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뉴스들을 보다가 *..자........서..*

옛날 일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동창 A군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곧잘 하던 A군은 무슨 이유인지 고3이 되면서 성적이 뚝뚝 떨어졌다.
전교 등수에서 놀던 아이가 점점 성적이 떨어져 반에서도 10등 정도에 그치게 되니 내심 충격이 컸을 것이다.

학력고사(우리 때는 이렇게 불렀다)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간신히 연고대 정도는 갈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 나왔다.
당연히 고대쯤 지원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 학교는 고대가 가까워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고대를 많이 지원했다.)
그런데 소집일날 만나서 지원 대학을 서로 물어보다가 깜짝 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A가 서울대 법대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나 - 미쳤어? 점수 안 되잖아?
A - 점수는 당연히 안 되지.
나 - 그런데 왜 서울대 법대에 낸 거야?
A - 재수하려고.
나 - 그게 뭔 상관이야?
A - 서울대 법대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재수한다고 하면 폼 나잖아.

이런 것도 일종의 학력 위조라 할 수 있겠다. (강석이 기 안 죽으려고 연대 나왔다고 했대더라.)
그러나 이 친구, 그거 자랑하고 다닐 수가 없었다.

이 해 서울대 법대는 미달은 아니었지만, 지원자 중에 A 같은 놈이 많았는지 커트라인이 엄청 낮았던 것이다. 우리가 나중에 계산해 보았는데, 정말 1-2점 정도 모자라서 떨어졌던 것.
따라서 서울대 법대 지원했다가 떨어졌다고 떠벌린다면 자기 점수 별 볼 일 없다는 것에다가 똥배짱 가진 놈이라고 떠벌리는 격이 되고 말 판이었다. 아마 A는 재수하면서 절대 자기가 서울대 법대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는 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재수한 A는 다음 해에 연대에 입학했다.

그래 혹시 모르겠다. 어쩌면 A, 지금쯤은 서울대 법대 지원했었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을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나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A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orumi.egloos.com/tb/3344255 [도움말]

덧글

  • 오토군 2007/08/19 14:03 # 답글

    전문대 빌빌대며 나온 오토군으로서는 이번 학력위조 사건들을 보면서 "그러게 왜 그랬어?" 라고만 말할 수 는 없는 심정이지요. 저마다들 "네 꿈을 펼쳐라!" 라고 말하지만 그 밑에 "덧 : 4년제 이상만" 이라고 써놓은 것 같은 취업 문턱이며 사회적인 여러가지 것들이...
  • IWBJ™ 2007/08/19 14:05 # 답글

    서울대 법대랑 강석이만 보고 '이승만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
  • 파파울프 2007/08/19 14:17 # 답글

    하지만 그정도로 학력위조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과한 것 같아요. 사실 서울대 법대를 냈고 떨어졌고 그 이유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을 뿐이잖아요. 허영이라면 허영이겠지만 그정도 허영조차 못 부린다면 너무 팍팍한것 같아요.
  • joyce 2007/08/19 14:22 # 답글

    하긴 어디 떨어지는 바람에 할 수 없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저도 많이 뵈었죠.
  • 서산돼지 2007/08/19 14:29 # 답글

    제 고등학교 1년 선배중에는 이런 분이 계셨읍니다. 81학번때는 무제한 응시가 가능했고, 서울대는 점수별 지원자현황을 발표했읍니다. 서울대 홍보학과인지 신방과인지 가기에는 약간 점수가 모자랐던 선배는 자신보다 점수를 높게 받은 동기생한테 모조리 같은과에 원서를 넣게 했지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점수별 지원자현황을 보고 다른 과로 도망갔고, 그 과는 엄청난 미달이 나왔고 선배는 무사히 붙었읍니다. 그때는 미달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서울법대도 미달이었고 최저점수가 180점이었읍니다. 또 다른 선배 한분은 176점이었는데 서울법대 원서 써달라고 징징거리다가 담임의 간곡한 설득으로 지방대에 갔는데 원서써줬으면 서울법대 갈 수 있었다고 엄청 원망하더군요. 그 담임선생님 졸업식때 칼 맞을까봐 안나오셨읍니다.
  • 초록불 2007/08/19 16:21 # 답글

    서산돼지님 / 그때 합격했던 180점 학생은 결국 졸업을 못하지 않았던가요?
  • 초록불 2007/08/19 16:22 # 답글

    오토군님 / 이해합니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봅니다. 결국 방통대를 다니는 분들도 적지 않더군요.

    파파울프님 / 농담으로 적은 글이죠. 진지한 내용은 아닙니다.

    joyce님 / 그 심정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재수한 몸인지라...
  • 얼음칼 2007/08/19 17:35 # 답글

    서산 // 180점이 아니라 186점이었어.

    초록불 // 1학년 1학기 연속 학사경고를 받은 다음에 군대갔을 겁니다. 제대 후 복학했는지 여부는 몰라요.
  • 친한척 2007/08/19 21:07 # 답글

    하아. 씁쓸하군요. 그냥 할 말이 없습니다.
  • 파파울프 2007/08/19 21:45 # 답글

    아! 위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생각나는게 제가 수능칠때 (첫 세대 입니다) 만점이 200점이었더랬죠. 헌데 반에서 가장 공부를 못하는 모군이 수능쳐서 75점인가? 그렇게 맞았고 어차피 대학 못갈거 경북대나 써달라고 땡깡을 부렸죠. 결국 선생님은 니 마음대로 해라며 써 주었고 미달로 당당히 합격(?)해 버리는 웃기는 일이 생겼습니다.

    헌데 말입니다. 결국 한해를 못 버티고 나오더군요... 뭘 알아야 대학도 다니죠... 그렇다고 자기가 독한 마음먹고 공부한것도 아니고... 거저 주워버린 것 같은 합격이니...
  • 서산돼지 2007/08/20 00:18 # 답글

    맞습니다. 그때 180점 받고 서울법대 간 분은 졸업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 녹연 2007/08/20 07:18 # 답글

    하긴 중3때 학원 선생님이 애들한테 '외고랑 과고, 일단 지원을 해놔라, 그렇게 해서 떨어져도 시험쳤었다는 게 나름 고등학교 선생님들한테 임팩트가 있어-' 라고 하셨던 기억이......;ㅋ
  • 우기 2007/08/21 00:17 # 답글

    혹시 대광고, 용문고, 서라벌고 중 하나이신가요? ^^;;

    저때는 학력고사가 320점+체력장20점 이었는데 그당시는 달랐나보네요.

    원서쓰는 기간에 학생, 학부모와 담임선생님간의 전쟁, 참 대단했었죠.

    저도 절 사범대나 약대로 보내려는 담임선생님과 싸우느라 힘들었습니다.
  • 초록불 2007/08/21 00:26 # 답글

    우기님 / 그렇게 해서 340점 맞습니다. 그리고 세 학교 다 아닙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알라딘TTB2

구글광고

야후블로그뱃지

야후 블로그 벳지

유사역사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