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를 보다 *..문........화..*



동네 DVD 대여점에 가보니 디워 DVD가 나왔더군요.

과연 어떤 영화인가 싶어서 빌려왔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보았죠.

뭐, 눈뜨고 못 볼 영화는 아니더군요. 곳곳에 에러가 산재하긴 하지만 그냥저냥 눈감아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시나리오는 정말 노-굿이더군요.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관객들을 몰입시킬 시나리오가 얼른 떠오르던데, 정말 인재가 그렇게 없는 거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에게 몰입이 되지 않는 이유는 주인공들에게 아무 목적 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달아나고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 목적만 부여되었다면 관객들이 충분히 긴장할 수 있는데, 그런 목적이 없어요. 그냥 우왕좌왕 달아나려고만 할 뿐이니 답답하기만 하죠.

이런 시나리오는 어땠을까요?

여의주인 여주인공 새라를 살릴 방법을 존 아저씨가 이든에게 알려줍니다. "요리조리로 가서 이리저리하면 새라를 살릴 수 있다. 이래선 안 되는 거지만 네 정성이 갸륵해서 알려주는 거니 꼭 그렇게 해라." 그래서 이든과 새라는 죽을 고생을 하면서 부라퀴에게 쫓기지만 그 희망 하나를 붙들고 결국 요리조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부라퀴를 속여서 새라를 죽은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이리저리 의식을 감행하는데, 사실은 이 의식이 선한 이무기를 불러오는 의식이었던 거죠. 존이 이든을 속인 겁니다. 분노한 이든, 감히 선한 이무기 앞을 가로막고... 선한 이무기가 한 입에 이든을 해치우려는 순간 새라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선한 이무기를 달래죠.

그리하여 여의주를 받게 되는 선한 이무기. 그러나 그 순간 부라퀴가 난입. 둘의 대판 싸움이 벌어진 끝에 부라퀴가 승리하지만 새라는 약속대로 선한 이무기에게 여의주를 바치고 사망. 용이 된 선한 이무기는 부라퀴를 박살냅니다.

그리고 절망한 채 새라의 시체를 안고 있는 이든에게 다가가 전음을 보내죠.

"진정한 희생의 의미를 깨달은 자에게는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

그래서 새라는 부활.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런 줄거리라면 절대 시간, 노력 면에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든의 목걸이에서 나오는 CG도 필요없기 때문에 돈이 절약될 수도... 아니면 그냥 더빙만 좀 바꿔도 지금 영화에 대충 집어넣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새라가 살아나는 엔딩은 찍어야 하겠죠. 제발 시나리오에 돈 좀 들이는 방향으로....

아참, DVD에 스페셜 피처 하나 없다니 너무 했습니다. DVD로 굳이 보는 의미를 못 살려주더군요. 더구나 보는 동안 두번이나 영상이 멈칫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글 음성에 자막을 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오타가 무수히 쏟아지는 데는 절망감마저... (외려 영어 번역 자막에는 오타가 적은 편입니다.)

조선시대 배경의 남녀 배우... 정말 국어책 읽기 신공... 으으...

덧글

  • 非狼 2008/02/17 17:46 #

    ...고질라를 어디 스토리 보고 볼까요;
    그저 괴물이 나와서 부수고 소리 지르고 물어뜯고 싸우다가 결국은 나쁜 놈은 죽고 착한 놈은 승천하고 주인공은 불사니까 보는거지요.
  • 디온 2008/02/17 17:53 #

    국어책 읽기도 그렇고, 와이어 액션은 정말 TV 드라마보다도 못한 수준이었죠;
  • 다스베이더 2008/02/17 17:55 #

    '사랑해요'

    ...으으...
  • 사발대사 2008/02/17 17:57 #

    시나리오를 작가들이 수십稿를 썼는데 심형래가 다 퇴짜-_-놓고 자기가 쓴 걸로 했다고 하더군요.
    참 자~~~알 썼지요.-_-
  • 초록불 2008/02/17 18:01 #

    사발대사님 / 일단 심형래라는 난관을 넘어설 수 없었던 거군요.

    다스베이더님 / 의견 일치!
  • 액시움 2008/02/17 18:05 #

    절벽 번지 점프 장면에서 저랑 동생이 이구동성으로 말했죠.
    '오랑 하지.'
    우왕ㅋ굳ㅋ
  • 수룡 2008/02/17 18:09 #

    그저 부라퀴가 불쌍했을 뿐... 다리가 없어서 낑낑대면서 다니다가 나중에 선한 이무기한테 당하는데 정말 불쌍하더라고요;
  • PolarEast 2008/02/17 18:23 #

    주인공들이 해야 할 일이 없다는건 좀 문제인 시나리오군요...
  • 초록불 2008/02/17 19:02 #

    PolarEast님 / 어렵게 한 이야기를 쉽게 푸셨네요. 맞습니다. 주인공들이 할 일이 없어요.
  • 충격 2008/02/17 19:15 #

    스페셜피쳐는 사서 보시면 2번 디스크에 있습니다.
    대여용으로 따로 나온 제품이거나, 판매용의 1번 디스크만 빌리신 듯.
    (뭐 있는 것도 어차피 조촐한 수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 초록불 2008/02/17 19:17 #

    충격님 / 그렇군요. 제가 가는 대여점에서는 2번 디스크가 있는 경우에는 같이 줍니다. 제가 꼭 같이 달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럼 대여점 용으로 따로 발매를 한 모양이군요. 아쉽군요. (하지만 대여점에 반납하면서 다시 물어보긴 해야겠군요.)
  • 뚱띠이 2008/02/17 19:56 #

    비천무 김희선의 국어책 읽기 신공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 초록불 2008/02/17 20:15 #

    뚱띠이님 / 비천무는 안 봤지만, 평소 김희선 실력을 생각해보면 여기에 비교할 때 김희선은 훌륭하다는...
  • infinity 2008/02/17 20:53 #

    주인공들이 할일이없어보이는건 역시 부라퀴가.. 뭐랄까요 소리만 빽빽거리는 눈요기쇼만 열심히고 정작 공격할때는 주춤거리기만하니 이건 뭐 바로앞에서 춤춰도 안잡아먹힐거같죠. 주인공들의 유일한 할일이 도망치는일인데 그 도망치는연출에서 긴장감이 하나도 안느껴짐.
  • ExtraD 2008/02/17 20:57 #

    아이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 Bluegazer 2008/02/17 20:57 #

    아무리 CG와 눈요기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있어야 영화지 아니면 그건 트레일러죠. '화려한 CG에 그저 그런 시나리오'면 모를까 '봐줄만한 CG에 개발살나는 시나리오'라면 문제가 많을 겁니다.
  • 초록불 2008/02/17 21:10 #

    ExtraD님 / 아이들 반응도 저와 같았습니다.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
  • 일레갈 2008/02/17 21:34 #

    전 그걸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사랑해요' 라는 대사는 영화관 안의 기류를 한순간 변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진정한 명대사죠. 정말.
  • rumic71 2008/02/17 22:07 #

    디워 논쟁때 나왔던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부라퀴고, 이든과 새라는 아이템입니다.
  • 파파울프 2008/02/17 22:09 #

    개인적인 취향으로서... 뒤에 부활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는 빠졌으면 좋겠어요.
    뭐랄까... 너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 같아서... ^^
  • 초록불 2008/02/17 22:15 #

    파파울프님 / 애들 영화는 그래야 하는 법입니다...^^;;
  • cain 2008/02/17 22:30 #

    주인공을 부라퀴로 보면 어떨까요?;;
  • 초록불 2008/02/17 22:32 #

    cain님 / 그거야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에 불과하죠.
  • 을파소 2008/02/17 22:34 #

    그 어떤 배우도 '사랑해요'를 뛰어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 별댕이 2008/02/17 23:02 #

    지나가다가 들렀는데요, 애들이 보기에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한마디 적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사촌 동생들(초4,6학년 남자애들)과 가서 같이 봤었는데요, 영화가 끝나고 극장 엘레베이터에서 재미있었냐고 물어봤죠. 두 아이들이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재미없었어."라고 말하더군요. 모처럼 서울 올라온 애들한테 괜히 미안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 후로 그 애들은 제가 극장 가자고 하면 안갑니다. 누나가 보여주는 영화는 구리다나. OTL

    좀 더 어린 애들을 타겟으로 만든 영화라면 할 말 없습니다만 애들한테도 최소한의 수준이 있다는 걸 심형래 감독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 초록불 2008/02/17 23:20 #

    별댕이님 / 심 감독은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재미 없으면 어때? 돈만 벌면 되지."
  • 정호찬 2008/02/17 23:22 #

    심형래 '사장'은 죽어도 시나리오 포기는 안할 걸요. 그 사람이 원하는 건 결국 지가 킹왕짱이 되는 것일 뿐이지 영화인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런 거 없습니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어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자기 작품 그렇게 날림으로 안합니다. 그냥 괴물들 싸우는 거나 보면 되지 하는데 그럼 조폭 코미디도 웃고 보면 되는 거고 시한부 인생 나오는 드라마도 그냥 보면 되는 거죠. 고질라 걸고 가는데 고질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도 영화에 대한 공부는 오랫동안한 사람입니다.

    p.s 한국인 남녀 배우는 디워팬들에게서도조차 공공의 적으로 찍혔다는;;;
  • 탐탐or고지마 2008/02/17 23:55 #

    별 생각 없이 보면 볼만 하긴 하더군요.
    제가 극장 가서 볼때 주변 애들 대리고
    온 사람들 반응은 긍정적 이었습니다.
  • 길라엔 2008/02/18 02:15 #

    초대권으로 봐서 좀 다행이었지... 영화 보다가 극장에서 졸아본 건 처음이었어요. 저 시끄러운 데서 못 자거든요.. 근데 그 거리 전투씬에서 꾸벅 꾸벅.. 옆에서 애기들이 떠드는데도 꾸벅 꾸벅... 예고편과 홍보자료의 용 그림에 홀려서 보러갔는데.. 그냥 헛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ㅎㅎ
  • MCtheMad 2008/02/18 05:12 #

    선입견 이라는 것은, 때로는 돈을 절약시켜 주는것 같군요.
  • 2008/02/18 05:2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Lacrima 2008/02/18 08:35 #

    부라퀴 불쌍해요..;ㅂ; [........] 사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보면 괜찮은데,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듯. [그렇게 기대하도록 만든것도 있지만요..^^;;]
  • 초록불 2008/02/18 08:48 #

    길라엔님 / 몰입감이 없는 게 문제죠.

    비밀글 /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Lacrima님 / 뭐, 전 부라퀴는 불쌍하지 않습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기대를 하도록 만든 게 문제죠. 심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지적할 때, 문제없다고 큰소리 빵빵 쳤으니까요.
  • 2008/02/18 18: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루드라 2008/02/18 20:35 #

    디워에 대해 이렇게나 호평을 하시다니 드디어 초록불님도 디빠의 대열에 동참하시는 겁니까? ^^
  • 나비의바람 2008/02/18 23:14 #

    뭐랄까... 드라마, 영화나 만화들을 보다보면 설정이 아까운 작품들이 나오곤 하는데 디워도 저에게는 설정이 아까운 영화였습니다. 잘만 쓰면 괜찮은 남녀노소용 판타지 영화였을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의미에서 초록불님 시놉 좋습니다. 심형래 감독의 주장대로 아이들에게 맞는 동화같은 아기자기한 이야기네요
  • 에톤 2008/02/19 03:49 #

    주인공들 도망칠때 잠깐 졸았습니다.
    그놈의 부라퀴는 뛰어다니는 녀석들 하나 못잡고, 괜히 애꿎은 사람집에 찾아갔다 집부수고, 빌딩올라갔다 빌딩 부수고 다시 내려와서 차타고 도망. 그럴거면 진작 차타고 도망치라고!!
  • 초록불 2008/02/19 09:08 #

    루드라님 / 디빠가 보면 디까일 것이고, 디까가 보면 디빠일 것 같지 않습니까?
  • 초록불 2008/02/19 09:09 #

    나비의바람님 / 제가 동화작가잖습니까... ^^;;
  • 치오네 2008/02/20 20:34 #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는데, 앞자리에 열 살 정도 되는 아이랑 어머니가 있었어요. 어머니는 졸고 있는 것 같았고... 아이에게 좀 미안했습니다. 아이가 손에 땀을 쥐고 흥분하려는 순간! 뒷자리에 앉은 저와 동행이 미친듯이 웃으면서 유치해 돌아버릴 것 같아 으하하;;; 하고 웃었거든요. 졸고 있는 아이 어머니를 보면서는 우리 엄마도 저 어릴 때 우뢰매 보여주려고 데려가서 저리 조셨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
    스토리는... 유치한 걸 넘어서서 없다의 수준이지만, 나름 유머감각은 살아있더라고요. 특히 영화 앞에 나오는 심형래 감독의 옆 얼굴선;을 보는 순간 진짜 많이 웃었고요. (웃으라고 집어넣은 거 맞겠지... 설마... ;;) 동물원 직원이 병원 가서 상담하는 씬이나 뭐 그런건 좀 웃겼어요. 뭐랄까, 주인공들만 안 나오면 웃겼던 것 같아요. (;;;)
    전 마지막의 "사랑해요"보다 한국 여자 배우가 기절했다 깨어나면서 "아, 아버님;ㅁ;" 할 때가 더 썰렁했답니다. 제작비를 시나리오에 투자할 생각은 안했다 치고, 배우들에게 투자할 생각도 안한건지...
  • 초록불 2008/02/20 20:38 #

    치오네님 / "아버님"도 충격이었는데, 그보다 더 썰렁한 발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거푸 놀란 거죠. 뭐...
  • 당근이지 2008/02/23 20:25 #

    죽어라 노력한 부라퀴에 보다 슬쩍 새치기한 이무기가 대접받는 불공평한 영화 ㅋㅋ
    거기 나오는 미군들은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도시가 공격받아도 온리~육군만 출동시키되,
    (헬리본부대는 육군소속) 그나마도 이라크(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돌아온 듯한 모습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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