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것도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죠. 읽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
읽고 싶지 않은 책.
읽을 수밖에 없는 책.
읽을 수 없는 책.이 네가지는 또 이런 조합을 이루지요.
첫째, 읽고 싶으나 읽을 수 없는 책이 있지요.이유는 다양합니다. 책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요. 저는 [삼대목]같은 신라에서 만들어진 향가집을 읽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읽을 수 없습니다. 또, 능력이 닿지 않아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있지요. 번역되지 않은 판타지의 고전이라든가, 고급한 과학 능력이 필요한 책이라든가, 갑골문이라든가... 가장 불행한 경우는 시간이 없는 경우겠지요. 제 방에는 아직 펼쳐보지 못한 책들도 다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읽으리라 생각하고 들여놓은 책이지만, 그것보다 시급하게 읽어야 하는 책들이 항상 있기 때문에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이죠.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은 읽을 수 없는 책. 책에게도 저에게도 불행한 경우입니다.
둘째, 읽고 싶지 않지만 읽을 수밖에 없는 책들이 있지요.
여기에도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교과서가 이 부류에 들어갑니다. 사람에 따라 일부 교과서가 해당 되겠지요. 제 경우라면 수학 교과서나 영어 교과서가 해당되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더 이상은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겠네요. 또 일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들에는 이런 것들이 많죠. 가끔은 이런 글을 읽으면서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를 가질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이 책들은 싫다는 감정을 빼면 읽을 수는 있는 책이니 그나마 다행에 속합니다.
셋째, 읽고 싶으나 읽고 싶지 않은 책이 있습니다.
웬 형용모순인가 싶은데, 다른 분들도 실제 이런 경우들도 제법 만났을 겁니다. 제 경우라면 환단고기 등의 극우 사이비 사학 관련 책들이 이런 데 속하겠습니다.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읽어야 하고 읽어보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는 이런 거짓 낚시에 걸려 진실을 외면하게 될 사람들이 생각나고 따라서 다시는 이런 책이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해 읽게 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읽고 싶어지지 않죠. 이 책들의 독서는 그래서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도덕적으로 모순을 일으키는 책도 이런 종류에 들어가죠. 청소년 시절에 야한 책을 몰래 보면서, 이런 책을 다시는 읽지 말아야지 하다가 또 읽고 있는다든가...
넷째, 읽을 수밖에 없는데 읽을 수 없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이 어딨어, 라고 이야기하시면 슬퍼집니다. 예를 든다면, 대학에서 들었던 일반경제학 시간의 경제학 책이 이 경우에 속했습니다. 학점을 따려면 읽을 수밖에 없는데, 읽을 수가 없더군요. 도무지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또한 지도를 받으면서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책들도 이런 데 속하죠. 동양사 강독 같은 수업을 듣다보면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음과 동시에 읽을 수 없는 책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변하는 심오한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읽을 수밖에 없는데 읽고 싶은 책(금상첨화), 읽을 수 없는데 읽고 싶지 않은 책(월시진척) 이야기는 따로 할 필요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