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청솔모 *..만........상..*



성북동에 다녀왔습니다.

만해 한용운의 조선총독부 보기 싫다고 뒤돌아 앉은 북향집 - 심우장도 가보고,
백석의 애인 길상화 보살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길상사도 가보고.
이태준 생가는 눈으로 스치기만 했군요.

길상사에서 아무도 없는, 엉덩이 뜨끈한 찻집에서 다방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내려오는 길에 청솔모 한 마리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정신없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잘 안 보일 것 같아 동그라미 표시를 했습니다. 아슬아슬 나무 사이를 날듯이 건너 뛰는군요.
집과 집 사이를 애절한 연인들의 손끝처럼 이어진 가느다란 나뭇가지 사이를 뛸 때는 하마트면
떨어질 뻔, 한 다리로 아슬아슬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거리를 넘어 집과 집 사이로 넘나들 때는 전선줄을 광대처럼 타고 지나가고
감나무가 열린 집에서는 기력 보충을 위해 잠깐 간식 먹듯이 들르기도 하더군요.

결국은 내 시야를 지나쳐 저 멀리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나저나 이글루에서는 동영상을 직접 올리는 게 불가능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해봐도 방법을 모르겠군요. 퍼오는 방법은 예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결국 네이버에 블로그를 하나 만든 뒤에 동영상을 올리고 그걸 다시 가져오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거야 원...)

문득 생각난 시 한 수...



성북동 청솔모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청솔모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길 비키라는 클락션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청솔모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전선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까치밥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나무는커녕 가는 데마다
클락션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보일러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주차장에 도루 가서
금방 멈춘 타이어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귀여움을 즐기던
사랑과 귀여움의 길짐승 청솔모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귀여움의 이미지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길짐승이 되었다.



덧글

  • Eugene 2007/12/21 20:15 #

    서...성북동 비둘기... 청솔모.... ㅇㅅㅇb
  • 위장효과 2007/12/21 20:21 #

    성북동 청설모...^O^b
  • 을파소 2007/12/21 20:50 #

    성북동 청솔모...군요.
  • 瑞菜 2007/12/21 21:01 #

    저 시를 예전 외우고 살았건만...
  • 초록불 2007/12/21 21:04 #

    瑞菜님 / [성북동 청솔모]를 외우고 사셨다니 깊은 감사를... 그런데 몇 시간 전에 지은 건데요... (호호호)
  • 2007/12/21 22: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7/12/21 22:2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맑음뒤흐림 2007/12/21 22:41 #

    청솔모가 다람쥐를 쫓아낸다 하여 저한테는 이미지가 안좋은...
  • 초록불 2007/12/21 22:57 #

    비밀글 1 / 안 되더군요. 이유 불명입니다.

    비밀글 2 / 둘 다 사용합니다...^^;;

    맑음뒤흐림님 / 다람쥐를 쫓아내는 건 아니고, 청솔모가 잡식성이라 열악한 환경에서 더 잘 살아남게 된 거라고 하더군요.
  • 찬별 2007/12/21 23:05 #

    저는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 라고 알고 있었어요.
    지금 사전 찾아보니 원래 우리나라에 살던 놈이군요...

    그나저나 청솔모가 아니고 청설모라는;;
  • 초록불 2007/12/21 23:09 #

    찬별 / 원 맞춤법은 청서. 청솔모나 청설모나 별 상관없는 걸로 알고 있음. 난 발음이 좋은 청솔모가 더 좋아.
  • 어릿광대 2007/12/22 10:05 #

    근데 이시 한번 들어본듯도 합니다..(고3때 언어영역 공부할때 본듯도 한데... 먼산..)
  • 2007/12/22 10: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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