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단상 *..만........상..*



오래된 목조 건물 하나가 인간의 어이없는 이기심 덕분에 불타 없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불타오르고 허물어져 내린 모습에서 슬픔을 느끼고 안타까워 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언제부터 문화재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이거 지나치게 오버들 하는데? 너무 민족주의적이야."

그래, 맞다. 남대문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고 우리가 늘 보는 하늘처럼 변함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그곳에 있을 줄 알았다.

인간은 본래 그렇게 태어났다. 가까이에 늘 함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울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언제부터 그렇게 어머니한테 관심이 있었어? 살아 생전에 효도를 했어야지. 이제 와서 울면 뭐하나?"

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 사람이 엄청난 불효자였다 해도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소중함을 있을 때 모른 것은 안타까운 일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비웃음을 받을 일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에게 남은 것이 많으니 그것들을 잘 지켜나갈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 말하지 마라. 제일 나쁜 것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슬퍼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슬프면 돈 좀 내지?"

라고 말하는 어떤 인간이겠다.

덧글

  • 치오네 2008/02/14 23:27 #

    정말 타인의 슬픔에 재를 뿌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생각이나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인데...
  • 액시움 2008/02/14 23:34 #

    저도 남대문을 그다지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고작 성문? ㅋ'), 딱히 아름답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있으며 앞으로도 쭉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와르르 무너지니 참 슬픕니다.
    (더 나쁜 놈 목록에다가, 남대문 잔해물 갖다가 버린 놈팽이들 추가요~. Shit!)
  • 바닷돌 2008/02/15 00:01 #

    그렇게 슬프면 돈 좀 내지.....orz

    근데 문화재청이 하고 있는 꼴을 보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 zizi 2008/02/15 00:02 #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냐는 사람들은 몇 년에 한번씩 들춰보는 어릴 적의 가족앨범은 타버려도 좋다는 걸까요? 아무리 솜씨좋은 장인들을 끌어모아서 다시 짓는다해도 두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리의 유산입니다.
  • 초록불 2008/02/15 00:08 #

    zizi님 / 댓글에 가슴이... 제가 바로 어린 시절 가족 앨범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덕분에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 모습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으윽...)
  • 을파소 2008/02/15 00:11 #

    남은 소를 지키려면 외양간을 고쳐야죠. 그러나 이미 비슷한 일로 몇 번 소를 잃거나 잃을 뻔 하고도 외양간은 여전히 고치지 않은 모양입니다.
  • 초록불 2008/02/15 00:13 #

    을파소님 / 그러니 외양간을 고치라고 블로깅이라도 해야 하는 거죠. 쩝.
  • 호크윈드 2008/02/15 00:14 #

    글에 담겨 있는 의미가 정말 가슴을 찌릅니다.
  • 사발대사 2008/02/15 01:37 #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달이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죠.

    "언제부터 그렇게 달에 관심이 많았어?"
    풍경의 일부였는데 관심은 무슨....

    아무 일 없이 풍경의 일부였던 시절이 너무나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ㅠ_ㅠ
  • sharkman 2008/02/15 02:26 #

    원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큰 법이죠.
  • 풍신 2008/02/15 02:35 #

    "언제부터..." 운운하는 인간중에 그렇게 말하면 스마트하게 느껴지나봅니다.(괜히 잘난척하는것이죠.) 뭐랄까..."언제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 남발하고 스마트 한척하다가 크게 자연재해에 쓸려갈 인간들이랄까...

    "그렇게 슬프면 돈 좀 내지."라고 말한 인간은...정말 한심한 인간일뿐...
  • 포더윙 2008/02/15 03:22 #

    아버지께 효도합시다...
  • 곰돌이 2008/02/15 08:37 #

    아직 지켜야 할 '소'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 '국보 1호'의 희생이라면 정신차릴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 외양간 소' 이야기는 우리 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둔갑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 이요 2008/02/15 09:21 #

    아...100% 동감. 제가 하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예요!!
  • 어릿광대 2008/02/15 09:49 #

    .... 이번사건 계기로 다른문화재들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응들 보면... 어떤반응보면 ... 정말이지..
    (한숨)
  • 쩌비 2008/02/15 10:39 #

    동감입니다. 외양간을 고쳐야 다른 소도 잃지 않겠죠.
  • 서산돼지 2008/02/15 11:36 #

    마지막 말씀이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 듭니다. 예전에 한도사님이 예상하셨던 것이 불행하게도 맞아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 Hekate 2008/02/15 11:38 #

    이런 일에까지 굳이 "쉬크"해질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
  • 네버엔딩 2008/02/15 12:57 #

    ...누군가.. 남대문의 전소를 보며 통탄해 하는 사람들에게 냉소를 지으며 '언제부터 너희들이 그렇게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느냐'라는 말을 하며 비난 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군요. 이오 공감에 올리고 싶지 말입니다.
  • dunkbear 2008/02/15 13:02 #

    또 하나 추가입니다.

    "숭례문 복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 (방화범 曰)
  • 2008/02/15 13: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뚱띠이 2008/02/15 13:52 #

    뭐...사표냈으니 난 끝...이렇게 생각했는지 잔해들을 쓸어다 매립한 이도 있는데요....

    돈내라는 분... 자기 재산 기부한다고 했으니 그 돈부터 내시지요....
  • 초록불 2008/02/15 14:03 #

    비밀글 / 아, 그 사람이었습니까?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긴 하군요.
  • 措大 2008/02/15 15:28 #

    이게 상식론입니다. 대체 왜 그렇게 감성 없는 사람들이 튀어나오는지 궁금하더군요. 아마 영어교육만 너무 받은게 아닌지 --
  • 2008/02/15 19: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총천연색 2008/02/17 11:56 #

    우는 아이 뺨 때리는 누구누구 나빠요.

    모두가 잃은 외양간. 이제는 고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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