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자........서..*



이 이야기는 대략 수 년 전의 경험담이므로 오늘날의 현실과 다를 수 있다. (책임 못진다는 이야기)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다가 U사에 입사, 월급쟁이가 되자 우스꽝스러운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출근시간이 9시로 정해져 있으나, 그것을 지키는 사람은 경리 파트 직원들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의 날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을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새벽 2시까지 일한 직원이 아침에 좀 늦게 온다고 뭐라 할 수가 없다.
10시 반쯤 출근하여 모니터를 켠다. (대개 컴퓨터는 켜져 있다. 그래서 모니터만 켠다. 컴퓨터가 밤새 켜져 있는 이유는 각종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야동을 받기 위해서다.)

옆자리 동료와 잡담을 나누며 웹서핑을 좀 하다보면 11시가 넘는다. 업무와 관련은 있지만 별 중요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점심시간. 밥먹고 돌아와 다시 웹서핑을 하거나 낮잠을 잔다. 사장님이 지나가다 보아도 "어제 야근하고 피곤해서 그럽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무사통과다. 월급도 많지 않은데다가 야근 수당 따위는 없으니까 양심이 찔린 사장님은 인상만 쓰고 지나가 버린다. 그런 후 팀 미팅. 미팅 끝나면 오후4시쯤 된다. 오늘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면 공식 퇴근 시간인 6시까지는 절대 불가능하다.

"씨불, 오늘도 야근이냐?"
어차피 야근이니까 급히 할 필요도 없다. 설렁설렁 일하다가 저녁 먹으러 간다. 저녁 먹고 돌아오면 야근을 위해 남은 팀들과 스타나 한판. 그러고나면 저녁 9시다. 이제 마음이 좀 급해진다. 일하다 모르는 게 생긴다. 둘러보면 다른 파트가 자리에 없다.

"내일 해야겠네."
그 일은 미루고 다른 일을 처리한다. 졸려서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 짜증이 솟구친다.

그런데 가만 보면 하루 근무량은 결국 8시간 정도인데, 업무 집중도가 엄청 낮아서 결국 하루 14시간이라는 중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 늘 수면은 부족하고, 늘 머리는 띵하다.

게임사만 이런 것이 아니다. 공기관에 파견 근무를 몇 개월 한 적이 있다. 상습적으로 야근을 한다. 일을 일부러 남겨서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몇 년 전 이야기다. 설마 요샌 안 이러겠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그렇게 야근을 자주 하세요?"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야근 수당이 쎄니까."
두둥! 야근 수당을 받기 위해 일을 남겨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그런 후 출근은 당연 거의 점심 때 한다. 어제 야근했다는 핑계가 그대로 먹히는데, 어차피 일찍 나오는 사람도 없다. 출근시간부터 따지면 결국 8시간 근무가 그대로 뒤로 밀려가 있는 셈이다. 여기서 어차피 근무는 8시간 하는데, 근무시간 지키자고 하면 바보된다. 왜냐하면 과외 수당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회사로 돌아가자. 한 파트라도 저런 식으로 야근을 하면 다른 파트가 다 영향을 받는다. 오전에 회의를 할 수가 없다. 한 파트가 야근했다고 해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파트는 심지어 일이 없어서 노는 경우까지 생긴다. 그런 후에 야근을 해야 하는 바보같은 일이 벌어진다.

더구나 사실 오전에 맑은 정신으로 일하고, 6시 퇴근을 맞춰 일을 끝내야겠다는 정신으로 스스로를 채찍질 하지 않으면, 일은 하염없이 늘어지고 만다. 처음 몇달이 지나자 나도 그 시스템에 길들어서 오후 5시쯤 되면, "저녁 먹고 처리하지"라는 생각에 일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좋을 것이 하나 없다. 생산성만 떨어질 뿐.

그래서 6시에는 퇴근한다는 방침을 세우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6시에 칼퇴근했느냐 하면, 그건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회의는 늘 오전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오후 6시에는 업무일지를 거둬서 일을 마무리한 것을 확인하게 했다. 그때부터 게임 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출근 시간에 목숨을 걸고 새벽에 튀어나가는 많은 직장인 여러분에겐 이상한 동네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출근 시간은 고무줄인 회사에 다닌다면 한번 시스템을 바꿔볼 생각을 해보심이 어떨는지...

덧글

  • 觀鷄者 2007/04/24 16:36 #

    요즘도 다르지 않아서, 바꾸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중입니다...orz
  • Oxymoron 2007/04/24 16:50 #

    간혹 올빼미 족임을 주장하는 개발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초록불님이 말씀하신 내용과 더불어 팀플레이를 해치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그 이유를 캐묻게 됩니다.
  • dcdc 2007/04/24 16:57 #

    야근은 독같아요, 독;
  • 파파울프 2007/04/24 16:58 #

    별로... 얼마전에 관공서에서 알바할때도 똑같은 모습을 본적 있었습니다, 심지어 <야근하지 않고 야근처리>하는 것도 봤죠 ^^; 군대 있을때 말년때 편해 보겠다고 행정병 했다가 맨날 대대가서 영외자들 야근 체크 해주는 통에 싸인 기술만 늘었습니다... 야근 했나고요? 그럴리가 없죠 ^^;;;

    언제 외국 서적이었나? 보니까 야근하는 사람은 무능력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야근하지 않도록 회사에서도 신경 써 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말씀하신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수단을 강구하면서 말이죠.
  • 할배 2007/04/24 17:46 #

    음.. 이런 이야기면 전에 제 댓글하고는 좀 다른 이야기군요.
    저도 개발자 생활을 계속 해오고 있어서 그런 우스꽝스런 일도 해본적이 있지요.
    모 지금도 그리 근면한 편은 아닙니다만 그런 비효율은 되도록 피하고는 있습니다.

    요즘은 고객의 요청으로 밤새는 경우가 많아요. 올해들어서는 아직 없었지만 작년에는 5분대기조나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수시로 밤샘을 했었습니다.

    그나저나 예전에 하신 일을 살펴보니 회사이름 하나가 제 이력과 겹치는군요. 모 엄밀히 말하면 이름은 한번 바뀌어서 2개고 회사는 하나인 경우지만.. 그때는 인연이 없어 제가 뵙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간만에 다른 곳에서 '만파식적'같은 이름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달까.. 세월이 무상하달까.. 묘한 느낌입니다.
  • akpil 2007/04/24 17:47 #

    출근시간은 8시까지이고, 퇴근시간은 없습니다. - 전 그나마 연구소라고 좀 일찍 퇴근합니다.
    개발자(소프트웨어쪽 아닙니다...) 들은 다 그렇습니다. T.T
  • 아케트라브 2007/04/24 18:12 #

    얼마전에 기사에서 넥슨은 무조건 8시출근 5시퇴근을 목표로 잡고 개발을 한다더군요.;

    퇴근시간이 치켜질지는 의문입니다만=
  • 정시퇴근 2007/04/24 19:04 #

    정말 열심히 하고 정시에 퇴근하는데..

    상사가 야근 안한다고 윽박 지르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_-;
  • catnip 2007/04/24 19:18 #

    업무가 밀려 하루이틀정도의 어쩌다가가 아니라 규칙적으로 밤늦도록 일하고 늦게 일어나서 말씀하신것처럼 하루를 보내고 다시 야근하는...그런 상황이 정말 이해안가던데..수당이 정답이었군요!
    그러고보니 8시넘어야 야근수당쳐준다고 그때까지 일늘이고 있다던 누군가의 말도 생각나고..
  • 초록불 2007/04/24 19:44 #

    觀鷄者님 / 바꾸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Oxymoron님 / 올빼미 족은 모두 체질 개선해야 합니다.

    dcdc님 / 어쩌면 독이 아니라 마약일지도 모릅니다.

    파파울프님 / 관공서가 특히 심한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07/04/24 19:47 #

    할배님 / 흐, 어디가 겹칠지...^^;; LG에 계셨더랬습니까?

    akpil님 / 개발자의 비극...

    아케트라브님 / 성공을 기원해야겠군요.

    정시퇴근님 / 그거 참 난감하죠. 당시에도 제 방침을 이해 못하는 상사들하고 많이 싸웠습니다. 얼른 위로 올라가세요~ (춤추는 대수사선식 응원!)

    catnip님 / 그런 사람들 의외로 많군요.
  • leinon 2007/04/24 20:58 #

    전 임용고사 준비를 하고 있어서... 교사가 되면 어차피 칼출근입니다^^
  • Yasmine 2007/04/24 21:36 #

    제가 작년에 다녔던 회사를 생각해보면....위에서 말씀하신 사항들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야근수당때문에 일 남겨서 야근하시는 분들 꽤 많았어요.
    문제는....자신의 부하직원들까지 같이 붙잡아두는 바람에...(네...바로 접니다. ㅠㅠ)
    제 일은 다 끝냈고, 저야 일찍 퇴근해서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도 보내주셔야 말이죠 .ㅠㅠ
  • 초록불 2007/04/24 23:22 #

    Yasmine님 / 사실 그런 공돈의 유혹은 참기 어렵죠. 이미 그 돈이 생활비의 일부분이 된 뒤에는 더욱 그렇죠.
  • hkmade 2007/04/24 23:23 #

    한달에 택시비만 15만원 이상을 써대는 나로썬.. 좀 뜨금하기도 합니다.
    근데 이번 4월달은 좀 심하군요. 벌써 3일째 새벽 2-3시 퇴근이라뉘.. --.
    야근 수당 머 그거 당연히 있습니다만.. 너무 몸이 혹사되는지라 좀 자제하고 싶습니다만
    일의 볼륨이.. 쉽게 내버려두질 않는군요.
    또 잠시 음료수 한잔 마시고 다시 모니터속으로 풍덩.
  • 퍼플 2007/04/25 13:04 #

    저희회사는....
    새벽2~3시에 퇴근해도...
    정시 출근 해야합니다.... ㅎㅎ
  • 초록불 2007/04/25 13:44 #

    퍼플님 / 노조를 만드셔야겠네요.
  • 빛의제일 2007/04/26 23:36 #

    교사지만, 이런 저런 일로 야근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봤자 8시, 9시 정도에 끝났으니 다른 분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만, 진지하게 왜 야근을 하게 되었나 어느날 따져보니 저의 무능과 시간배분실패였습니다. 시간외수당이 있기는 하지만, 그 돈보고 하기에는 액수가 적습니다.
    다른 직종보다 공무원의 쓰잘데기 없는 야근은 이중삼중의 세금낭비인지라 칼퇴근하려고 합니다. 칼출근은 당연한 일이고, 좀 늦게 간다 싶으면 아이들이 꼭 사고를 치는지라 일찍 가려고 노력합니다.
  • 초록불 2007/04/26 23:54 #

    빛의제일님 /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8-9시까지 처리해야할 잡무가 있다는 것은 참 큰 문제네요. 저는 학교 행정이 수업 교사와 행정 교사로 나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Binoche 2007/04/27 22:45 #

    초록불님이 언급하신 늦게 출근해서 늦게 까지 일하기 이 패턴을 주도하던 인물이 상사였죠.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인물이었는데, 제가 무조건 일 끝내고 땡하면 먼저 간다고 말하고 두말없이 나가버리기 시작하니까 나중엔 은근히 압박을 주더군요. 제 할일 다했으니 먼저 가야한다고 매몰차게 무시하고 퇴근하는 한편 제 밑으로 있던 직원들을 꼬시기 시작했죠. 칼퇴근 운동으로요, 그렇게 몇달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칼퇴근 분위기로 전환 되더군요.
  • 초록불 2007/04/28 00:17 #

    Binoche님 / 어려운 일을 성취하셨네요. 성실한 직장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나루나루 2007/09/09 21:05 #

    동감합니다. 저녁에 하던 아침에 하던 자유이지만 당장 급하다고 스케줄을 늘려 밤샘하거나 하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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