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밀양 *..문........화..*



두 편의 영화가 모두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냥 한 번쯤 봐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억지로 참고 다 봤다.

두 영화에 모두 살인범이 나온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약간 억울한 살인범이 나온다. 두 사람은 동료가 죽였는데, 그 죄까지 받아서 사형 선고를 받은, 본래 착한 청년이다. 이런 설정으로 사형제 폐지에 이 영화가 이용된다는 건 반칙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왜 어둡고 침침한 방구석에서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노파에게는 아무도 가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심지어 그 살인범을 용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노파에게, 영화 속에선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관심이 피해자에게 가지 않는다는 반증인가? 더구나 살해당한 처녀와 파출부 아줌마는 영화 속에서 아무런 자기 목소리도 갖고 있지 않다.

밀양은 살인범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아이를 살해당한 어머니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범인을 용서해주고자 찾아간다. 그리고 그 범인이 자기의 용서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위 영화에서 범인이 대단히 미안해하고 공포에 질리기까지 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라는 데서 무너지고 만다. 용서는 숭고한 행위인데, 그 용서를 받아들일 사람이 없다면?

밀양의 사형수 역시 교화되어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으니, 죽은 아이의 어머니야 그 어떤 상황에 놓여있거나 말거나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되는 것인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슬프게 끝나는 연애 영화이고, 밀양은 답이 없는 피해자의 삶에 대한 영화다.

덧글

  • 제갈교 2008/05/07 00:32 #

    정말 피의자가 교화되든 말든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는군요. -ㅅ- ;;;
  • savoury 2008/05/07 00:42 #

    저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억울한 면도 있는 살인범을 내세우는건-그것도 그렇게 순진해보이는 강동원을 내세워서 말입니다- 비겁하죠. 정말 사형제 폐지를 논하고 싶으면 유영철을 왜 사형에 처해서는 안되는가를 이야기해야죠...
  • savoury 2008/05/07 00:46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지영은 항상 그렇게 살짝 살짝 비껴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지영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른 누구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보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공지영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절대 좋아할 수가 없어요.
  • 한단인 2008/05/07 00:46 #

    아.. 미치겠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인데 왜 저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으로 보인걸까요? 저 진짜 난독증 있나봐요.;;;
  • 초록불 2008/05/07 00:46 #

    savoury님 / 취향이 같아서 다행입니다. 저도 공지영 소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 빛의제일 2008/05/07 01:12 #

    '밀양'의 원작(?)인 '벌레 이야기'를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영화가 원작 그대로가 될 수는 없고, '밀양'이 나름대로 잘 만든 영화지만 원작과 다른 결말은 뭐랄까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 초록불 2008/05/07 01:14 #

    빛의제일님 / 우행시도 원작과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영화란 소설과는 다른, 감독의 예술이라 생각하고 있기는 합니다.
  • eunjeong 2008/05/07 05:35 #

    저는 영화 '밀양'을 보고, 원작 '벌레 이야기'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습니다.
    공지영씨 책을 보니 뭐랄까, 우리나라 드라마에 대해서
    전문직 드라마 ->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연애하는 이야기
    의학 드라마 -> 의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
    법정 드라마 -> 변호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
    이렇게 흉보던 것이 생각나더군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대중지향적이랄까 속이 보인달까. 초기 공지영씨 작품들은 좋았는데 이제는 좀...
  • 우유차 2008/05/07 08:38 #

    강동원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그 살인범이 무죄인 것처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눈으로 눈물 담고 바라보면 다들 정신이 우주로 날아가서 블라블라. (-_-)
  • 니룬 2008/05/07 10:46 #

    공지영은 그냥 쉽게쉽게 읽히고, 불편한 부분은 없는 소설을 바라는 것 같아요. 잘 팔리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을 환기시키고, 곱씹어 볼만한 창작물이 좋은 것이리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이준님 2008/05/07 19:40 #

    1. 글구보니 수사반장에 나온 모 사건이 생각나네요. 평소 수사반장에서 강간범이나 이런걸로 잘 나오는 연기자가 살인 혐의로 잡혀가는 건데 마지막에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서 풀려나는 걸로 마무리 됩니다. 우유차님 말씀의 역 설정이지요. 그 연기자만 보면 시청자들은 "아, 저 놈은 강간 살인범 맞을거야"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_-;;;

    2. 함부로 용서하는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 의외로 모르시는 분이 많지요. 최근에 모 사건에 대한 괴악한 진실을 들어서리 -_-
  • marlowe 2008/05/08 16:27 #

    [우행시]를 영화로는 안 봤지만, 원작은 그 노파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죠.
    적어도 제 관점으로는 강동원 캐릭터는 죽어도 쌉니다.
    (주범을 못 잡은 게 문제이지만요.)
    공지영의 소설은 전반적으로 십대 소녀의 감수성을 못 벗어나서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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