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솔직한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백번 낫지요.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은 상대와 나의 관계 사이에서 규정되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 솔직함은 미덕일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거짓말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배려하는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듣기 싫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을 거르는 것이지요.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켜 일을 꼬이게 만들곤 합니다.
사실 솔직함이 통하는 것은 굉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가 비난을 받게 되면 심하게 상처를 받게 되지요. "넌 누구 편이야?"라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듯이 가까운 사이에도 솔직함은 깊은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사이에서는 어떨까요?
잘 모르는 사이에서 [솔직함]은 [비난]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본인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그 사람을 무례한 사람으로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분이 있는 정도의 사이에서는 [솔직함]보다 [예의]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잘 모르는 사이에서는 상대가 솔직함을 미덕으로 삼는 사람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솔직함에서 나오는 것인지, 무례함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죠.
자기 자신은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기분이 좋을지 모르겠으나 상대에게는 심한 상처를 주게 됩니다. 자기 자신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상대는 마음 속 깊이 그 아픔을 간직하게 됩니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것입니다.
정말 진지하게 충고를 해주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어법을 택해야 하지요. 뜬금없이 툭 이야기를 던진 뒤에,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입니다. 자기 자신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례한 것에 불과했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일,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