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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 이야기 (2nd Edition)
1.
어느 깊은 산속의 작은 연못의 한 귀퉁이에는 늘 검은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그 검은 물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 건 알아서 뭐해? 더러워서 생각하기도 싫어."
깔끔을 떠는 부레옥잠은 그렇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 안에 뭔가 추악하고 흉악한 게 사는 거야. 우리 쪽으로 다가오지만 말았으면 좋겠어."
수련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말했습니다.

"세상이 썩고 있는 증거야. 언젠가는 우리 모두 저 검은 물에 먹혀버리고 말 거야."
어리연꽃은 노란 꽃잎을 파르르 떨었습니다.

"나 좀 밀지마. 내가 검은 물한테 먹히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해?"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개구리밥이 투덜댔습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검은 물이 왜 생겼는지, 정말 나쁘고, 무섭고, 흉악한 것인지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달빛이 밝게 비치는 밤이 되면 연못 물도 모두 검게 물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검은 물은 연못의 다른 부분과는 확 틀리게 마련이었습니다. 검은 물 위로는 달빛도 떨어지지 않았고, 별들이 물 위에 비치지도 않았습니다.

검은 물에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그 쪽으로는 뿌리도 뻗지 않았고, 꽃도 피우지 않았습니다. 송사리, 피라미들이라면 혹 검은 물 쪽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못 위에 사는 수련, 부레 옥잠, 어리연꽃, 개구리밥은 물 속에 사는 송사리, 피라미와는 이야기하지 않았죠. 어쩌면 검은 물은 외로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검은 물은 말하는 법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느날 검은 물 위에 파란 이파리가 나타났을 때 모두 놀라고 말았습니다. 언제 그런 것이 자라났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누구 하나 그 쪽으로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더구나 그 파란 이파리는 언제 그렇게 자라났는지 길게 길게 하늘을 향해 솟아 올라 있었습니다.

"저게 뭐지? 저런 흉칙한 검은 물에 자리를 잡다니..."
부레옥잠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습니다. 노란 나비 하나가 꿀을 따러 그 안으로 얼른 들어갔습니다.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야. 세상에, 검은 물 속에서 살다니..."
수련은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이제 꽃이 피면 썩은내가 진동할 게 틀림없어. 그런 냄새를 맡으면 우린 미치고 말거야."
어리연꽃이 진저리를 치며 말했습니다.

"나보고 알아보고 오라고 해도 소용없어. 난 절대로 검은 물 쪽으론 안 갈 거야."
개구리밥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누구도 그런 말을 할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에요.

파란 이파리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새 파란 이파리는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파란 이파리의 줄기들도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파란 이파리는 검은 물을 모두 뒤덮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저 봐. 파란 이파리 덕분에 검은 물이 아예 보이질 않네. 아유, 속 시원해."
부레옥잠이 수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건 아닐 거야. 파란 이파리 때문에 밀려나서 우리에게 몰려올지도 몰라."
수련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습니다.

"나쁜 냄새는 나지 않는 걸? 달콤한 향기가 있어."
어리연꽃이 킁킁 댔습니다.

"파란 이파리는 괜찮은 친구 같아. 좋은 말만 하던걸."
개구리밥은 파란 이파리를 만난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 파란 이파리는 어떤 친구야?"
부레옥잠이 물었습니다.

"나랑 비슷해."
개구리밥이 그렇게 말했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안심했습니다. 검은 물을 없애버린 파란 이파리를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검은 물은 어쩌다 파란 이파리 틈새로 살짝 보이는 것 말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파란 이파리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점점 어두워져."
송사리와 피라미가 서로 속삭이는 소리를 부레옥잠도 어쩌다 듣기 했습니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귀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연못 위에 사는 부레옥잠이 물 속에 사는 송사리, 피라미와 친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파란 이파리는 부레옥잠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파란 이파리는 수련도 만났습니다. 파란 이파리는 어리 연꽃에게도 찾아갔습니다. 파란 이파리는 개구리밥과 함께 연못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파란 이파리는 달콤한 향기를 풍겼고, 파란 이파리는 누구에게나 듣기 좋은 말만 했기 때문에 모두 파란 이파리를 좋아했습니다.

개구리밥은 어느 틈에 바람이 불어도 갈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디를 가나 파란 이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파란 이파리는 연못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파란 이파리가 너무 많아. 이래서는 꼼짝달싹 못하겠는 걸?"
부레옥잠이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파란 이파리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숨도 못 쉬겠어."
수련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습니다.

"이젠 파란 이파리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아. 달디 단 냄새에 미칠 것 같아."
어리 연꽃의 신음 소리도 들렸습니다.

부레옥잠은 또 다른 괴로운 소리도 들었습니다. 피라미와 송사리들의 한숨 소리였습니다.

"이젠 연못이 모두 검은 물이 되었어. 빛이 보이질 않아."

부레옥잠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달빛은 여전히 아름답게 연못 위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란 이파리에 뒤덮인 연못 안으로는 그 빛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레옥잠은 검은 물이 있던 그곳을 바라 보았습니다.

이제는 검은 물이 보이지 않지만 파란 이파리의 줄기가 하늘 위로 뻗어올라가 있는 그곳을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레옥잠은 깨달았습니다. 파란 이파리의 줄기는 하늘 위로 뻗어올라간 것이 아니라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라는 것을. 아니, 하늘 위가 아니었습니다. 검은 물 위의 벼랑에서부터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밥이 이야기했었죠. 파란 이파리는 자기와 비슷하다고. 그랬습니다. 둘 다 뿌리가 없었으니까요.

검은 물은 그 벼랑이 만들었던 그늘이었다는 것을 부레옥잠은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는 파란 이파리가 연못을 모두 뒤덮고 말았지만, 부레옥잠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못이 완전히 죽기 전에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아직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닐 겁니다. 깜깜한 검은 물 속에도 송사리와 피라미는 살고 있으니까요.

2.
"얘들아, 내 말 들리니?"
부레옥잠은 송사리와 피라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릴 아는 척도 안 하던 네가 웬일이니?"
송사리가 비꼬는 듯이 말했습니다.

"뭔가 아쉬운 게 있나 보지?"
피라미도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러지 마. 그동안 너희를 깔본 건 사과할게. 하지만 너희도 다시 빛을 보고 싶을 거 아냐? 영원히 깜깜한 검은 물 속에서 살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럼 우린 힘을 합해야 해."
부레옥잠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습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우린 송사리와 피라미라고. 누구나 다 하찮게 생각하는."
"세상에 하찮은 건 없어. 검은 물을 하찮게만 보지 않았다면, 왜 검은 물이 생겼는지 알았다면 지금 이런 처지에 놓이지도 않았을 거야. 세상에 하찮은 건 없어."
"좋아.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어."
"파란 이파리의 줄기를 끊어주렴. 그러면 파란 이파리는 시들어서 사라지고 말테니. 그러면 연못에는 다시 햇빛과 달빛이 떨어지고 별들이 바람을 타고 춤추게 될 테니까."

송사리와 피라미는 파란 이파리의 줄기를 끊어냈습니다. 뿌리와 연결이 끊어진 파란 이파리는 조용히 연못 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연못은 다시 맑아지고, 검은 물도 다시 나타났습니다.

"아, 정말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어."
수련이 몸서리를 치며 말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야. 그 냄새, 다시는 맡고 싶지 않아."
어리연꽃도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나도 다시 돌아다닐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개구리밥이 즐거워하며 말했습니다.

모두 부레옥잠에게 고마워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송사리와 피라미가 몰려와 말했습니다.

"너 때문이야! 책임져!"
송사리와 피라미는 부레옥잠에게 말했습니다.

"연못이 썩어가고 있어. 숨이 막혀서 살 수가 없다고."
송사리와 피라미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었습니다.

"왜 그게 부레옥잠 탓이라는 거야?"
수련도 화를 냈습니다.

"애송이들 주제에 어디서 큰소리들이니?"
어리연꽃도 화를 냈습니다.

"까불지 말고 빨리 꺼져."
개구리밥도 화를 냈습니다.

"조용히!"
부레옥잠이 친구들을 조용히 시켰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렴."
"파란 이파리야. 파란 이파리가 연못 밑에서 썩고 있다고. 검은 물 아래 파란 이파리가 하나 가득이야. 달콤한 악취를 내며 썩어가고 있어. 달콤한 냄새에 끌려서 그곳에 들어가면 모두 그 냄새에 취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만다고."

송사리가 말하자 피라미도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네 말을 듣고 파란 이파리의 줄기를 끊어서 연못을 되살려 주었어. 그런데 이게 우리에게 준 보답이야? 우리는 너희 줄기도 끊을 수 있어. 이제 너희는 무섭지도 않아."

수련과 어리연꽃과 개구리밥은 모두 놀라서 부레옥잠을 바라보았습니다. 부레옥잠이 말했습니다.

"그런 짓은 하면 안 돼. 우리들을 모두 죽이면 너희들도 숨을 쉴 수 없게 될테니까. 나를 검은 물로 밀어주렴. 내가 그곳에 가서 살도록 할 게. 그러면 모두 괜찮을 거야."

피라미와 송사리는 부레옥잠을 검은 물로 데려갔습니다. 부레옥잠은 그곳에서 파란 이파리의 달콤한 독기를 맑은 물로 바꾸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개구리밥이 놀러와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송사리와 피라미는 부레옥잠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남았으니까요. 가끔 이 착한 친구들은 달빛과 별 그림자도 물고와 주곤 했답니다.





* 부레옥잠 : 수질 정화능력이 뛰어난 수생식물
by 초록불 | 2007/11/11 15:09 | *.....비공개....* | 트랙백 | 덧글(12)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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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11/11 15:10
확실히 이야기가 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번 글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잘 모른다 해도 [2]번 글로 이야기 자체는 좀 나아졌으리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11/11 15:22
1번으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마무리가 되었을텐데, 2부가 생겨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게 솔직히 마음에 듭니다^^;

오타 하나 : 단디 단-> 달디 단
Commented by Freely at 2007/11/11 15:33
에 사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에나 존재하는듯..
학계에도 이런 일들이 가끔 발생합니다..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11/11 15:54
슈타인호프님 / 오타 잡았습니다. 역시 동화는 확실한 해피엔딩이...

Freely님 / ^^;;
Commented by 조나쓰 at 2007/11/11 16:47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Neidhardt at 2007/11/11 17:04
재밌게 읽었어요 ^_^
Commented by 措大 at 2007/11/12 00:33
멋진 마무리. 이제 이걸 읽어줄 딸아이만 어디서 구하면 되겠네요 (먼산)
Commented by 전설의실버팽 at 2007/11/12 09:56
아침부터 피곤에 쩔다가
좋은 글 읽고 갑니다. (__)
Commented at 2007/11/12 18: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11/12 19:01
비밀글 / 지적한 것이 맞습니다만, 단지 다른 것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틀리다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Commented by 나루 at 2008/03/22 03:36
하아....;;;;;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검은 물은 석유인가요???;; 파란 이파리는..;;; 뭐지... 물론 이야기 전체의 비유를 파악하는게 더 중요하겠지만......; 뭔가 어렵네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3/22 11:17
나루님 / 좀 어려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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