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386세대들은 풍요로운 세대였다는 둥, 그때는 취직 걱정이 없었다는 둥... 이라는 광우병 괴담 수준의 말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나는 89년에 졸업했다. 이 해에 우리학교 경상대 학생들은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나도 듣기만 한 소문이다.
졸업생들이 교수님을 찾아가 제발 학점 좀 올려달라고 사정했다는 것이다.
나는 서강대를 나왔는데, 항간에 소문이 난 것처럼 이 학교는 학점이 매우 짜다. 3.0이 넘으면 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저기에 못 미쳐도 받을 수 있었다.) 4.3 만점에 3.0이 넘는 학생이 가뭄에 콩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른다.)
입사원서를 내면 다른 대학 학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학점 때문에 일단 손해보고 들어간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취직은 만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1989년에도.
더구나 운동을 하다가 전과 경력이 붙은 친구들은 더욱 심했다. 당시에는 훈방만 있어도 조회를 하면 다 나온다고 하고 있었고, 그 정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데모 경력이 문제가 되어서 교사로 취업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런 이유로 운동권 선배들은 작은 회사, 혹은 출판문화계 쪽으로 많이들 진출했다. 그나마 취업한 사람들은 횡재한 것이었고, 독서실 실장, 주차관리요원을 하는 선배도 있었다. 공장에 취업하러 간 선배도 있었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지은 친구도 있었다.
내 첫 직장의 월급이 20만원이었다. 백화점에서 파는 품종좋은 강아지 한마리 가격이 20만원이었다. (월급 받아서 사봐서 안다.) 첫 직장은 군대 가기 전에 잠깐 아는 양반 회사에 수습으로 앉아있었던 것인데, 당시 사장은 수습기간이 끝나면 직원을 내쫓았다. 온갖 트집을 다 잡아서.
그래도 취직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3개월 그곳에 있는 동안 6명도 넘게 사람이 짤렸다. 다 수습 3개월을 마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잡지를 만들고 앉아 있던 때가 1989년이었다. 군대 나오고도 반년 넘게 놀았다. 매일 오락실 다니면서...-_-;;
그런데, 우리도 그 당시에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전에는 대학만 나오면 취업이 되었다고.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전두환이 대학 정원을 늘여놓아서 이제 그런 황금시기는 오지 않는 거라고.
정말 그랬을까?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동의할까?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세상에 대해서 눈감고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다면 누구보다도 잘 했을 친구들이, 그 작은 양심의 부름을 어기지 못해서 데모를 하고, 전과 딱지를 붙이고 취업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다가 정말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직장을 다니며 고생했는데, 이제는 데모한 경력 팔아서 정치에 진출해서 서민들 등쳐 먹으며 산다는 욕까지 같이 먹어야 하는 세대가 되어버린 그 친구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쓸데없는 오해가 붙지 않기를 바라며, 첨언한다면 지금 최소한 내 친구들은 다 입에 풀칠하며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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