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의 춘추필법? *..역........사..*



춘추필법(春秋筆法)이란 본래 공자가 역사책 [춘추]와 같은 비판적인 태도로 오직 객관적인 사실에만 입각하여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중국의 춘추필법이란 역사 왜곡을 하는 기술법이라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그 출전은 양계초의 [중국역사연구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보지 못해서 과연 양계초의 책에 그런 말이 나오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죄송하지만 이런 대목에서는 치오네님 쪽을 바라보게 된다.)

양계초는 그 책에서 춘추필법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한다.

중국의 모든 역사는 중국의 목적을 위 한 추초(짐승먹이 풀), 구축의 노릇을 할 뿐이다.
그 결과 반드시 억지로 중국을 증심으로 역사를 위조하여 사가의 신용이 땅에 떨어졌다.
이 악습은 공자의 수법에서 나와 2천년 동안 중국역사가 그 악습을 탈피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춘추필법은 다음의 세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 존화양이(尊華攘夷) - 중국을 높이고 외국(이족?)은 깍아 내린다.
- 상내약외(詳內略外) - 중국사는 상세히 외국사는 간단히 기술한다.
- 위국휘치(爲國諱恥) - (중국)을 위해 (중국)의 수치를 숨긴다.


위의 원칙도 진짜 양계초의 말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예전에는 중국의 역사 기술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말들이 있기는 했다. 중국의 역사 기술 원칙이라는 것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경우는 [문학]에 밝은 악질식민빠님 쪽을 보게 된다.)

내가 찾은 자료로는 임승국의 [한국고대사관견](1978)이 있다.

긍화하이누이적矜華夏而陋夷狄, 위중국휘치爲中國諱恥라는 중국사서의 지도이념에서 볼 때

양계초 이야기도 없고 한자도 좀 다르다. 특히 우스운 사실은 저 [긍화하이누이적]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 [긍초이누이적]이라는 말로 바뀌어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이때 [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본 바로는 저 말은 증산도의 안원전이 갑자기 쓰기 시작했고(인원전의 인터넷 글에는 [초]에 해당하는 한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후로는

矜초而陋夷狄
矜鞘而陋夷狄
矜炒而陋夷狄
矜墅而陋夷狄


과 같은 정체불명의 한자로 도배되어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이 말에 대해서 아시는 분은 제보 좀 부탁드린다. (꾸벅)

[추가]
소하님이 존화양이(尊華攘夷), 상내약외(詳內略外), 위국휘치(爲國諱恥)의 출전을 찾아내셨다.
신채호의 [전후삼한고](조선사연구초)에 나온다.

지나의 信史(신사)를 찾으려면 사마천에게 제일지第一指를 굴屈할 터이나, 그러나 사마천은 충실하게 원방 외국인 이집트 바빌론의 역사를 채록하던 희랍의 헤로도투스 같은 사가가 아니요, 즉 공자 춘추의 존화양이尊華攘夷, 상내약외詳內略外, 위국휘치爲國諱恥 등의 주의를 견수하던 완유頑儒(완고한 유학자)라.

저 말 중 존화양이는 존왕양이尊王攘夷라는 춘추 시대의 대의를 표명하는 말이 바뀐 것 같다. 상내약외詳內略外는 문제가 될 수 없는 말이다. 자신들 이야기를 자세히 쓰고 외국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쓰는 것이야 뭐가 문제겠는가? 그런데 마지막의 위국휘치爲國諱恥는 어디서 온 말일까? 나로서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하나밖에 없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보장왕 8년 기사의 김부식 사론이다.

마침내 (당태종이) 스스로 빠져나가기는 했으나, 위태로움이 그와 같았는데도 [신당서], [구당서]와 사마광의 [자치통감]에서 이 일을 말하지 않았으니 어찌 자기 나라의 체면을 위하여 이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겠는가(豈非爲國諱之者也).

그러나 임승국이 중국 사서의 지도이념이라고 이야기한 [긍화하이누이적矜華夏而陋夷狄]의 출전은 아직도 묘연하기만 하다.

[추가2]
바로바로님의 제보에 의해서 [긍화하이누이적矜華夏而陋夷狄]의 원 출전으로 생각되는 글을 알 수 있었다.
당나라의 역사학자 유지기劉知幾가 저술한 역사책 [사통史通]에 이런 구절이 있다.

若王沈、孫盛之伍,伯起、德棻之流,論王業則黨悖逆而誣忠義, 敘國家則抑正順而褒篡奪, 述風俗則矜夷狄而陋華夏...

대략 번역하면 이렇다.

왕침(서진 때 역사학자, [위서]를 지었다), 손성(동진 때 역사학자), 백기(양진 - 후한때 학자), 덕분(영호덕분 - 당나라 때 역사학자, [주서]를 지었다)의 무리처럼
왕업에서는 무리가 패역하고 충의를 낮추어 논하고
국가에서는 정순함을 억누르고 찬탈을 칭찬하는 것을 쓰며
풍속에서는 오랑캐를 긍휼히 여기고 화하를 누추하게 기술하였다.

이것은 기존 역사학자들인 왕침 등이 오랑캐를 높이고 화하, 즉 중국을 낮췄다고 비판한 글이다. 임승국은 그렇기 때문에 중국 역사는 당연히 중국을 높이고 오랑캐를 낮추는 방향으로 써왔다고 생각하고(이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 반대인 [긍화하이누이적矜華夏而陋夷狄]이 중국인들의 역사 기술 원칙이 된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일단 저런 말 한마디에서 중국사를 기술하는 원칙을 찾아낸 임승국의 되도않은 상상력에 경탄을 보낸다. 저 구절은 고대 사서들이 오히려 얼마나 더 객관적으로 기술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임승국... 쯧쯧.

[추가3]
1981년의 국사교과서공청회에서 임승국이 한 말이 좀 더 자세하다. 옮겨 놓는다.

중국사필中國史筆에 세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 "위중국휘치爲中國諱恥"(중국을 위해 수치를 숨기고)
둘째 "긍화하이누이적矜華夏而陋夷狄"(중국을 높이고 외국을 깎으며)
세째 "상내약외詳內略外"(중국 내국의 역사는 상세하게, 외국의 역사는 간략하게 적는다)
라는 것입니다.


[추가4]
1971년에 이유립이 낸 <환단휘기>에도 신채호가 말한 세가지 원칙이 나온다.

其一曰 尊華攘夷오
二曰 詳內略外오
三曰 爲國諱恥之爲一主義하야 (환단휘기 자서 중)

이런 말도 들어있다.

其矜誇夷狄而陋仲華[sic中華]


핑백

  • 知不知尙矣 不知知病矣 : 춘추필법春秋筆法. 2008-07-17 23:03:21 #

    ... &gt; 정도다. 《중국역사연구법》은 일전에 대강 훑어본 적이 있는데, 초록불님의 글을 보고, 나도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눈으로 속독을 했기 때문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재야의 춘추필법 클릭하삼.이번에 진문공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중국역사연구법》를 다시 보게 되었다. 헌데 낯익은 구절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짜피 환독들이 날나리 인용을 믿지 ... more

  • 초록불의 잡학다식 : 환단고기의 세계 - 세번째 2008-11-23 15:58:00 #

    ... 빼앗겼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이야말로 재야사가들이 주장하는 망상춘추필법 위국휘치爲國諱恥(나라를 위해 수치를 감춘다)는 원칙에 충실한 기술이다. (참고 재야의 춘추필법 [클릭] 가삭 다음에 번조선 왕 해인은 연나라에서 보낸 자객에게 죽는다. 그 아들 수한이 즉위했는데, 이때(BC 339) 연나라가 또 침공. 그동안 단기고사에서 빌려서 ... more

덧글

  • 슈타인호프 2007/09/17 10:59 #

    그런데, 저 말이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별로 환빠들이 그걸 가지고 책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자기들도 똑같이 하잖아요?

    아니, 중국의 "춘추필법" 따위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환빠들의 레벨이 더 높군요(먼산)
  • 위장효과 2007/09/17 11:10 #

    양계초의 저 말은 저도 간접화법-즉 다른 사람의 인용-으로밖에는 못 봤는데 저 문장만큼이나 중요한 양계초의 다른 말은 아주 고의적으로 무시되고 있습니다. 대략 중국 24사중에서 과거의 일을 밝혀 훗날의 교훈이 되게 하는 엄정한 역사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은 오직 사마천의 "사기"하나 뿐이고 반고의 한서이후 사서들은 모두가 자료일 뿐 사서로서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대략 블로흐가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내린 역사의 대한 정의로 사서들을 평가한 셈이죠. 그런면에서는 양계초가 블로흐와 카의 선배격일까나요.
    문제는 양계초가 예를 들기 전 저렇게 딱 하니 단칼로 내찍으니 그가 오로지 하나뿐인 참된 역사서라고 칭찬한 사기와 그 저자인 사마천도 환빠들에게 도매금으로 "춘추필법"이라 매도당한 거죠.
  • 老姜君 2007/09/17 11:43 #

    구글에서 春秋笔法 详内略外라고 검색하면 완벽한 문장을 이룬 첫번째 링크가 한글인데요 뭐 -_-a 한국에서만 유독 자주 쓰이는 말일듯.

    중국어 소스에서는 '객관보도와 춘추필법'이라는 중국어 문서가 나오는데... (http://ashaw.org/files/RS2002A.doc) 여기서는 춘추필법의 특징을 "详内略外,详尊略卑,详重略轻,详近略远,详大略小,详变略常,详正略否,据鲁亲周,尊王攘夷,暗寓褒贬"라고 하고 있습니다.

    굳이 옳기면 "안은 자세하게 밖은 간단하게, 높은것은 자세하게 천한것은 간단하게, 중요한 것은 자세하게 가벼운 것은 간단하게, 가까운 것은 중요하게 먼것은 간단하게, 큰것은 자세하게 작은것은 간단하게, 변한것은 자세하게 같은것은 간단하게, 바른것은 자세하게 그른것은 간단하게, 노나라에 따라서 주나라와 친하게, 왕을 존중하고 이족(夷)은 배척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건 헷갈려서 못 옳기겠습니다. 비유하거나 폄하하는건 하지 말라는것 같은데...) 정도입니다.

    상내약외(詳內略外)가 있긴 하지만 이것을 '중국/외국'으로 보느냐, '나라 안/나라 밖'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듯 하고...

    존화양이(尊華攘夷)는 없습니다. 존왕양이(尊王攘夷)는 있지만, '화'와 '왕'은 분명히 다르겠지요.

    제일 결정적인 위국휘치(爲國諱恥)는 비슷한 부분도 없습니다. 제가 찾은 문서에서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니니까 빼버렸을수도 있지만, 하여간 없습니다.
  • 게렉터 2007/09/17 12:12 #

    위국휘치 는 춘추 곡량전에 나오는 소위 "三諱", "爲尊者諱恥,爲賢者諱過,爲親者諱疾"에서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소하 2007/09/17 12:33 #

    정말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입니다. 대꾸할 가치도 없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낚시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존화양이(尊華攘夷)
    尊王攘夷존왕양이= 여기서 왕王은 주왕실을 뜻하는 것이고, 이夷는 연제노진초같은 제후국을 말하는 것입니다. 왕을 화로 슬쩍 바꾸어 놓았죠...ㅎㅎㅎ 춘추시대 패자의 직분으로<맹자>에 처음 나오던 말인가? 그렇습니다. 춘추는 엄연히 주왕실 중심의 기록입니다.

    상내약외(詳內略外)
    이게 무슨 문제일까요? 자국의 역사를 기록하는데 자국을 상세히 기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정보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도 당연한 건데....뭐 어쩌라는 것인지.

    위국휘치(爲國諱恥)
    으음. 이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르겠네요? 정체가 뭐지?

  • 소하 2007/09/17 12:53 #

    양계초가 저런 기술을 했다는 것은 처음 들어봅니다. 그의 저서는 다 본 것이 아니라서 지금 대충 훝어보았는데, 역사연구법은 전적으로 사학의 방법론만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중요고적의 해제와 독서법>의 춘추 관련해서도 안 보이네요. 으음. 또 다른 논문이 있나? 아무래도 낚시질인듯..합니다.
  • 소하 2007/09/17 14:12 #

    검색해 봤더니 인터넷 문서 신채호의 <조선사연구초. 전후삼한고>에 나옵니다.

    http://ko.wikisource.org/wiki/%EC%A1%B0%EC%84%A0%EC%82%AC%EC%97%B0%EA%B5%AC%EC%B4%88

    이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진위는 모르겠습니다.
  • 초록불 2007/09/18 00:06 #

    소하님 / 그렇군요. [전후삼한고]는 읽은 책인데도 이걸 놓쳤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현대 한국어로 풀어놓은 책이기는 하지만, 이걸 놓치다니... 에구에구입니다.
  • 에냑 2007/09/18 08:42 #

    정말 초록불님이나 악질식민빠님의 합작으로 책이 나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
  • 2007/09/18 14:4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7/09/18 16:18 #

    비밀글 / 수고했다
  • 치오네 2007/09/24 23:41 #

    앗, 요즘 정신이 없다보니 이 글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양계초의 책은 갖고 있지 않은데, 한 번 찾아볼께요. 짐작하셨겠지만 중국 검색엔진을 쓰면 양계초-춘추필법으로는 찾을 수 있는게 없습니다. ^^;

    爲國諱恥도 중국 검색 엔진을 돌려보면 하나도 안나옵니다... 董仲舒의 春秋繁露라는 글에 當爲國諱之라는 부분이 있는 모양인데 그것만 잔뜩 나와요;;
  • 초록불 2007/09/25 00:42 #

    치오네님 / 역시 환빠들의 날조군요.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 소하 2007/09/28 16:38 #

    동명왕편을 보는데 "상내략외" 문장이 보이더군요. 신채호 선생의 사고는 이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별로 문제될게 없는 의미인데...환빠들 손에 들어가면 이상한 의미로 변질 되는군요.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 서문.
    讀《魏書》《通典》. 亦載其事. 然略而未詳. 豈"詳內略外"之意耶.
    《위서》《통전》을 읽어보니, 또한 그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간략하고 상세하지 않으니, 이것은 (자국) 내의 사실은 상세하고 외국은 간략한 의미가 아니겠는가?
  • 2013/12/04 10: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04 10: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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