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개츠비 - 피살자. 사랑하던 연인 데이지(뷰캐넌 부인)이 결혼하자 그녀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재산을 모아 갑부가 된 사람
데이지 뷰캐넌 - 톰의 부인. 개츠비의 옛 연인
톰 뷰캐넌 - 데이지의 남편
윌슨 - 정비업체 사장. 개츠비를 죽이고 자살했음
머틀 윌슨 - 윌슨의 부인. 교통사고로 죽었음
캐더린 - 머틀 윌슨의 여동생
마이클리스 - 카페 주인. 윌슨의 친구
조던 베이커 - 데이지의 친구. 닉과 사귀고 있음
닉 캐러웨이 - 이 글의 관찰자. 데이지의 사촌오빠로 개츠비의 친구
마이어 울프심 - 개츠비의 배후에 있는 암흑가의 인물. 여긴 등장하지 않음
마이어 울프심의 운전사 - 개츠비 집에 왔다가 사건을 목격한 인물"자, 이제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군요."
탐정은 날카로운 눈으로 우릴 돌아보며 말했다.
"여러분을 위해 다시 한 번 사건의 개요를 설명해 드리죠. 지난 월요일, 자동차 정비업소 사장인 윌슨이 롱비치의 개츠비 저택에 들어가 개츠비 씨를 쏘고 자신은 자살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죠?"
"왜 그렇게 생각하죠?"
여자 골프선수인 조던 베이커가 질문했다. 탐정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개츠비 씨는 살인을 한 적이 있다고들 했어요. 그가 윌슨을 죽이고 자살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아무튼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탐정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개츠비 씨가 살인을 한 적이 있다고요? 그가 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소령까지 진급도 했죠. 그걸 말하는 겁니까?"
"아니오. 그는 암흑가의 마이어 울프심과 관련이 있어요. 밀접한 관계죠. 그러니 분명 살인도 했을 겁니다."
"그건 사실이죠. 어쩌면 둘 다 범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범인은 두 사람을 모두 죽이고 사라졌을지도 모르죠."
탐정은 그러면서 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울프심의 심복인 운전기사였다. 운전기사는 총소리를 들었다고 증명한 바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된 것처럼 펄쩍 뛰었다.
"천만에요! 전 범인이 아닙니다. 여기 닉 캐러웨이 씨도 알고 있습니다."
그가 나를 지목하는 바람에 나도 한마디 해야했다.
"그렇습니다. 개츠비 씨의 시신은 나와 운전기사, 정원사, 집사가 같이 발견했습니다. 운전기사는 범인일 수 없지요."
"동시에 당신의 알리바이도 성립하는군요."
탐정이 비웃듯이 말했다. 뭔가를 알긴 아는 건가? 탐정은 운전기사를 보며 계속 말했다.
"그런데 윌슨 씨의 부인이 사건 바로 전날, 즉 일요일 밤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불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불쌍한 부인을 친 차는 노란색 차였다고 하지요?"
"그, 그렇습니다."
"개츠비 씨의 차가 윌슨 부인을 친 것이 분명하죠?"
운전기사는 그것을 부인하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힐끔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데이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윌슨이 와이프의 복수를 한 거군. 사건 해결이야. 나는 이만 가도 되겠지?"
"아직 자리에 있어주시죠, 톰 뷰캐넌 씨."
데이지의 남편인 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윌슨 씨는 아내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죠, 마이클리스 씨?"
카페 사장이자 윌슨의 친구인 마이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을 의심한 증거로 은으로 만들어진 개목걸이를 보여주더군요."
"그게 왜 부정의 증거였을까요?"
"그 집에는 개를 기르지 않았으니까요. 윌슨 부인은 매주 동생네 집에 간다고 하며 집을 비웠습니다. 그때 바람을 핀 거죠."
"천만에요!"
마이클리스의 말에 윌슨 부인의 동생 캐더린이 펄쩍 뛰며 화를 냈다.
"언니는 정숙한 여자였어요. 우리집에 와서 나를 만나는 일 말고는 아무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어요. 맹세할 수 있어요."
톰이 불편한 듯 끙하는 소리를 냈다. 탐정은 신경쓰지 않고 캐더린에게 물었다.
"윌슨 씨는 아내가 개츠비 씨와 바람을 핀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캐더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마이클리스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윌슨 씨는 상대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윌슨 씨는 아내가 그 차에 탄 사람한테 말하러 다가갔다고 말했어요. 그 차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았고 윌슨 부인을 치고 말았죠."
"윌슨 씨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죠?"
"사실 윌슨 씨는 아내를 의심해서 가둬놓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아내가 탈출한 거죠. 윌슨 씨는 아내 뒤를 쫓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을 모두 볼 수 있었대요. 거리가 멀어서 차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윌슨 부인이 그 차에 탄 사람을 알았던 거군요. 하지만 윌슨은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 인근의 모든 정비소를 들렀어요. 사고 차량을 알고 있었던 거지요. 결국 그 차가 누구의 소유인지도 알아냈지요."
나는 참을 수 없어서 말했다.
"개츠비 씨의 차와 같은 차는 얼마든지 있어요. 뉴욕 안에 수천 대도 더 있을 겁니다. 어떻게 그걸로 개츠비 씨를 알아낼 수 있죠?"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그건 경찰의 바보같은 추리였지요. 어떤 정비소에서도 윌슨 씨를 본 사람이 없었어요. 대체 윌슨 씨는 세 시간 동안 뭘하고 있었던 걸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윌슨 씨가 개츠비 씨를 알아냈다는 거예요. 윌슨 씨가 개츠비 씨의 주소를 물었다는 증언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윌슨 씨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 차는 확실히 사고가 난 상태였지요."
탐정은 데이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차는 개츠비 씨 혼자 몬 것이 아니었어요. 동승자가 있었지요."
데이지는 탐정의 눈길을 피했다. 톰이 화를 내며 일어났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플라자 호텔에서 당신 부부와 개츠비 씨가 만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웨이터가 다 증언을 했지요."
톰의 얼굴이 핼쓱해졌다.
"그, 그렇소. 그게 무슨 문제요? 그 자리엔 닉과 조던 베이커 양도 있었소!"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분란이 있었죠. 개츠비 씨와 뷰캐넌 부인(데이지)이 같이 떠났고 남은 사람들이 그 뒤에 출발했어요. 왜 그랬지요?"
"그런 일에 대답할 의무는 없소."
더 창백해진 톰은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시겠죠. 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조사를 끝냈습니다. 개츠비 씨는 부인이 당신과 결혼하기 전에 부인과 사귀었죠. 즉 부인의 전 애인이었던 겁니다. 개츠비 씨는 전쟁이 끝난 후 유럽에서 돌아왔는데, 애인이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돈많은 부자, 톰 뷰캐넌과 말이죠. 개츠비 씨는 이를 악물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돈으로 떠난 여자를 돈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싶었던 거지요."
"시끄럽소! 그게 윌슨이 개츠비를 죽인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톰이 버럭 화를 냈다.
"아내는 나를 사랑하오! 아내의 과거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소!"
"정말 그럴까요?"
탐정은 다시 비웃는 투로 말했다. 톰은 으르렁대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데이지가 중얼거렸다.
"그래요. 한 때는 사랑한 적도 있었죠."
"문제는 그게 아니죠."
탐정은 데이지의 말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남편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죠. 남편에게는 애인이 있었고, 그걸 당신도 알고 있었죠?"
데이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데이지의 친구인 조던이 입을 열었다.
"알고 있고말고요. 톰은 매우 뻔뻔하게 애인과 통화를 하곤 했어요. 사람을 무시하는 데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톰은 그러지 않았죠."
탐정은 빙그레 웃었다.
"세상의 섭리란 때로 매우 이상하죠. 개츠비가 사랑한 뷰캐넌 부인. 그리고 뷰캐넌 부인을 괴롭힌 남편의 애인. 그 애인이 개츠비 씨의 차에 치어 죽을 줄이야."
내막을 몰랐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캐더린 쪽을 바라보았다. 캐더린은 그 모든 것이 언니에 대한 모함일 뿐이라는 듯 냉랭한 눈매로 사람들의 눈길을 맞받아쳤다.
"그건 우연한 사고였을 겁니다. 그렇죠, 뷰캐넌 부인?"
데이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톰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쌍하게도 그녀는 정말 몰랐던 것이다.
"차를 몬 것은 당신이었죠?"
데이지는 분노의 눈길을 내게 보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데이지는 내 고갯짓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닉!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죠? 지미(개츠비)는 자기가 운전한 것으로 말하겠다고 했어요! 닉, 사촌오빠인 닉이 날 고발하다니..."
탐정이 진정하라고 말했다.
"닉 캐러웨이 씨가 말한 게 아닙니다. 플라자 호텔의 주차요원이 증언한 것이죠. 하지만 이제 자백을 하신 셈이군요."
데이지의 하얀 얼굴이 더 희어지고 말았다. 톰이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지에게 달려들었다.
"네 년이, 네 년이 머틀(윌슨 부인)을 죽였다고? 그러고도 시치미를 떼고 있었구나!"
탐정은 재빨리 톰의 팔을 꺾어 그를 제압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처지가 아니잖습니까? 자신은 매주 바람 피러 뉴욕으로 나가면서 아내는 옛 애인을 만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는 자신을 좀 돌아보지 그래요?"
"아파! 빨리 놓지 못 해?"
탐정은 팔을 놓기는 커녕 수갑을 꺼내 들었다.
"더구나 당신은 개츠비 씨의 차가 사고를 일으킨 것에 착안하여 윌슨 씨에게 아내의 정부는 개츠비 씨라고 일러주기까지 했죠. 윌슨 씨가 개츠비를 죽이게끔! 동방에서는 이런 것을 가리켜 차도살인지계라 부르더군요."
톰은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뭔 소리야? 증거 있어?"
"사고가 났을 때, 당신은 현장에 있었어요. 개츠비 씨의 차를 뒤따르고 있었기 때문이죠. 당신이 윌슨 씨를 만나서 뭔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 본 사실이지요."
"난 그냥 윌슨을 위로했을 뿐이라고!"
"누가 아니라고 했나요? 하지만 다음날 아침 윌슨 씨는 당신 집에 쳐들어갔지요. 권총을 손에 쥐고."
톰이 신음을 흘렸다. 탐정은 계속 말했다.
"당신이 일요일날 플라자 호텔을 갈 때, 당신은 개츠비 씨의 차를 몰고 갔어요. 그러다 중간에 윌슨 씨의 정비소에 들렀죠. 기름을 넣기 위해서."
마이클리스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 윌슨 씨는 그 차가 누구 건지 알아낼 방법이 있다고 했어요. 기억이 나는군요!"
"맞습니다. 그 차를 톰이 몰았으니까 그 차 주인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마이클리스 씨는 윌슨 씨의 중요한 증언을 이미 옮긴 바 있어요. 윌슨 부인이 차를 탄 사람에게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갔다는 것이죠."
톰이 발악했다.
"개츠비가 정부였기 때문에 개츠비에게 말하러 간 거야!"
"아니죠. 윌슨 부인은 당신의 부인, 뷰캐넌 부인에게 항의하러 간 거예요. 남편이 부정을 의심하는 궁지에 몰린 그녀는 뷰캐넌 부인이 이혼해주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때 마침 차를 몰고 있는 뷰캐넌 부인을 본 거예요. 남편을 피해 달아나고 있던 윌슨 부인은 다급하게 차를 세우려고 그 앞으로 뛰어들었고, 차는 그대로 윌슨 부인을 치고 만 거죠."
그 비극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데이지는 운전이 미숙했다. 그리고 호텔에서 남편과 개츠비 씨가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갑자기 뛰어든 사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데이지가 벌떡 일어나 남편을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당신이, 당신이 지미를 죽였군요! 이 괴물! 짐승!"
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지! 네가 윌슨이 찾아온 것을 일러바쳤지!"
데이지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발고를 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츠비, 그는 결국 죽어서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정복한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금방 기쁨에 젖어들고 있었다. 이제 자유롭게 풀려난 여인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개츠비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후 한번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톰의 재산을 다 차지한 그녀가 어디를 간들 행복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