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최연희 의원은 술마시고 한 실수라고 자신의 성추행을 변명했다. 그리고 여전히 국회의원이다. 심지어 반대당인 열린우리당의 진대제 장관도 술이 과해서 한 실수라고 편을 들어주기까지 했다.
KBS 정연주 사장의 협박 발언도 히트다. 정사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퇴진 압박이 계속되면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
어이가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 비리가 있으면 당연히 그것을 밝혀내고 단죄해야 할 사장이, 그것을 알고도 묵인했으며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자리 보전을 하겠노라는 이야기를 노조 간부에게 한 것이다. 제 정신이 아닌 발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 먼저 위 발언이 사실인지부터 좀 확인해보자. 첫 보도는 동아일보에서 나왔고, 다른 언론은 다 이것을 인용하고 있는 중이다.
[동아일보] 정연주 사장 “나를 건드리면 KBS비리 폭로” [클릭][동아일보] 정연주 사장 “퇴진 압력땐 모든 일 할것” [클릭]두 기사에 정연주 사장 발언이 조금 다르다. 어쨌든 모아보면 정연주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를 건드리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
“10대(전임) 노조 때 (2006년 사장 연임 반대를 위해) 철탑에 올라간 사람 등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는데 11대 노조도 그렇게 하면 법대로 대응할 것”
“한 지방 송신소에선 직원 26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에 맞는 일은 안 하고 있다”
“퇴진 압력을 넣으면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저 발언은 동아일보가 입수한
‘KBS기자협회 운영위원회 명의의 내부 통신 문건’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점을 노조간부에게 확인한 결과 노조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내 현안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감정이 격해져서 나온 말”이에 대해서 KBS와 KBS 노조는 이렇게 반응했다.
[미디어오늘] KBS노·사 "동아일보, 왜곡보도" [클릭]노사가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점이 더 웃긴다. 비리가 없어서 일치한 것일까, 아니면 비리가 있어서 일치한 것일까?
사측 발언은 이렇다.
KBS에는 비리가 없고 사장이 비리를 언급한 적도 없으며, 왜 '비리' 라는 표현이 생산, 확대되어 가는지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태임.그런데 노측 발언은 이렇다.
노조측은 해당 기자에게 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나온 취중 발언이었고, 거론한 내용도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음([추가] 위 말 중 "거론한 내용도 실제와 다르다"는 것은 "한 지방 송신소"에 대한 내용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지방 송신소가 제주 지방 송신소라는 기사는 몇 군데 언론에서 밝힌 바 있는데, 나는 왜 "제주"를 지목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서울신문의 보도를 보니, 애초에 정연주 사장이 거론한 "지방 송신소"가 "제주 지방 송신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신문] KBS 鄭사장 발언 논란 격화 [클릭]
위 기사 내용으로 보면 본래 이 발언의 진원지가 된 "KBS 기자협회 사내통신망"에는 "제주"가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보아도 정연주 사장의 발언 자체는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만일 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KBS 사측 주장대로 아예 없었다면 노조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연 그랬을까? 왜? 그리고 노조 측 이야기대로 제주 지방 송신소에 아무 문제가 없는 거라면, 정연주 사장은 자기 회사 사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장이 된다. 어떻게 두나 외통수인 상황이다.)사측과 노측의 발언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눈치들 채셨는지? 동아일보 보도에는 위 노측 주장의 일부가 실려 있다.
지난달 정 사장을 만났던 노조 간부는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해 “사내 현안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감정이 격해져서 나온 말”이라며 발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사측에서는 "비리"라는 발언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노측에서는 "취중에 나온 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불행히도 KBS노사는 워낙 사이가 틀어져서 이 부분에 대해서 입을 맞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기자협회보도 이런 보도를 내놓았다.
[기자협회보] KBS “동아 보도에 강력 대응” [클릭] 위 기사에는 KBS 관계자(사측인지 노측인지 알 수 없음)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술을 마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분위기가 격해져 나온 이야기가 확대돼 풍문이 됐다”
“비리 운운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이야기가 확대 됐다"는 것이고, 정연주 사장이 발언한 "비리" 관련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즉 제주 지방 송신소 건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지, 정연주 사장의 발언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사로 보아도 정연주 사장이 위 발언을 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술이 취해서 나온 발언인 것이다. 다만 술이 취해서...
노측은 차라리 사측처럼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잡아떼지 그랬나? 취해서 한 발언이면 괜찮아? 정말? 대체 사장이 노조간부(사측 성명서를 보면 노조위원장이다!)와 만취하도록 술을 마신 이유는 뭘까? 어디서 마셨을까? 저녁에 2시간 반 동안 비공식으로? 그래, 그래. 그런 건 다 좋다. 하지만 술 취해서 한 말이면 괜찮다는, 취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제발 이런 이야기는 좀 사라져 달라고.
사측 주장은... 만취한 정연주 사장이 필름이 끊겼기 때문에 발언을 기억 못한다...인 모양이고,
노측 주장은... 덜취한 박승수 위원장이 기억하고 있어서 나온 모양이다. 쯧쯧쯧...
[추가]
비리가 없다면 노측은, 이런 공갈을 한 정연주 사장을 압박하고 그를 퇴진시키려하는 자신들의 노력을 배가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위 성명에는 정연주 사장에 대한 공격을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정답을 아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