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의 길이는? *..역........사..*



[경국대전]을 보다가 알쏭달쏭해지고 말았다.

1보는 일반적으로 6척으로 알려져 있다.
[경국대전]의 척은 영조척(31.22cm=세종대왕 시절 기준. 영조척이라고 해서 영조가 만든 척으로 알면 곤란...)이므로 1보는 약1.87m가 된다.

이 경우 경국대전의 무과 시험 중 가장 멀리 쏘아야 하는 과장의 길이는 무려 240보다.

240보를 보사(步射)라는 형식으로 쏘는데, 이 보사부터 뭔지 알 수 없었다. 어떤 이는 달리면서 활을 쏘는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서서 활을 쏘는 것이라 하며, 말 그대로 걸으면서 쏘는 것이라고도 한다.

[경국대전] 상의 표현도 매우 혼란스러워 한참 들여다보았다.

2백40보
목전. 무릇 보사에는 3개의 화살로 매 1개가 과녁에 미칠 때마다 7점을 주며, 5보를 넘을 때마다 1점을 더한다. 50보가 넘으면 목표 밖에 떨어져도 점수를 준다. 앞 과녁의 좌우는 50보. 뒷 과녁의 좌우는 70보. 앞뒷 과녁의 거리는 50보이다.


앞 과녁의 좌우, 뒷 과녁의 좌우면 과녁이 4개다. 화살은 3개를 주는데 왜 과녁이 4개일까? 과녁마다 3번 쏠 기회를 준다는 뜻인 것 같다. 저 240보는 1보=1.87m 길이로 치면 무려 450m. 이 거리를 화살 쏘아서 맞추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거기에서 50보를 더 날려보낸다는 것은 무려 545m를 쏜다는 이야기니,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1보의 길이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그래서 찾아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내가 틀린 것이다.

1보는 일반적으로 6척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조척으로 셀 때는 3자 8치를 1보로 한다. [경국대전]에는 분명히 모든 수치는 영조척으로 한다고 못을 박아 놓았으니, 1보는 3.8척으로 계산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1보는 1.87m가 아니라 약 1.2m가 된다.

그렇게 되면 240보는 285m가 된다. 조선 각궁의 최대 사거리는 340~360m라는 말이 있으니, 저기까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저 길이에서 50보=60m를 넘으면 목표 밖으로 떨어져도 점수를 준다 했으니, 345m를 날린 경우는 점수를 준다는 말이 된다. 최대 사거리인 셈이다.

240보 활쏘기는 멀리 쏘기인 셈인데, 정확도 테스트로는 얼마나 먼 거리를 잡았을까?

편전으로 쏘는 것이 제일 먼 모양이다. 이 경우 130보=154m인데, 과녁 크기는 대략 3m지만 한 가운데의 관(貫)은 약 70cm 정도다. 150m가 넘는 곳에 서 있는 묘비석만한 것을 맞추는 셈이다. 아찔하다.

아무튼 여전히 보사가 어떤 활쏘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1보의 길이는 확실히 알았으니 그로 만족해야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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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슈타인호프 2007/06/08 12:46 #

    도량형이라는 것도 참 사람 헷갈리게 만들 때가 많죠. 같은 이름의 단위인데 시대마다 실제 길이가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 초록불 2007/06/08 13:00 #

    슈타인호프님 / 사실은 건물마다 단위가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대목의 자가 기준인 셈이니까요...^^;;
  • 耿君 2007/06/08 14:40 #

    기사(騎射)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쏘는 것이니까, 보사(步射)는 두 발로 달리거나 걸으면서 쏘는 것일텐데, 달리면서 쏘는 것은 어쩐지 폼이 좀 안좋아 보이고 정확도도 많이 떨어질 것 같고, 그럴거면 차라리 주사(走射)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걸어가며 쏘는 것일 것 같다고 생각해봅니다만 ㅎㅎ
  • 좌백 2007/06/08 17:13 #

    몇 가지 책을 찾아봤습니다만 '보사'라는 단어가 유일하게 발견된 [우리 활 이야기]라는 책에도 ' 걸어가면서 쏘는 것'이라고 설명해 놨더군요. 저는 이걸 넌센스라고 보는데, 막상 저 [우리 활 이야기]에서 활 쏘는 법을 설명해 놓은 건 모두 멈춰서서 숨도 쉬지말고 고요히 쏴야할 것처럼 써놨거든요. (말 타고 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걷거나 뛰며 쏠 이유도 없구요-총처럼 간편한 무기도 아니고)

    제 추측입니다만 '步射'를 글자 그대로 '걸어가며 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보다 '步(즉, 거리)를 기준으로 채점하는 활쏘기'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용하신 경국대전의 글에서처럼 몇보 밖에서 맞추면 몇 점, 5보 멀리서 맞출 때마다 1점 가산 등의 설명도 그렇게 생각하면 맥락에 맞지 않을까 싶고...

    그나저나 한나라 때(유일하게 찾은 중국쪽 기준) 척도로는 1보가 5척(1척이 23cm)이던데 1보가 6척이라는 기록은 어디 나오나요?

    월요일엔 연락도 없이 못 가서 죄송했더랬습니다. 아파서 비몽사몽이었거든요. (연식씨에게 할 말이지만)
  • 초록불 2007/06/08 17:20 #

    耿君님 / 걷는 도중에 활을 쏜다는 것은 이상하죠. 효용성도 없을 겁니다. 한번 활을 쏘고 다음 과녁으로 이동한 뒤에 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녁이 앞 뒤로 있다는 말도 그런 뜻이 아닐까 싶고요.
  • 초록불 2007/06/08 17:26 #

    좌백님 /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고려사에 식화지에 [6척爲1보]라는 말이 나오고, [예기] 왕제 편에도 [古者以주척8척爲보, 今以주척6척4촌爲보]라고 나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주척 6척이 1보라고 하는데,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영조척則3척8촌爲1보]라고 되어 있네요.

    6척이 1보라는 말은 [사기] 진시황 본기에도 나옵니다. 진시황이 도량형을 통일하면서 6척을 1보로 삼았다고 말하고 있죠. 진시황이 6매니아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대에 있었으면 666의 적 그리스도가 되었을지도...
  • 초록불 2007/06/08 17:29 #

    보사의 경우는 좌백님 말씀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가능성으로 생각해 두겠습니다. 인터넷에 보니 [武經步射要訣]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은 일반적인 활쏘기와 같네요.
  • 액시움 2007/08/14 18:35 #

    warfog에서, 걸으면서 활 쏘는 장면이 담긴 옛 그림을 본 적이 있지 말입니다.
    보사(步射)가 '서서 쏘기'인지 '걸으면서 쏘기'인지 한창 논쟁이 일어났을 때 나왔는데…….
    그 그림을 보고 김경진님을 비롯한 여러 분이 '만약, 이렇게 걸으면서 파르티안 샷까지 쏠 수 있다면 조선군은 진정한 도망의 귀재. 비정비팔 풀고 통통통. -_-' 하고 구시렁거리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 초록불 2007/08/14 20:13 #

    엑시움님 / 흥미롭군요. 그래서 [보사]는 걸어가면서 하는 활쏘기로 합의를 보았나요?
  • 액시움 2007/08/14 21:03 #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이희승 선생의 '국어대사전'에서는 '보사: 활이나 총을 쏠 때 걷거나 달리면서 과녁을 쏨'이라고 나왔는데, 사경이나 무편의 보사총법에서 보사에 관해 다룰 때 팔자불취(정지 상태에서의 발 모양을 의미함) 등이 나오므로 '보사: 정지해서 서서 쏨'이라는 쪽으로 대충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열흘 뒤에 이런 그림이 뜨더군요.
    http://ulanbatu.cafe24.com/zeroboard/data/imjin/1167225308/scan003.JPG
    구한말의 유명한 통속 화가인 김준근 씨가 그린 '홍문 쏘는 모양'이라는 그림입니다.
    평소보다 다리를 많이 벌렸고, 발의 자태도 다르죠. 김준근 씨의 다른 그림에서 나오는 사격 모습과 비교해봐도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정량궁을 쏠 때처럼 '용약전진'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제가 정량궁 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ㅡㅡ; 다른 분들은 대체로 '정말 걸으면서 쏠 수 있는 모양이다.'로 의견을 굳힌 듯했습니다.
  • 액시움 2007/08/14 21:14 #

    그리고 저는 '엑시움'이 아니라 '액시움'입니다. 공리, 격언 등을 뜻하는 영어 액시옴(axiom)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닉네임이란 말입니닷! 당최 제 아이디 제대로 적어주시는 분이 없다능……. ;ㅅ;
  • 초록불 2007/08/15 00:20 #

    액시움님 / 그렇군요. 저 그림은 분명히 움직이는 중인 것 같습니다. 걷기보다는 뛰는 것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저 그림 하나로 판단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윈도 기본 서체를 맑은고딕으로 바꿔놓았더니 복잡한 글씨의 액과 엑이 구분이 되지 않는군요...^^;;
  • Rychaldus 2014/06/09 17:18 #

    그렇다면 태종실록과 세종실록도 영조척으로 계산하면 되나요?

    기록에 따르면 태종실록에서는 편전의 사거리가 200보이고
    세종실록에서는 300보라고 나와있는 것으로 압니다.

    영조척으로 계산하면 약 1.2m를 곱하면 되는데... 답변을 들을 수 있을까요?
  • 초록불 2014/06/09 22:37 #

    저도 전문가는 아니니까 제 대답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양 실록이 모두 세종 시기의 것이니 영조척으로 계산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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