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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왜 쓰는가
작가는 왜 쓰는가작가는 왜 쓰는가- 10점



그림을 클릭하면 책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예담

이 책을 순진하게도 제목 그대로 믿고, 작가는 도대체 왜 쓰는 걸까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구입한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제임스 미치너는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첫 대목에서 이렇게 말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7, 80년 동안 '작가는 왜 쓰는가' 하는 문학적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왔지만 아직도 포괄적인 해답은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깊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미치너가 슬그머니 자신의 시 속에 이런 답변을 숨겨 놓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두가지 목표가 있다오.
하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내 심장을 자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지런히 글을 써서 내 영혼을 밝히는 것이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에서 말한 것은 "작가가 왜 쓰는가"가 아니라, "미치너는 왜 썼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미치너는 이렇게 말한다.

- 늘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글을 쓰라.
-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아주 어렵게 만들라. 그렇게 하여 일부 독자들은 떨어져나가게 하라(내가 쓴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 있다. 또 내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이런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미치너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 글을 썼다. 그리고 사실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글을 쓴다. 가령 좌백도 더 이상 재미있는 무협이 없어서 자기가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치너가 자기를 기준으로 글을 쓰라는 말 뒤에는 이런 말이 더 적혀 있었다.

- 만일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내게 재미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예전부터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사실은 미치너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내가 미치너와 같은 대작가라는 소리는 아니다.) 대상이 정확하면 글쓰기가 쉬워진다. 미치너는 대중소설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가 어렵게 글을 쓰라는 뜻으로 자기를 기준으로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말 중 가장 공감이 간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으니까.

- 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는 천재작가 혹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의 습작에서 "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가 남발하는 것을 보면 뭐라 말해줘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얘야, 넌 천재가 아니란다"라고 이야기해주기는 참 어려우니까.

미치너가 자신의 창작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국내에 번역이나 되었는지 알아보자.

[위대한 유산] 디킨스(영) / 대교(1-2권), TheText, 푸른숲, 혜원출판사
[고리오 영감] 발자크(불) / 민음사, 서울대학교출판부, 청목
[테스] 토마스 하디(영) / 소담, 서울대학교출판부, 문예출판사, 대교
[캐스터브리지의 읍장] 토마스 하디(영) / 한마당 1987년 절판 - (미치너)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모범적인 실례이다.
[The Old Wive's Tale] 아놀드 베네트(1867생) / 없음
[보바리 부인] 플로베르 / 민음사, 삼성출판사, 신원문화사, 청목
[허영의 시장] W.M.새커리(영) / 행림 1990년 절판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러) / 범우사, 혜원출판사
[Mimesis] Erich Auerbach(독) / 없음 - (미치너) 이 책을 읽고나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뒤 작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이 책 한 권만은 꼭 읽으라고 권해주곤 했다.
[Max Havelaar] E. Douwers Dekker(화) / 없음 - (미치너)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가가 되었겠지만 지금과 같은 작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Point Counter Point(연애대위법)] 헉슬리(영) / 없음 - (미치너)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다.
[마의 산] 토마스 만(독) / 범우사, 신원문화사, 홍신문화사, 일신서적
[맥티규] 프랭크 노리스(미)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미국의 비극] 드라이저(미) / 범우사
[모비딕] 멜빌(미) / 대교
[The Timeless Land] Eleanor Dark(호) / 없음
[The Forty Days of Musa Dagh] Franz Werfel(체) / 없음


미치너는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참호에서 헤밍웨이의 원고 -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도곡리 철교]라는 소설도 썼다. (이럴 수가! 번역되지 않았다.) 1954년 [원한의 도곡리 다리]라는 그레이스 켈리와 윌리엄 홀덴 주연의 영화가 있었는데(아카데미상 특수효과상 수상), 이 원작이 된 소설이기도 하다.

미치너의 다음 이야기는 모든 작가 지망생이 명심해야 한다.

나는 발자크, 카뮈, 톨스토이, 파스테르나크, 디킨스, 하디, 멜빌, 치버 등의 작가를 읽지 않고 문학을 해보겠다고 덤비는 문학 청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된다. 도대체 아무런 밑천도 없이 어떻게 준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을 획득한다는 것인가?

다만 위에 언급된 작가는 작가지망생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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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좀 비싼 편이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미치너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권한다. 창작론에 대한 경구는 매우 소중하지만, 본인이 작가 지망생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http://orumi.egloos.com2008-04-29T17:10:380.31010
by 초록불 | 2008/04/30 02:10 | *..문........화..* | 트랙백 | 덧글(7)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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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4/30 03:16
1. 도곡리 철교는 번역이 되었습니다. 소싯적에 "세계 문학속의 한국"이라는 무지무지 괴이한 (김은국의 순교자부터 일본 작가의 "검푸른 바다"부터 해서 심지어 무지무지 반미적인 작품들까지도) 컬렉션 전집에 수록되어 있지요. 저도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보고 그 버젼으로 첨 읽었습니다.

ps: 그 버젼의 번역본 제목이 한문으로 도곡리 철교였지요. 마봉춘 방영버젼이 "원한의 도곡리 다리"였구요. 보통 옛날 책들 언급은 "도곡리"의" 다리"였는데 최근에 어느 분 논문에서 이 작품을 언급한건 "독고리 철교"라고 하더군요. -_-;;;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4/30 03:22
이준님 / 현재는 절판인 모양입니다. 인터넷 서점에선 전혀 정보가 안 나오는군요. (게을러서 국회도서관 검색은 안 했습니다.)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4/30 03:30
1983년 --;; 9월 1일 발행입니다. "양우당"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이지요 이걸 제가 어떻게 아냐 하면 초록불님 댓글을 보고 헌책방에서 구한 그 책을 뒤져보고 나온겁니다. --;;(밤샘중)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4/30 08:20
이준님 / 하하..
Commented by 아롱쿠스 at 2008/04/30 08:31
도곡리... 내가 살았고, 지금도 그 언저리에 살고 있습니다요...

헌데, 도곡리에는 철교라 불릴만한게...
Commented by joyce at 2008/04/30 09:52
[The Old Wive's Tale]은 [어느 자매의 생애]라는 제목의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판(1971) 번역이 있습니다.
미메시스는 민음사판 번역이 있는데 요새 절판인 모양이군요.
Commented by RLamiel at 2008/04/30 11:58
.....저것들 중 대부분이 제가 마을문고 문 닫을 때 챙긴 것들이군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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