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 - 안개의 성 *..문........화..*



이코 - 안개의 성이코 - 안개의 성- 8점


클릭 시 본 도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황매(푸른바람)

(본 감상평에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복선이 깔려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명성은 많이 들었지만, 일본 소설들은 읽기가 껄끄러운 측면이 많아서 읽어본 것이 없었다.

[이코]는 플레이스테이션2의 게임이 원작이다. 게임이 원작이고 소설은 그 뒤에 나왔다는 뜻.
어드벤처 게임인 [이코]는 플스2의 세계에서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컴퓨터 게임이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에 어드벤처 게임도 탄생했다. 한때 "킹스 퀘스트" 시리즈를 비롯해 게임 시장을 석권하던 어드벤처 게임은 지금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장르가 되고 말았다. (정통 어드벤처 게임은 루카스 아츠의 [그림판당고] 이후 사라진 것 같고, 새 장르인 액션 어드벤처의 경우도 [툼레이더] 시리즈 외에는 별반 대단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한때 어드벤처 장르는 스토리와 컴퓨터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는 장르로 그 발전이 무궁할 것이라 예측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쉬운 퍼즐은 기존 유저들에게 외면 당하고, 어려운 퍼즐은 뉴비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사용 인구가 줄어들고, 결국은 잊혀진 장르가 되고 만 셈이다. 만들기는 어려운데 그만큼의 성과는 보장되지 않으니까.

[이코]도 완전히 액션을 배제한 어드벤처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액션 자체는 이 게임에서 부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퍼즐이 차지하는 측면이 큰데, [이코]는 수수께끼 같은 설정 자체가 차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음울한 성, 뿔이 난 소년, 달려드는 검은 그림자, 말이 통하지 않는 소녀. 모든 것이 의문 속에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이코]는 바로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게임에서 배경을 가져왔고, 게임의 설정을 따라가는데, 영화와 원작 소설이 다른 예술인 것처럼, 게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게임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점에서 나는 확신을 갖기가 조금 어렵다. 과연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재미있을 것인가?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재미있다고 해도, 역시 게임을 해본 사람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게임 [이코]는 처음 플레이할 때는 성 안의 소녀, 요르다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두 번째 플레이할 때 요르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이 책도 마치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1장, 2장은 이코(이코는 주인공 이름이다)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요르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3장에서는 요르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치 리플레이 하듯이 요르다가 이코를 만난 시점부터 이야기가 흘러간다.

물론 소설 [이코]에는 훨씬 풍부한 설명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게임 [이코]를 그대로 풀어놓은 것과는 다르다. 작가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소설 내용이 공략의 힌트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결론 부분은 게임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요르다에게 닥쳐온 이야기는 게임 쪽이 나았고, 검은 그림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쪽이 나았다고 하겠다. 빛의 신과 어둠의 신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한 선악의 구도가 거슬리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이 책을 성인들이 읽을 때는 큰 감명을 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적극 권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해리 포터 시리즈가 성인들에게는 조금 유치해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최고의 소설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미라 하겠다.

판타지 소설에 취미가 있는 사람, 게임 [이코]를 플레이해본 사람, 그리고 청소년에게 선물할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http://orumi.egloos.com2007-12-19T06:59:260.3810

덧글

  • 功名誰復論 2007/12/19 16:20 #

    어드벤처 게임은 그래도 일본 미소녀 게임들 쪽에서는 명맥이 이어지고 있긴 합니다.
  • 초록불 2007/12/19 16:22 #

    功名誰復論님 / 아아, 그렇군요. 그 시장은 워낙 제게는 논외의 시장인지라 그만 잊어버렸습니다.
  • coralsea 2007/12/19 17:22 #

    안녕하세요~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글 중간에 어드벤처 게임의 종말을 언급하시면서, 아쉬워하시는듯 하여 사족을 달아봅니다.

    http://www.postadventure.com/zeroboard/view.php?id=articl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l1=off&sl1=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6

    포스트어드벤처라고, 어드벤처 게임 전문 사이트입니다. 해당 게시물은 시리즈로 작성되어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구요.

    물론 'alive and kicking' 이라고 할 만큼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주로 유럽 제작사 중심으로 정통 어드벤처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오히려 어드벤처 전성시대에 함량미달의 게임들도 많았던 것에 비해서 대부분이 양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드벤처를 좋아신다면 최근에 플레이한 사이베리아 시리즈나, 샘 앤 맥스, 지난 달에 나온 셜록 홈즈:어웨이크닝 모두 권해드릴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고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초록불 2007/12/19 17:45 #

    coralsea님 / 알려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역시 저는 올드 유저라...^^;; 하지만 알려주신 게임들은 한번 구해봐야겠네요.
  • 셀키네스 2007/12/19 18:16 #

    PS2가 없어서 게임은 안해봤지만 소설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이걸 읽고 PS2를 확 질러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였죠
  • 뇌광청춘 2007/12/20 01:48 #

    원작 게임을 해 본 사람으로서, 이코 소설은 "원작의 미싱링크를 너무 지나치게 설명하려 한 감이 있었다."고 해서 개인적으론 게임 원작 소설로는 조금 저평가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원작 게임과는 별 관계도 없고요. 오즈마라거나 하는 등장인물들은 전부 소설 내에서만 출연하는 등장인물.

    원작 게임 자체가 조금 정적이고 미스테리어스한 작품이었고, 또 그런 안개에 휩싸인 부분 자체가 분위기상으로도 알맞았던(다르게 이야기하면 목적의식 외에는 어떠한 부연설명도 하지 않는) 작품이었음을 생각해본다면 소설은 그 부분이 좀 희석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07/12/20 01:53 #

    뇌광청춘님 / 아마도 저는 합목적적인 글을 좋아하는 취미가 있어서 더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지나치게 설명하고자 하는 감이 있습니다.
  • Earthy 2007/12/20 04:59 #

    막상 미야베 미유키의 팬들에게는 비추천인 책이죠.
    지금까지와 분위기를 싹 바꾼 책을 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초록불 2007/12/20 08:37 #

    Earthy님 / 그렇습니까? 전 폭넓은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았으니 잘 알 수는 없는 일이군요.
  • 곰돌군 2007/12/24 23:33 #

    정통 어드벤쳐라고 할만한 게임은 진짜 거의 전멸한듯 하고.. 요즘 그나마 남은건 각종
    호러 성향의 액션 + 어드벤쳐들 뿐이지요 Bio Hazard, Silent Hill, 그외 다크스톰에서
    몇건 내놓았고.. 아무래도 요즘게임들은 점점 그래픽은 화려해지고 진행은 짧고
    화끈하게, 가 모토로 가는지라 진득하니 붙들고 앉아서 인공지능이랑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정통파 어드벤쳐 게임은 사장될수 밖에 없는듯 합니다.
  • 새매 2007/12/31 07:24 #

    젤다 시리즈는 어드벤쳐일까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