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17세기의 한국 의학을 대표하는 의학서다.
17세기라는 말에 주의하기 바란다.
나는 한의학에는 문외한이라 동의보감 이후에 한의학이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 잘 모른다.
그저 19세기에 이제마가 등장하여 [사상의학]을 창시했다는 정도.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동의보감]은 당연히 그만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동의보감]에 들어있는 신비한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1) 전녀위남법轉女爲男法 - 여자를 남자가 되게 바꾸는 법임신 3개월이 된 것을 시태(始胎)라고 한다. 혈맥(血脈)이 잘 돌지 않고 형체만 생겨나는데 이때는 남자와 여자가 구별되지 않았을 때이므로 약을 먹이고 방법을 쓰면 남자가 되게 할 수 있다. [득효]
어떻게?
이렇게!- 닭이 알을 잘 깔 때를 기다렸다가 도끼를 닭둥우리 밑에 달아매면 그 둥우리의 병아리가 모두 수컷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입문]
- 석웅황(石雄黃) 한냥(40g)을 비단 주머니에 넣어 임신부의 왼쪽 허리에 띠고 있게 한다.
- 활줄 한 개를 비단 주머니에 넣어 임신부의 왼팔에 차고 있게 한다. 어떤 책에는 활줄을 석 달 동안 허리에 띠고 있다가 풀어 버린다고 하였다.
- 임신부가 원추리꽃(萱草花, 일명 의남(宜男)이다)을 차고 있게 한다.
- 수탉의 긴 꼬리 3개를 뽑아서 누워 있는 임신부의 자리에 넣고 알려 주지 않는다. [양방]
(2) 오래 살려면? - 사는 곳을 가려라!황제가 “한 지방에서 살면서도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이 같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백이 “그것은 지대가 높은 데서 사는가 낮은 데서 사는가에 관계된다. 지대가 높은 데는 음기(陰氣)가 많고 낮은 데는 양기(陽氣)가 많다. 양이 성하다는 것은 선천(先天)의 기운을 말하는 것이고 음이 성하다는 것은 후천(後天)의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고 대답하였다. 황제가 그래서 “오래 사는 것과 일찍 죽는 것이 있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백이 “높은 곳에서는 오래 살 수 있고 낮은 곳에서는 일찍 죽는다. 그러므로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장수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낮고 적은 데서 장수의 차이가 적고 높고 낮은 차이가 큰 데서는 장수의 차이가 크다”고 대답하였다. [내경]
즉 추운 지방 + 높은 지대에 살면 오래 산다는 것. 모두 개마고원쯤 가서 살아야 할 것 같다.(3) 박언니나 듀란달이 앓고 있는 병 - 육징肉癥 육징이란 늘 고기를 먹고 싶은 것인데 고기를 먹고도 또 먹고 싶은 것이다. 이때에 토하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 [본초]
박언니! 토해야 산대! 술 마시고 토하는 거, 다 생존본능이었던 거야.(4) 머리털을 먹으면 생기는 병 - 발가髮瘕머리털을 먹으면 뱃속에서 눈없는 뱀이 되어 기름을 먹어야만 편안하게 된다.
(5) 용이 옮기는 병- 교룡가蛟龍瘕봄, 가을 철에 용의 정精이 묻은 미나리를 먹으면 교룡병에 걸린다. 얼굴 빛이 푸르고 누르게 변하며 참을 수 없이 배가 아프다. 엿 2, 3 되를 2번에 나누어 하루 안에 다 먹으면 도마뱀 3~5마리를 토하고 낫는다. 도마뱀 같은 것의 머리가 2개라는 말도 있다.
이거야말로 영화 에일리언의 원조! 언제 베껴간 거야?(6) 인신작량人身作兩 - 도플갱어 치료법 자기 몸이 2개로 되어 나란히 누워있는 것같이 느껴지면서 어느 것이 정말 자기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잘 알아볼 수 없으며 말이 되지 않아 물어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이것은 혼(魂)이 나가서 생긴 것이다. 이런 때에 주사, 인삼, 백복령을 진하게 달여서 먹으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거짓몸뚱이가 보이지 않는다. [득효]
우리나라의 옛 문헌을 뒤져서 정리만 하면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안 부러운 거 하나 나온다. 출판할 계획이 있는 분은 연락주기 바란다. 오호호.(7) 악몽 퇴치법밤에 나쁜 꿈을 꾼 것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고 칼을 쥐고 물을 뿜으면서 "악몽착초목 호몽성주옥(惡夢着草木 好夢成珠玉)"이라는 주문을 외우면 아무 일 없다. 또한 꿈이 좋건 나쁘건 다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득효]
저 칼을 쥐고 자야 하는 건 아니겠지?(8) 강력 몬스터 - 노채충癆瘵蟲전시(傳尸)라고도 한다. 노채충으로 죽게 되면 그후 병이 가족과 친척에게 옮아가 온 가족이 다 죽게 된다.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몸에 열이 나거나 식은땀이 흐르고 피를 토하기도 한다.
노채충의 생김새는 혹 말똥구리 비슷하기도 하고, 붉은 실오리 같기도 하며, 말총 같기도 하고 혹 두꺼비 같기도 하며 고슴도치 같기도 하고 쥐 같기도 하며 상한 누룩떡[爛麵] 같기도 하다.
그리고 발은 있는데 대가리가 없거나 대가리는 있는데 발이 없는 것도 있다.
그리고 혹 정혈(精血)로 변하여 원양(元陽) 속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각양각색의 생김새를 나타내기 때문에 참으로 감별하기가 어렵다. 만일 3명에게 옮아가면 사람의 생김새같이도 되고 귀신의 생김새같이도 된다
안식향(安息香)을 태워 기침을 하면 노채충이 들어간 것이다.
노채충이 나오면 먼저 충의 빛깔을 보고 스스로 병이 경(輕)한가 중(重)한가를 알아내야 한다.
노채충은 먼저 장부(藏府)의 기름(脂膏)을 파먹기 때문에 이때에는 허연 빛을 띤다.
그 다음에는 피와 살을 파먹기 때문에 노채충은 누러면서 벌건 빛을 띤다.
그 다음에는 정수(精髓)를 파먹기 때문에 노채충은 자줏빛을 띤다.
정수가 다 없어지면 노채충은 검은 빛을 띠게 되는데 이것은 병이 신(腎)에 전해 들어간 것으로 곧 죽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이 허연 때에는 30일 동안 보약을 먹어야 하고 충이 누러면서 벌건 때에는 60일 동안 보약을 먹어야 한다. 충이 자줏빛이나 검은 빛을 띠면 병이 이미 극도에 달한 것이기 때문에 120일 동안 보약을 써야 10명 가운데 1-2명을 살릴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삼시충 설명도 나오는데 삼시충은 널리 알려진 벌레니 생략한다.(9)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 - 먹지 않아도 산다!-
침 삼키는 것으로 충분 :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일 때에는 입을 다물고 혀로 아래윗이빨을 핥으면서 침을 모아 하루에 360번 삼키면 좋다. 이런 방법을 점차로 연습하여 천 여 번 삼키면 저절로 배가 고프지 않은데 3-5일 간은 좀 피곤하다. 그러나 이런 때가 지나면 점차 몸이 가벼워지고 든든해진다. [輕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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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마셔도 된다 : 주문(승연리지사 진핍양정 적황행무과 성하제의 이자방)을 외운 다음 3번 이빨을 맞쪼고 오른쪽 손가락으로 왼손을 3번 치고 물을 마셔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하루 3되씩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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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자! : 6가지의 천기(天氣)를 마시면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있다. 인적이 없는 곳에 가 있을 때에 거북이나 뱀처럼 공기를 마시면 죽지 않는다. 능양자명경(陵陽子明經)에 봄에는 조하(朝霞=아침 공기)를 마시는데 이것은 해뜰 무렵에 동쪽을 향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고 여름에는 정양(正陽=한낮 공기)을 마시는데 이것은 해가 중천에 온 때에 남방을 향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며 가을에는 비천(飛泉=해질 무렵 공기)을 마시는데 이것은 해질 무렵 서쪽을 향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다. 겨울에는 항해(沆瀣=밤공기)를 마시는데 이것은 밤중에 북쪽을 향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다. 여기에 하늘의 검은 기운과 땅의 누런 기운을 합하여 6가지 기운이라고 한다. 이것은 배고픈 줄 모르게 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며[延年] 병이 없게 한다.
자, 다이어트에 도전해 볼 사람? 단 절대 책임 지지 못함(10) 귀신을 보는 법 = 견귀방見鬼方헛것을 보려면 역삼씨(대마자, 생것), 석창포, 귀구 각각 같은 양으로 하여 가루내서 꿀에 반죽한 다음 달걀 노른자위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번에 1알씩 매일 아침 해를 향하고 먹는데 1백 일 동안 먹으면 곧 헛것이 보인다. [본초]
당신 등 뒤에 서 있는 게 보이는지? (11) 투명인간 되는 법 = 은형법隱形法흰 개의 쓸개, 통초(깊은 산속에서 자라고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으름덩굴 줄기), 계심(혈액 순환에 좋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계피껍질) + 꿀을 넣어 환을 만들어 복용. [본초]
은형자 시리즈! 드라마로 만들 분 없나요?(12) 돌을 물렁물렁하게 만드는 법 = 난석법爛石法오이풀뿌리(지유근) 태운 재가 돌을 연해지게 한다.
두꺼비 오줌을 받아 돌에 발라도 역시 연해진다. [본초]
두꺼비 오줌이라... 그거 받느니 그냥 정으로 돌 쪼는 게 낫지 않을까?이런 황당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고 해서 [동의보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책이다.
400년 전의 책이라는 것. 엄청나지 않는가? 4백년 전의 의학 지식 중 아직도 통용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만 해도 말이다. 다만 이런 척 봐도 알 수 있는 황당한 이야기를 취신하는 일부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 아닐까? 아들 낳는 법 같은 황당한 이야기를 믿는 것 말이다. 더구나 [동의보감]에는 약을 써서 아들을 낳게 하는 법 따위는 적혀 있지 않다. 혹세무민하는 일부 한의원은 진짜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