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도승(鹿島昇=가지마 노보루)은 대실근우(大室近祐=오무라 킨스케)라는 사람의 재판을 맡아서 고대사에 눈을 삐게 된다. 대실근우는 누구인가? 역사에 알려진 명치(메이지) 천황은 이등박문(이토 히루부미)에게 암살 당하고 대실인지우(大室寅之祐=오무로 토라노스케=대실근우의 큰삼촌)에게 천황 자리가 넘어갔으며 현 천황도 다 대실 집안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다. 녹도승은 이런 내용을 <裏切られた三人の天皇―明治維新の謎> (배신 당한 세 명의 천황 - 메이지 유신의 수수께끼)라는 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녹도승은 일본의 역사를 숨긴 것은 한국인들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한국의 역사를 숨긴 것을 일본인이라고 환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신라의 사정관(司政官) 도네리 신노(舎人親王=일본서기의 편찬자)와 백제에서 항복한 도경(道鏡)이 만세일계라는 사기를 쳐서 국민을 노예화 시켰고 이 때문에 왜국, 진(秦)나라, 일본의 흥망성쇠는 어둠 속에 봉인되고 말았다는 것.
백제 도래계였던 소아입록(蘇我入鹿=소가 이루카)까지의 역사는 신라의 역사인데 그것을 일본사로 바꾸어 놓은 것이라는 둥, 성덕태자(聖徳太子=쇼토쿠 태자), 계체왕조(継体王朝), 왜의 오왕(五王)과 응신왕조(応神王朝) 일체가 조작이라는 것이다. 숭신(崇神) 천황은 부여왕 의라(依羅)이며 일본국민을 노예화하기 위해 응신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신무천황은 고구려와 중국 역사 속에 숨어 있으며, 신무와 야마대 국을 말살하여 역사를 신화로 바꾸어 놓았으며 일본서기 이전에 있었다는 우가야(ウガヤ) 왕국 이야기를 한다. 이 우가야 왕조의 기원을 녹도승은 [환단고기]에서 찾아냈던 모양이다.
일본에서의 평가라면, 이런 정도의 이야기가 나온다.
鹿島昇、佐治芳彦、太田龍はトンデモ古代史業界の3馬鹿トリオ。
녹도승, 좌치방언, 태전룡은 엉터리 고대사학계의 바보 트리오.
위의 이야기로만은 그렇게 엉터리 같지 않다고? 이 작자의 주장에는 이런 것도 있다.
진시황은 박트리아의 왕 디오도투스라고 하고, 진나라는 아케메네스 왕조였다가 페르시아가 되었다고 주장. 모세는 중국의 노나라에 출현한 바 있단다. 결국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는 모두 허구라는 게 이 사람의 주장. 정말 환타스틱하지 않은가? 이 사람의 저작 제목만 보아도 황당함을 절로 느낄 수 있다.
日本神道の謎―古事記と旧約聖書が示すもの (1985년 2월)
일본 신도의 수수께끼 - 고사기와 구약성서가 보여주는 것
日本ユダヤ王朝の謎 (続)
일본 유태왕조의 수수께끼 (속)
史記解―漢民族・ユダヤ人とシルクロード (1990년)
사기 해독 - 한족, 유태인과 실크로드
歴史捏造の歴史―司馬遷から江沢民まで (1999년 11월)
역사 날조의 역사 - 사마천에서 강택민까지
바로 이런 자가 [환단고기]를 손에 넣었고 그것을 번역하여 책을 낸 것이다.
桓檀古記―大韓民族史 (1982년 7월)
환단고기 - 대한민족사
그리고 이 책을 베낀 임승국!
이미 내가 궁금해진 임승국의 환단고기 번역 [클릭]에서 의문을 제기한 바 있고, 잊혀진미래님이 임승국이 과연 환단고기를 번역, 주해했을까? [클릭]에서 구체적인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오늘 녹도승의 [환단고기] 번역서를 구해다 읽어보았다. 이런 임승국 딱 걸렸네!

위 사진에 나온 말은 이런 뜻이다.
秦의 지배는 장성 내부였으니까, 진조선이 정(시황제)에게 복종했다는 것은 진조선(단군조선)이 장성 내부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秦이 단군조선, 즉 [사기]의 趙나라 백성을 중핵으로 해서 건국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秦의 실체가 박트리아의 대진국(大秦國=大夏國)이라는 것은 졸저 [バンチェン・倭人のルーツ] (반탄, 왜인의 뿌리, 1981)를 참조하라.
(* バンチェン반탄은 태국 북동부 코라트 고원의 선사시대 분묘 유적 반탄 프라삿(Ban Tan Prasat)을 가리킨다. 녹도승은 일본인의 뿌리를 그쯤에서부터 찾고 있는 모양이다.)
임승국은 [한단고기] 214쪽에서 이렇게 주석을 달아놓았다.
진조선은 ... 정에게 복종하게 되더니 : 이 말은 진시황 정에게 복종하다는 말인 듯 한데 사실이라면 진조선의 위치가 만리장성 남쪽에 있었음을 입증한다. 문맥으로 보아 정은 진시황 정을 지칭함이 분명하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이 말을 먼저 한 사람은 녹도승이다. 임승국이 이것을 보지 않았다면 이런 주장을 했겠는가? 이 글에서 난데없이 진시황이 나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원문을 잠깐 보자.
癸亥 檀君古列加 遂棄位入阿斯達 眞朝鮮與五加從政 終未復而終焉.
이유립의 단학회에서 낸 [환단고기] 역주본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계해년에 단군 고열가가 드디어 제위를 버리고 아사달로 들어가자 신조선이 5가와 더불어 공동으로 다스리더니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또한 신조선(眞朝鮮)에 대해서는 이렇게 주석을 달아놓았다. (150쪽)
신조선(眞朝鮮) : 남북 옥저 및 송화강 흑수에서 빙양(氷洋)에 이르는 지역
단학회의 입장은 임승국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승국도 녹도승의 글을 보지 않았다면 저런 엉터리 번역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닌가? 하기는 고려말의 鄭之祥과 대시인 鄭知常도 구분하지 못하고 13세기의 인물 이존비가 19세기의 인물 현익수에게 시를 보냈다는 주석을 다는가 하면, 도솔이라는 말을 도솔가로 이해하는 실력으로 볼 때는 자신하긴 어렵지만...)
겉으로는 반일을 울부짖던 그가 일본인의 글을 참고했다는 것을 숨기고자 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위 사진에서 보듯이 임승국이 녹도승의 글을 베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궁금해진 임승국의 환단고기 번역 [클릭]
녹도승과 임승국의 [한단고기] [본글]
임승국이 녹도승의 환단고기 역서를 베낀 증거 2 [클릭]
임승국이 녹도승의 환단고기 역서를 베낀 증거 3 [클릭]
임승국이 녹도승의 환단고기 역서를 베낀 증거 4 - 최종판 [클릭]
덧글
오우거님 / 요즘처럼 바쁘지만 않으면 주석을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좋겠지만, 사실 일본어 실력이 안습이라... 저거 읽는데도 떠듬떠듬...
언젠가 한번 녹도승 책을 구해 봐야겠군요...
세실님 / 국회도서관을 이용하시면 될 듯. (확인은 안 했습니다만) 제가 본 것은 경인문화사에서 내놓은 건데, 3만 8천원이었습니다만, 실제 일본책 가격은 3만엔... 아마 이 책은 무단 복사본인 듯 싶습니다.
전 역사학도는 아니지만 초록불님 글보면 속이 다 시원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유대민족 드립은 일본이 근대부터 세계의 준주변부에 편입되면서 중심부에 좌절을 느끼자 그걸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선민의식을 부추기기 위해 만든 드립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