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국은 환단고기를 언제 보았을까? 만들어진 한국사



일찍이 이런 글이 세상에 떠돌았습니다.

고 임승국 교수는 미국도서관에서 영문번역 한단고기를 보고 저자를 찾아 일본으로 갔다가 이것이 우리 것임을 알고 난후 귀국 한단고기 번역작업을 하게 된 사연이 있다. 영문학자에서 민족사학자로 변모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영문번역 책이 어떤 책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과연 그런 책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지 1982년 이전의 책일 수는 없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녹도승이 [환단고기]를 얻어간 것은 1979년입니다.

저 위의 글대로라면 임승국은 그 전에는 역사 연구를 안 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임승국은 이미 1976년에 박창암, 안호상, 유봉영, 문정창, 박시인 등과 함께 국사찾기협의회를 조직했으며 1978년에 [한국고대사관견]이라는 역사책도 낸 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고대사관견]의 약력난에는 그의 저서로 [한국사의 발견], [한사군=조선사군의 이론], [한자반절에 관한 연구] 등의 책이 나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 책들이 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납본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70년대 후반에 월간 자유지에 글도 여러편 실었습니다.

따라서 나는 저 말은 인터넷에 도는 헛소리로 치부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한단고기>와 일본신화를 연구하지 않고서 <격암유록>만을 연구하면 緣木求魚라는 오류에 빠진다 [클릭](은 꼭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노중평이라는 유사역사가가 쓴 글인데 바로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송준희씨는 가시마 노보루에 대하여, “1979년 단단학회 한암당 이유립 선생이 <한단고기> 번역작업을 하고 있던 도중, 일본인 가시마 노보루가 민족사서 <한단고기>의 존재를 알고, 그해 가을 자유사 대표였던 박창암 장군을 찾아가 간곡히 부탁을 한 끝에, 자택에서 <한단고기>를 건네받아, 일본으로 가져가, 3년여의 장기간 번역작업을 통하여 1982년 7월 일본어판 <한단고기>를 출간하였다”고 하였다.
송준희의 글을 좀 더 보기로 한다.
“국내에는 이보다 늦은 1986년 고 임승국 교수가 한글판 <한단고기>를 출간하였다. 고 임승국 교수는 미국도서관에서 영문번역 <한단고기>(우리나라 학자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필자 가필)를 보고, 저자를 찾아 일본으로 갔다가, 이것이 우리 것임을 알고 난후, 귀국하여, <한단고기> 번역작업을 하게 된 사연이 있다. 영문학자에서 민족사학자로 변모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송준희라면 임승국의 행적을 빤히 알만한 사람인데도 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참 웃기는 일입니다. 임승국은 자신이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 시절에 우연히 중국 25사를 보고 깨달은 바 있어 사학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스스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환단고기 영어번역본(그런 게 정말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을 보아서 역사학자가 되었다고요?

송준희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이런 말도 했더군요. 환단고기 영어번역본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송준희 (2006-02-28 13:58:41)
고 임승국 교수님이 밝힌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보았는지는 확인이 불가하지만 위에서 언급하신 가지마노보루의 책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단고기 자체 국내 영역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임승국이 진짜 저런 말을 했다면 그것 참 큰일이지요. 왜냐하면 임승국은 [환단고기]를 그 전에 이미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1978년 임승국은 [한국고대사관견]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안에 그것, [환단고기]가 들어있거든요.

물론 아직 이유립이 [환단고기]를 완성하지 못한 시점에서 본 것임에 틀림없지요. [환단고기]라는 이름은 안 나옵니다. [삼성기]와 [태백일사]라고 나오죠. 잠깐 볼까요?

더우기 한국측 문헌으로 태백일사가 전하는 글은 [슈멜]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많은 시사를 준다.
波奈留之山下 有桓仁氏之國 天海以東之地 亦稱波奈留之國也 其地廣 南北五萬里 東西二萬里 摠言桓國 分言則 卑離國 一羣國 養雲國 寇莫汗國 句茶川國 虞婁國(一云畢那國) 客賢汗國 句牟額國 賣句餘國 斯納阿國 鮮卑國(一稱豕韋 又云 通古斯國)須密爾國 合十二國 是也 天海今曰北海 (삼성기 및 태백일사)
물론 여기서 인용한 [태백일사]는 공인된 정규사료(예:삼국사기, 고려사...)는 아니다. (한국고대사관견, 91쪽)


위에 인용된 내용은 현존 [환단고기]와 중요하지 않은 글자 한두 개만 다르고 완벽하게 똑같습니다. 임승국이 어디서 태백일사를 보았을까요? 나는 이미 이유립이 월간 [자유]에 태백일사를 여러차례 소개한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임승국은 이미 이유립으로부터 태백일사를 받아서 읽어보았던 것입니다. [환단고기]가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는 1979년 이전에 말이죠. 위 책은 1978년 5월 1일에 인쇄된 것이므로 그 전에 임승국은 [환단고기]를 보았던 것입니다.

그것이 [환단고기]인지 모르고 보았을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전에 재야사가들이 [환단고기]를 언제 알았을까라는 글에서 1981년 국회 공청회 때 [환단고기]의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환단고기]를 몰랐을 것이라 추측했었는데, 그 추측은 이번 발견으로 완전히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회공청회 당시 최소한 임승국은 그 일부를 보았던 상태였으나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뻥긋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참 오묘한 그들의 세계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참 파면 팔수록 신기한 세계입니다.

덧글

  • 2008/02/07 01: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2/07 01: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02/07 01:38 #

    비밀글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비안네 2008/02/07 07:24 #

    격암유록...격암유록은 박태선 장로교측에서 통째로 지어낸 책이라 주장하는 연구자가 있지요. 이 사람 주장의 강점은, 격암유록에 나온 복잡한 말들이 명쾌하게 풀린다는 점입니다. 다음 신지식에서 이런 요지로 답글을 썼다가 그쪽 교단이 글 삭제를 요구했지만요. 거짓 예언서와 거짓 역사서의 결합, 환상적이긴 하지만 폐단이 크군요.
  • 耿君 2008/02/07 10:37 #

    정말 알수가 없네요 ㅠㅠ 뭐야 이거...
  • 뚱띠이 2008/02/07 11:48 #

    언젠가는 이 복마전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삼손 2008/02/07 12:29 #

    그냥 '황당괴기'라고 생각합니다-_-
  • 삼손 2008/02/07 12:35 #

    아, 그러고 보니 피그로이드를 쓰신 분이셨군요. 예전에 게임피아에서 연재할 때 재미있게 읽다가 어쩌다 보니 끊겼는데...-_-; 어딘가의 우주감옥에서 탈출하려던 부분까지로 기억합니다. 음 근데 연재할때 일러스트는 금발이었던 거 같은데...[...]
  • 초록불 2008/02/07 13:20 #

    비안네님 / 그 동네가 다 그렇죠.

    耿君님 / 이렇게 추적하다가 또 흑룡회라도 나오면...

    뚱띠이님 / 빨리 그런 날이 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삼손님 / 반갑습니다. 토성 위성인 타이탄에 간 장면까지 보셨던 모양입니다. 연재분을 대폭 보강해서 단행본으로 내긴 했는데, 출판사가 금방 망하는 통에 희귀본이 되어버린...
  • dunkbear 2008/02/07 15:42 #

    추측이지만 임승국씨가 미국 도서관에서 영문본이 아닌 가시마 노보루가 쓴 일본판
    환단고기나 그 일본판의 영문번역서를 보고 그걸 토대로 86년에 책을 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임씨가 소위 환단고기 '영문판'을 보고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으로 갔다는
    점에서 추측한 건데...

    아니면 임씨가 미국 도서관에서 한국어판 환단고기를 발견해서 읽고는 자신의 주관이
    개입된 환단고기를 영문번역이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서 내놓았을 가능성도 배제
    못할 것 같습니다. 이유립의 환단고기를 완성하기 이전에 임씨가 봤다면 자신이 본
    것과는 약간 다른 환단고기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습니다만... 뭐, 추측입니다. ^^

    예전에 제가 잠시 있던 미국 덴버에 시립도서관이 새롭게 지어져서 구경갔는데 정말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여러 종류의 오래된 서적들이 한 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한글판이었구요. 그걸 생각하면 당시 그 도서관에 환단고기가
    한 권 있었어도 놀랄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리멸렬의 극치네요... 환단고기 내용만도 머리 아픈데 관련된 사람들의
    행적까지도 안개 같으니... ㅡ,.ㅡ;;;
  • 초록불 2008/02/07 16:32 #

    dunkbear님 / 송준희의 저 말 이외에는 환단고기 영문판이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데도 없습니다. 따라서 저 말은 그걸 누가 했든지간에(임승국이든, 송준희든)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일본어 번역본의 영문판도 있다는 정보가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미 국회도서관을 검색할 수 있다면 금방 확인이 될 겁니다. 일단 저는 임승국이 그 무렵에 미국에 있지 않았다는데 붕어빵 하나 정도 걸 용의가 있습니다.

    환단고기 한글판의 출현은 별 시차가 없습니다. 1985년에 처음 한글판이 선보였고 임승국의 [한단고기]는 1986년에 나왔습니다. 한글본을 미국에서 보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송준희의 말대로라면, 영역본을 보고 저자를 찾아 일본으로 갔다고 했으니 녹도승의 책을 영역한 것을 보았다는 말입니다. 일본에도 미국에도 안 보이는 책입니다.
  • dunkbear 2008/02/07 19:16 #

    일본에도 미국에도 그 존재기 없는 책이라...

    물론 환빠들은 식민사관론자들이 다 불태웠다고 우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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