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국이 녹도승의 환단고기 역서를 베낀 증거 4탄이며 마지막 편이 되겠다. 더 이상의 증거 따위는 필요도 없을 것이고, 시간도 별로 없다. (사실 뒷부분에도 찾으면 얼마든지 또 나온다.) 이번 편은 정말 너무 한심한 베끼기여서 써놓기로 했다.
임승국은 녹도승의 글을 베끼면서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베끼기에는 출전을 밝히지 않는다. 가령 비서갑은 하르빈이라고 한다든가, 비왕은 부장을 의미한다는 식의 이야기에는 녹도승의 글을 베꼈다는 말을 일체하지 않는다. 주석을 모두 검토한 상황은 아니나, 긍정적인 경우 녹도승의 글을 참고했다는 말은 아무데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에서는 열심히 깐다.
- 가지마 노보루(녹도승)는 한국사나 일본사를 히브리, 바빌론, 아카드 역사의 후손인 것으로 해석하고 (중략) 행여 아라랏다 같은 허설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pp25-26)
- 가지마 노보루같은 일본 학자의 주장이 독무대를 이루어, 마치 한국사가 슈메르 역사의 모방인 것처럼 해설되고 있는 현실임을 어찌하겠는가? (p 28)
- 앞서 말한 가지마는 우수주를 바빌론의 우르지방이라고 망언하고 있다. 가지마의 설을 따르다보면 한국사가 곧 바빌로니아 역사의 후기사가 되고 만다. (p 59)
- 가지마라는 일본인은 이 약수를 유프라테스 강이라 주장하나 얼토당토 않은 망설이다. (p 70)
- 가지마는 (소시모리를) 우르왕 슈르기라고 했는데 믿을 바가 못된다. (p 59)
- 가지마는 묘장춘을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의 왕 펫소스인 듯>이라고 했으니 전혀 믿을 바가 아니다. (p 117)
*[했으니]는 오타가 아님. 이 주석에 나오는 [펫소스]가 누구일까요? 페르시아 박트리아 태수 벳수스(Bessus)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일본어 ベッソス를 그대로 옮기는 통에 [펫소스]라는 희한한 인명이 나온 것이다.
자, 벳수스가 펫소스가 된 정도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먼저 70쪽의 12번째 주석을 본다.
12. 협야노 : 일명 협야후배폐명(陝野侯裵幣命)이라 한다. 가지마는 니기하야히노모데루ニキハヤヒのモデル로서 페니키아왕의 번역이라고 했다.
희한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니기하야히의 카타가나부터 틀렸다. キ가 아니고 ギ가 맞다. ニギハヤヒ는 일본 고대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일본서기]에는 요속일명(饒速日命)이라고 나온다. 다른 말로는 니기하야히노미코토ニギハヤヒノミコト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하쿠의 본명이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饒速琥珀主)]라는 것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 하쿠도 바로 이 일본신화에서 온 이름인 것이다.
자, 그런데 니기하야히노미코토는 들어봤는데, 니기하야히노모데루는 뭘까? 더구나 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노の]다 왜 이것만 히라카나로 썼을까?
다시 한번 보자.
ニキハヤヒのモデル
ニギハヤヒノミコト
보다시피 인명의 일부로 쓰일 때는 の를 당연히 ノ라고 쓴다. 녹도승의 원문을 보면 이 문제 또한 간단하다. 그걸 한번 보자.
陝野侯裵幣命ともある。 ニギハヤヒのモデルである。
번역하면 저 말은 이런 것이다.
협야후배폐명과 같다. 니기하야히의 모델이다.
モデル(모데루)는 영어 model이다.(일본어는 ㄹ받침이 없어서 이렇게 쓰는 거 다들 아시겠지?) 우하하하~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협야후배폐명. 이와 비슷한 말이 임승국 [한단고기] 111쪽 주석에 또 나온다. 그걸 한번 보자.
2. 협야후 배반명 : <일본서기>의 <니기아하야히노미꼬도>를 배반명이라 하는데 진국과 부여의 조상에 해당한다. 뒤에 부여의 협보는 구마모또에 진출하여 다라국을 세우고 휴우가의 안라국과 연합하여 사마대국을 세운 인물이다.
앞에는 배반명 이야기인데, 뒤에는 갑자기 협보가 나온다. 왜? 녹도승은 협보를 협야후의 자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도승은 이 부분을 몇차례 설명했으므로 이번 주석에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임승국은 그걸 그냥 베껴버렸으니 무슨 이야긴줄 모르게 될 수밖에. 그런데 이것도 이번 글의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협야후 배반명(陝野侯裵幋命)의 반(幋)에 있다. 이미 살펴보았지만 녹도승은 [환단고기]에 반(幋)이라 나오는 이 글자를 폐(幣)라고 읽고 있다. 일관되게 그렇게 읽고 있는 것이다.
임승국이 70쪽에서 주석을 베낄 때는 녹도승이 쓴대로 협야후배폐명이라고 베꼈다. 띄어쓰기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읽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는 주석에만 나오기 때문에 비교할 수 있는 문장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에 협야후 배반명은 본문에 글이 나온다. 본문을 보았기 때문에 [배반명]이라고 제대로 읽은 것이다. 그런 뒤에 녹도승이 이 말의 주석에 배폐명이라고 쓴 것은 잘못 쓴 것이라 생각하고 배반명이라고 고쳐 놓은 것이다. 어쩌면 임승국은 이걸 고치면서 오탈자 하나 잡았다고 흐뭇해 했을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컨닝범을 찾아낼 때, 가장 뚜렷한 증거로 삼는, 틀린 부분까지 베끼기 신공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임승국의 [한단고기]는 녹도승의 책을 같이 보지 않으면 뭔 소린지 알 수도 없는 주석이 너덜너덜 붙어 있는 책이라 하겠다.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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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도승과 임승국의 [한단고기] [클릭]
임승국이 녹도승의 환단고기 역서를 베낀 증거 2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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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그런데... 도대체 환빠 진영엔 제대로 된 "학자 비슷한 사람"은 없는 건가요? 참... -_-;
leinon님 / 그렇죠. 학자는 없고 선동가들은 몇 명 있습니다.
페이퍼님 / 이 글 자체는 환단고기의 폐해를 줄일 수는 없습니다. 임승국이 엉터리라는 걸 증명할 뿐이니까요.
고언핀드님 / 이 정도 역경은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토닥토닥)
예전일이라 기억이 정확히는 안나지만
요동사 처음 나왔을 때
'김한규선생 제대로 하시오!'뭐 이런 편지가 들은 소포가 왔댔는데
그때 동봉된 게 환단고기였다는 거 같아요.
그땐 그냥 그런갑다했는데 덕분에 신나게 웃네요.
루드라님 / 저도 대충 짐작은 한 일이지만 막상 뒤져보니... 헐헐...
다리아님 / 그게 임승국의 [한단고기]였으면 대박이었겠군요. 에구구...
틀린 부분까지 베끼기 신공- 이것도요. 웃음이 실실 나오네요. ^^
학교(미국) 다닐때 논문쓰면 글의 98%정도에 대하여 출처를 다는데,
하물며 책을 쓰는데 출처가 없는 글이 존재하다는 것은
읽을 가치도 없는 표절작이란 말.
이런 사람이 대학도 나왔다는 거 자체도 코메디가 아닐까 쉽네요ㅋ
MHLKP님 / 대학을 나왔을 뿐 아니라, 대학생을 가르치기까지 했죠.
가장 기초적인 사료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아예 주석을 안 봤습니다.
그냥 어렴풋이 임승국 이 받은것과 같은 존경은 받지 말아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