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구경거리가 된 조선인 *..역........사..*



[팝뉴스] 오랑우탄과 함께 동물원에 전시되었던 피그미족 남성 [클릭]


기사를 살펴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으로서 동물원에 전시된 채 관람객을 맞아야했던 비운의 인물에 대한 사연은 지난 4월 말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보도된 후 해외 인터네 사이트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안타까움을 유발하고 있는 중이다.(중략) 벵가는 1906년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에 '전시'되게 되는데, 당시 동물원 관계자들이 인간이 영장류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이 같은 전시를 기획했다는 것이 언론의 설명.

내가 이 글을 쓰는 현재 저 기사 밑에는 댓글이 142개 트랙백이 2개 걸려있다.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미국을 욕하고 저 피그미족을 동정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저 시기와 같은 때 조선인도 저렇게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

1907년 일본에서는 신학문을 널리 장려하기 위한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박람회 이름은 동경권업박람회東京勸業博覽會. 명치(메이지)천황 재위 40주년을 기념하는 박람회이기도 했다. 박람회가 열린 우에노 공원에는 공중으로 올라가는 대관람차가 동경에서는 최초로 설치되었다. 우에노 공원에서 열린 이 박람회에는 도산 안창호도 구경을 가는 등 성황리에 개최되었다고 한다.

관람료는 15전. 대한매일신보 1907년 6월 6일자에 실린 박람회 묘사를 보면 이렇다.

관사는 굉장하여 구름 밖으로 날개를 뻗친듯 하고 국기는 찬란하여 바람결에 펄펄 날리며, 도시의 남자, 여자가 폭주하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박람회에의 전시관 중에는 한국통감지예韓國統監之隸라는 현판이 걸린 [조선관]도 있었다. 관사의 크기가 다른 전시관에 비해 현저히 작아 유학생들은 그것만 보고도 비감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조선관]에 전시된 물건은 사농공상의 각 사진, 쌀, 콩, 건어물, 약재, 곶감, 백목면, 비단, 저포 등 남녀의복과 밥상, 밥그릇, 화장대, 각종 제기, 삿갓, 농기구, 담뱃대 등과 범이 포효하는 듯 꾸며놓은 범가죽 2개였다.

그런데 대한매일신보에 글을 기고한 유학생이 박람회장에 들어갈 때, 일본인 몇이 "제1관 안에 조선 동물 2개가 있는데 대단히 우습더라"는 말을 들은 바 있었다. 호랑이 가죽이 우스울 리는 없으니, 이게 무슨 소리였을까 궁리하는 차에 수정관이라는 작은 관사가 하나 더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관람료는 대인 10전, 소인 5전.

돈을 내고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방이라 지척이 분간되지 않는데 줄을 따라 가보니 빛이 희미하게 들어오는데 조선 남자 하나가 탕건에 갓을 쓰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놀라서 성명을 물어보니 대구 사는 김가라 하고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한쪽에는 장옷을 입고 눈만 내놓은 여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앞에는 난간이 쳐져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해놓았다.

일본인들이 낄낄대고 웃은 것은 바로 이 조선인들을 보고 웃은 것이다. 이 내용을 대한매일신보에 보낸 유학생은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인에게 무슨 빚이 있어 같은 황인종으로 금전을 받아 관람케 하는가. 목이 메어 말이 막히고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라고 쓰고 있다. 애초에 박람회장에 들어갈 때는 일본이 유신한지 수십년만에 서구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양의 선구자가 되었으니 그 아니 위대하냐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인이 구경거리 조선 사람 옆에 서서 각국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를, "이는 한국 소산이라 년年은 몇이오, 성명은 무엇이오, 용모는 어찌어찌 하다"라고 떠들어서 듣던 유학생들이 분개하여 수정관의 주인을 찾아가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귀국 사람이 말하기를 한국은 동문동종同文同種(한국과 일본은 같은 문자를 쓰는 같은 종족이라는 말로 후일 내선일체로 발전하는 개념)이라 하면서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꺼리지 않으니 이는 우리 한국민족을 모멸함에 그치지 않고 인류가 되어서 인류를 능욕하는 것이오. 우리는 한인이 되어 한인의 모욕을 눈감을 수 없고 또한 세계 인류가 되어 같은 인류가 다른 인류에게 모욕을 가하는 것을 보고 참고 넘어갈 수 없어 불가불 그 죄를 고하고자 하오."

그러나 관사 주인이 애매하게 이야기하고 말자, 이들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구경거리가 된 여인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지만 그 여인은 좌우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들이 있는 탓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다가 간신히 대답하기를,

"저는 본래 대구 사람으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여자가 동경에서 박람회가 열리는데 가서 시중만 잘 들면 한달 월급 몇십 원을 주겠다고 하여 일본어를 잘 하는 박서방이라는 남자와 동경에 오게 되었습니다. 자기들과 다니면 유람도 잘하고 이득도 적지 않을 것이라 하더미나 천만 뜻밖에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치욕스런 관람은 시찰차 동경에 와 있던 내부內部 참사관叅書官 민원식閔元植이라는 한말의 친일파 거두가 나서서 대구 여인의 비용이라는 수백원을 자비로 지불하여 귀국토록 함으로써, 한달 넘은 전시가 결국 끝났다. (대한매일신보 6월 21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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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불의 잡학다식 : 1903년 오사카에서 전시된 조선인 2011-02-23 11:13:15 #

    ... 예전에 1907년 도쿄 만국박람회에서 전시되었던 조선인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박람회 구경거리가 된 조선인 [클릭]) 그보다 더 전인 1903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1903년 오사카에서는 제5회 오사카 내국권업박람회가 열렸는데, 이 박람회는 이전의 4회까지와는 다른 ... more

덧글

  • PolarEast 2008/05/14 23:46 #

    뭐, 아이누 족이랑 동학농민운동 지도자의 두개골도 연구용으로 보존하는 나란데요...=ㅂ=
  • 한단인 2008/05/14 23:50 #

    두 사례 다 근대와 문명개화란 관념이 불러온 폐해라고 할 수 있군요. 만약 입장이 거꾸로 되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는 장담은 할 수 있을지..
  • 슈타인호프 2008/05/14 23:59 #

    저때는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누랑 오키나와인을 조선인과 나란히 전시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死海文書 2008/05/15 00:01 #

    기가 막힙니다.
  • 제목없음 2008/05/15 01:21 #

    히데요시 시절 일본인이 유럽에 노예로 팔려먹었을때 일본에 잡혀왔던 조선인들도 따라서 팔려나갔다는 이야기 이후 더 지독한게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얼마든지 더한 이야기들은 있군요

    초록불님 이글루는 아주 가끔 들릅니다만 이제서야 리플 두번째로 답니다
    (첫번째는 바로 아래 취업포스팅입니다)
    언제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이준님 2008/05/15 05:07 #

    "굿바이 엉클톰"에서 살아있는 흑인 표본을 까뒤집으면서 인종의 열등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유태인 학자"가 떠오르는군요 -_-;;;
  • Dataman 2008/05/15 07:32 #

    '박람회:근대의 시선'이라는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인 저술이고, 일본이 만국박람회에 (그러니까 유럽입니다) 아이누를 전시한 적이 있다는 서술도 있습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문명과 미개라는 2분의 도식은 오히려 깊으면 깊어졌지 메워질 줄 모르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랄까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 나타나는 한중일간의 상호 비난도 이런 맥락에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늑대별 2008/05/15 07:37 #

    아아...저런 일도 있었군요..할 말 없습니다..
  • 어릿광대 2008/05/15 09:04 #

    정말 이런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을줄은 몰랐네요 정말이지...
  • Granduke 2008/05/15 16:34 #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
  • 야스페르츠 2008/05/15 17:03 #

    저런 짓을 하면서 내선일체니 동조동근이니를 부르짖었으니... 피그미족 이야기와 동일선에서 이야기할 수도 없는 기가막힌 이야기네요.
  • 깐죽깐돌이 2008/05/15 18:07 #

    '조선 사람의 생로병사'라는 책에도 나와 있지요. 전에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이 쓴 책이라 읽었었는데 이 이야기를 보니 화딱질이 나더군요... 근데 피그미인들 이야기는 없어서 오늘 또하나 알고 갑니다.
  • 진성당거사 2008/05/23 00:03 #

    1999년 말에 마봉춘 방송에서 했던 '한국 백년'(?)인가 하는 TV 교양 시리즈에서도 한번 이 사건에 대해 방송된 바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전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는데 그 사건에 대해 보고나서 어린마음에 퍽 화가 났었습죠.
  • 꼬마니체 2012/09/10 16:16 #

    저 그런데 1907년 7월이전 대한매일신보 기사는 어떻게 검색하나요?
    전 아무리 찾아도 7월기사부터밖에 검색이 안돼서요...ㅠㅠ
  • 초록불 2012/09/10 19:48 #

    오래 전에 쓴 글이라서 검색을 했는지 도서관에서 보고 썼는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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