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문........화..*



개정판이 나왔군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10점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10점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이것은 구판 정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아래 내용은 구판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이 책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상쾌한 것이 아니었다.
이 글의 모티브는 [양산백과 축영대]에서 온 것이다.
남장 여자가 과거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동문수학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기 때문에, 내용상 [양산백과 축영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지나친 선입관이었다.
역시 소설은 모티브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잘 쓰였고, 잘 읽히고, 재미있다.

1권을 읽고 크게 감탄하여 지인을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역시 잘 팔리는 책은 뭐가 달라도 달라. 가만... 그럼 난 뭐야?"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아니고, 잘 쓴 책도 잘 팔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인 거지."

아하, 그런 거였군. (그래도 씁쓸하다... 흑!)

편집상에서 놓쳤다고 생각되는 부분 세 개를 이야기하자.

- 갑작(甲作)은 뭐 하나, 걸오 저 놈 안 잡아먹고.

'갑작'이 뭔지 아시는 분? 갑작은 흉(凶)을 잡아먹는 귀신이다. 걸오를 흉한 놈이라 놀리는 말이기도 하다. "갑자기"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 쟁자(錚子) 또한 효자라 하였습니다.

'쟁자(錚子)'? 쟁의 한자가 틀렸다. 쟁爭 또는 쟁諍을 써야 한다. 효경에 나오는 말로, 효경에는 爭을 쓰고 있다. 그럼 뜻은 무엇일까? "잘못된 것을 간하는 자식"이라는 뜻이다. (사실은 내 소설 [숙세가]에도 같은 장에서 인용한 말이 들어있다.)

그리고 끝으로 이것.

- 선준은 청녀(靑女)에게 영혼을 내어 준 사람처럼 홀로 겨울 속에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청녀는 서리를 다스리는 신의 이름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나도 처음 본 말이라 사전을 찾아봤다. 사전에는 나오는데, 출전이 뭔지는 모르겠다.

[추가]
damekana님의 말씀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청녀靑女는 서리, 눈, 추위의 여신이며 그 출전은 [회남자淮南子] 천문天文에 나오는 "청녀내출青女乃出, 이강상설以降霜雪."을 들고 있답니다. 두보나 이상은 등의 당시唐詩에도 나온다고 하시네요.


이런 데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참 많은 것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이 자료 준비를 잘했다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라는 게 자료집은 아니니까. 자료는 어디까지나 소설의 양념일 뿐이다. 본 요리가 맛있어야지, 양념이 좋아야 뭐하겠는가?

이 책은 그 본 요리가 맛있다. 남장 여인 윤희의 갈등과, 남자 윤식으로만 알고 있으면서도 본능에 의해 그에 끌리는 선준의 고민이 얼마나 맛깔스럽게 처리되어 있는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그러나 소름이 돋을 새가 없다. 용하의 능청스러움에 웃음이 자꾸 터지기 때문에...^^;;)

유교, 당쟁, 조선이라는 소재가 한 편의 연애담 속에 이렇게 맛깔스럽게 섞일 수 있으리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자칫 무겁고 딱딱할 수도 있는 "유생"이라는 소재를 봄날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처리한 작가 정은궐의 솜씨에 박수를 보낸다.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009-07-23 19:19:39 #

    ... 정은궐 지음/파란미디어 출간 3일만에 초판 2만부를 매진하고 2쇄에 돌입한 베스트셀러다. 판매가 꼭 책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이미 전작인 [클릭] 때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후속작인 이 책 역시 "잘 쓰였고, 잘 읽히고, 재미있다." 사실 어떤 책은 후속작을 쓰기가 쉽지 않다. 과거 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드라마 2010-04-07 20:50:00 #

    ... 연기자로 변신하면 일단 욕부터 먹고 시작하는게 관례인 것 같지만 이효리처럼 실패하기도 하고, 에릭이나 이승기처럼 성공하기도 하는 거 아니겠는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책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클릭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라는 속편도 있습니다. 역시 클릭 ... more

덧글

  • 심유경 2007/07/15 11:06 #

    청녀(靑女)라.. 서리신이었군요.
    왠지 글자가 닮아서 그런지 머리속에서 "倩女"와도 이미지가 겹치는 것 같습니다.
  • 둔저 2007/07/15 11:41 #

    저는 제목만 보고서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생활 모습을 공개합니다'같은 주제의 인문도서인줄 알고 '제목이 그런것 치고 참 예쁘군.'이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
  • 별빛수정 2007/07/15 16:02 #

    소설이었군요^^;;; 저도 제목만 보고서 수업과 시험에 시달리는 하드코어한 일상 얘긴줄 알았어요(...)
  • 초록불 2007/07/15 16:08 #

    둔저님 별빛수정님 / 낚이셨군요...
  • 얼음칼 2007/07/15 16:11 #

    축영대
  • 초록불 2007/07/15 16:20 #

    얼음칼님 / 감사~
  • 초록불 2007/07/15 16:49 #

    카시아파님 / 고맙습니다.
  • 카시아파 2007/07/15 16:49 #

    靑女를 중국웹에서 검색해보니 기계적으로 서리의 다른 이름, 서리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사전적 의미만 나오고 출전은 없네요.

    千家詩 라는 시집에 사계절을 노래하는 시귀들을 따서 소개해놓은 문제집에 나온 것이 하나 걸리긴 했습니다만, 그나마 중학 2학년 한어교재에 실려서 간신히 검색된 듯.

    (http://www.35d1.com/ajiaoan/cyu/1756.html)


    千家詩는 명대에 정리된 시집(노래집?)이라고 하니 최소한 명대 이전에 청녀라는 서리신의 존재가 믿어지거나 관용적으로 쓰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를 산신으로 부른 최초 출전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출전일 지도 모르겠네요.)


    绘春:万紫千红总是春 红紫芳菲 春城无处不飞花 黄鹂鸣翠柳

    绘夏:绿树荫里夏日浓 五月榴花照眼明

    绘秋:靑女素娥俱耐冷,月中霜里斗婵娟

    绘冬:梅雪争春未肯降,骚人搁笔费评章

    윗 시는 그 중딩 교재에 나온 대목입니다. 아름다운 중국강산 옛 선조들은 이렇게 노래하셨지~ 이걸 보고 느낀 점을 논술하시오~ 뭐 이런 교재에 나왔습니다. 가을을 그린 대목에서 청녀 운운이 나오네요. (위에 초딩이라고 오타내서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
  • 카시아파 2007/07/15 16:50 #

    앗, 오타 고친 사이 댓글이. ^^;;;
  • damekana 2007/07/15 17:30 #

    찾아보니 대부분 靑女는 서리, 눈, 추위의 여신이라고 하면서 출전으로 淮南子 天文에 나오는 "青女乃出, 以降霜雪."을 들고 있군요. 두보나 이상은 등의 唐詩에서도 눈에 띄는 걸 보면 꽤나 오래 전부터 쓰던 시적인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07/07/15 17:31 #

    damekana님 / 고맙습니다. [회남자]가 출전이었군요. 역시 고전을 좀 읽어야 되는데...^^;;
  • 서군시언 2007/07/15 19:10 #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도 없고,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이 슬픔이란....-_-;;)
  • 초록불 2007/07/15 19:46 #

    서군시언님 / 알라딘에서 해외배송도 되지 않습니까?
  • 半道 2007/07/16 09:58 #

    잘 쓴 책이 잘 팔리는 예라...

    울나라 책시장이 얼마나 한심한지 보여주는 문구네요..
  • 서군시언 2007/07/16 14:27 #

    너무 비싸요 배송비가. 배보다 배꼽이 크다니까요. 그냥 여름 방학때 왕창 지르기로 계획중.....
  • 초록불 2007/07/16 16:17 #

    서군시언님 / 그렇군요. 유학생이셨구나. 지진 여파는 괜찮습니까?
  • 서군시언 2007/07/17 00:44 #

    큐슈는 지진 발생지로부터 남쪽이어서 그런지 미동도 없군요.
  • seal 2007/07/24 21:21 #

    저도 얼마 전에 읽었는데 재밌더군요. 장르소설에 국한되는 재미를 넘어서는... 작가가 이야기꾼으로서 재능이 많다고 느꼈어요^^
  • 초록불 2007/07/24 23:51 #

    seal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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