오던 영화보다 더 불쾌하더군요.
  • 시퍼렁어 2007/04/12 10:43 #

    저는 이장과 군수를... 요즘은 코메디만 봐요 -_-
  • 초록불 2007/04/12 10:55 #

    둔저님 / 바로 그렇습니다.
  • 초록불 2007/04/12 11:32 #

    유키링님 / 저는 조폭 영화를 딱히 싫어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것도 일종의 판타지니까요. 하지만 그게 현실하고 이런 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 포더윙 2007/04/12 12:03 #

    저는 조폭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몇 개 보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한국에서 조폭 영화가 '얘기가 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현실과 일상을 비추어 놓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게 과장/생략되어 후까시와 폭력으로 점철된 조폭의 형상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보며 웃을 수도 있고, 동정할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좋은 허울을 동경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있을 때에 한해서지만요 -_- 너무나 밀착되면 숨이 답답하고 짜증이 치솟습니다 저도요. 얼마전 연극, 국산 뮤지컬, 점프 같은 공연 몇 개를 봤는데 거기서 코미디 코드로 나오는 모든 것이 아주 숨막혔습니다. 울러메면-쫄고, 때리려 하자-도망치고, 다구리치고, 허풍을 떠는 모습들이 조폭스러웠어요.
  • 아케트라브 2007/04/12 17:17 #

    조폭영화지만 조폭예기가 아님을 어핅하기위해 그런건 아닐지요..
  • 초록불 2007/04/12 17:34 #

    아케트라브님 / 무슨 말씀인지요? 조폭 영화면 조폭 이야기지, 사랑 영화인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 성립할까요?
  • 숫자 2007/04/12 20:57 #

    조폭미화 영화는 정내미가 떨어집니다..관람객들에게 "너도 한번 조폭이 되어서 이 상황이 되어봐라 "라는건지 그래서 조폭을 이해해라 라고 하는건지...실상 조폭을 접할수 밖에 없는 이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지.. 법은 멀고 주먹은 급이다른 부당함에 쩔어보고 영화를 관람하는것도 재미있을것 입니다.. 작가들이 조폭가지고 이야기하면 일단 무능해보입니다. 그러면서 시놉시스는 기가막히게 작성해놨겠죠...강간범이 사랑을 이야기하듯이
  • 유로스 2007/04/13 12:04 #

    음, 어쩌면 초록불님께서 안 좋게 생각하셨던 그 '뻥튀기'가 영화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폐단들, 권위주의, 위계질서, 그 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은연중에 저질러지는 폭력성... 만약 그냥 샐러리맨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그러한 것들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일부러 '심한 과장'을 통해 왜곡시킴으로써 오히려 현실이 그만큼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샐러리맨들의 '쟝글'은 부드럽게 포장되어있지만, 그 속내는 조폭의 '쟝글'만큼이나 끔찍하다, 라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수도요. 뭐, 아직 제가 본 영화는 아니지만, 초록불님 말씀을 들으니까 왠지 감독의 의도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해봤자 이 '조폭'영화가 넘버3나 초록물고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건 초록불님의 말씀만으로도 알 것 같습니다. 어중간한 시도였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 초록불 2007/04/13 12:12 #

    유로스님 / 포장이 어찌 되었든, 문제의 핵심은 주인공이 불법을 행하고 있는, 폭력범이라는 거죠. 회사원이 불법적인 존재는 아니잖습니까? 이 영화는 제게는 거의 김기덕 급의 영화입니다. 위에 숫자님이 쓰신 것처럼 강간범이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죠. 저도 숫자님처럼 그런 것을 싫어하지만...

    이 영화에는 투캅스의 비리경찰과 같은 변명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가 안 해먹으면 남이 해먹으니까, 또는 나니까 이 정도로... 식의 변명도 없지요. 명백한 조폭미화영화이고, 그것도 판타지로서의 미화가 아니라 현실로서의 연민까지 곁들이고 있는 것이죠. 영화관에 돈내고 보러 가는 것에는 비추입니다.
  • Scott 2008/02/26 09:38 #

    아마 아케트라브님께서 원래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포더윙님의 말씀과 비슷한 맥락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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