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까지 마세요.몇마디 해두는 것도 세대 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선 포스팅은 20대 일부가 386세대에 대해서 갖고 있는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긴 하지만, 분명 오독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밸리에 내보내지도 않았던 글입니다.
나는 나 자신이 대단한 운동권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밑바닥의 졸로서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졸 이상의 지위를 노려본 적도 없고, 남들에 의해 올라가 본 적도 없습니다.
또한 나는 노동자와 빈민을
위해서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나는 나 자신의 민주적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싸웠고, 6.29 선언에 의해서 그것을 되찾았습니다. 이후의 문제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로 남은 것이었고, 나는 그 후는 데모에 나서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시에 그런 이야기들을 한 기억이 납니다. 이제 돌 던지고, 화염병 던지는 시대는 지나가야만 한다. 우리는 생활 전선에서 민주 시민으로 남도록 하자는.
뭐, 불행히도 나는 평탄한 직장인은 되지 못했습니다만 아무튼 세상 보기에 별로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나는 하나의 세대를 완전히 결정짓는 경향이 있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386이라고 이야기해봐야 그 안에 엄청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어느 정도 영향은 받겠지만, 나 자신이 심지어 대학가에서 비주류였던 운동권 안에서도 비주류였기 때문에(사실 대학가의 주류는 "침묵하는 다수"였죠) 나 같은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20대를 싸잡아서 한꺼번에 몰아치는 일은 내게는 떠오르지도 않고, 떠오를 수도 없는 일에 속합니다. 사실은 그보다 더 나아가 누군가를 훈계하는 일 자체가 내 취향에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ellouin님이 하는 질문은 내게는 어리둥절한 이야기들 뿐입니다.
우리때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치에 관심가졌어가 어떻게 근거가 될 수 있겠습니까?근거 안 됩니다. 저런 게 근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저런 발상은 파시즘에 가까운 것입니다.
우리는 이랬었는데 너희는 그정도냐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으십니까.이런 말 한 적 없습니다. 하려는 생각 1g도 가져보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이 30~40대에 하는 선택을 20대에 하면 죄악이 됩니까?우리 때도 그런 애들이 더 많았습니다. 나는 그 애들을 욕해 본 적 없습니다.
아니면 아직도 거리에서 노동자, 빈민과 함께 달리십니까?그런 386들도 있었죠. 그리고 지금도 그런 친구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나는 대학 때도 노동 운동이나 빈민 운동에는 그다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20대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시절에도 그랬을 것입니다.그렇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런 점을 탓하지 않습니다. ellouin님은 아마도 이런 점을 모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수의 운동권이 있었습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이야기하듯 한줌의 무리에 불과했습니다. 그 한줌의 무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어요. 우리 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 정치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 사람들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미워하면서, 그 일이 가능할까요? 어느날 말이죠. 어느날 갑자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편으로 돌아섰지요. 그 순간 누가 "너희는 원래 운동하던 사람들이 아니잖아! 비겁한 놈들이었잖아! 관심도 없었잖아!"라고 이야기했을까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생길 수 없는 일이었어요. 우리는 그냥 고마웠어요. 눈물나도록. 그래서 우리는 같이 스크럼을 짜고, 같이 최루탄에 눈물 흘리고, 같이 전경들 피해 달아났죠. 나는 내내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뭐, 완벽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노력은 해볼 수 있죠.
그러니 글 안에 없는 것을 읽지 말고, ellouin님의 윗세대였던 386, 그 사람들도 취직 공부에 머리 싸매고 고생했었구나, 그 시절이 그렇게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었구나, 그렇게 읽어주기 바랍니다.
하긴 내가 대중소설 쓰고 동화 쓰고 지내니까 어떤 후배가 그런 말을 하기도 했죠. "형은 좀더 의미있는 일을 할 줄 알았어요"라고. 나는 사람들이 즐겁게 살 수 있게 노력하는 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이것이 인생을 걸만한, 충분히 보람찬 일이거든요. 빈민과 노동자와 같이 뛰지 않는다고 젊은 친구에게 핀잔 들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