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인 것 같기는 하다 *..만........상..*



노무현 정부 시절, 노무현 정부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한 가지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는데, 그것이 바로

권위주의의 청산이었다.

대통령도 더 이상 근엄을 떨지 않고, 일개 검사(?)와도 체신머리 없이 대화를 하고, 생각나는 대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지껄이고(T광고의 전신?) 바지 주머니 한쪽에 손을 찔러넣고 서 있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DJ시절을 거쳐 노무현 시절까지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진행된 것은 기성 권위의 붕괴였다. 인터넷의 발달은 정보의 빠른 확산과 검증을 가능하게 했는데, 그 와중에 언론의 권위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분야에서 기사의 오류를 보고, 검증한 네티즌들은 신문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거둬버렸다.

체벌을 금지하면서 교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더불어 학교의 권위도 상당히 무너졌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면 경찰을 부르게 되고, 이런 일이 아직 지탄을 받는 일도 없진 않지만 과거와는 달리 교사의 권위도 이젠 절대적이지 않다.

글을 시작하면서는 노무현 핑계를 대긴 했지만, 이것이 한나라당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의 정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서 민주화가 진행된 것이다. 386 운동권이 과격하게 - 각목과 화염병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공포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일단 붙잡히면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기업들은 정권이 예측 가능해야 투자가 된다고 투덜댔는데, 체포되었을 때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은 그에 비례한 폭력적 준비와 대응을 불러왔던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일단 붙잡히면 일단 매타작으로 시작했었으니까. 하지만 민주화의 진전으로 이제 경찰은 그런 식으로는 대응하지 못한다. 인권에 대한 많은 보호장치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자진해서 경찰차에 올라탄다는 건 1987년 6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1987년 12월에 나는 자진해서 닭장차에 올라탔었다. 그때 노량진 경찰서의 형사들은 작년만 같았어도 니들은 맞아 죽었어, 라는 협박을 했었다. 물론 한 대도 맞지 않았다.)

불행히도 보수 언론이나 정부나 바보 같기는 매일반이어서 촛불문화제 때, 그때 나섰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이미 사라져버린 권위라는 망령 뒤에 숨어서 열기가 저절로 식기를 바라며 외면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르자, 그때서야 보수 언론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위를 키운 것은 바로 너희 - 보수 언론들이다.

더구나 제일 안 좋은 방향으로 반응했다. 사람들을 모욕하고, 팩트를 왜곡하고, 문제의 본질을 외면했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그것은 반응이었고, 더구나 붙은 불에 기름을 붓는 반응이었다.

이제는 이 집회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회학적인 분석이 어디쯤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탈권위시대의 생존권 투쟁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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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개념없음 2008/05/31 19:24 #

    하지만 많은 사회학적 분석은, 각 이익집단의 취향에 맞게 생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불신을 갖는 것은 옳은 태도라고 할 순 없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많은 분석들로 보아 그런 경향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네요.
  • 풍신 2008/05/31 20:05 #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문제는 권위가 사라져서 체통도 없이 구는 누구는 자기 힘들때만 권위를 따진다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확실히 이 촛불문화제와 시위들은 꽤나 흥미로운 연구 거리일지도...
  • 서산돼지 2008/05/31 21:36 #

    현재까지 읽은 것 중에는 조선일보 송희영컬럼이 제일 볼만 하더군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30/2008053001242.html
  • 초록불 2008/05/31 21:39 #

    현상에 대한 의견은 같고, 진단은 다르군요. 저 분석도 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 lumi 2008/06/01 01:06 #

    (...)저, 제가 잘못해석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해당 칼럼을 요약하자면 "IMF로 개방(우스운 표현이지만 이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군요. 꼭 조선말 쇄국이 강제적으로 개방되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갖기를 바란 것 같았습니다)했을 때 그 부스러기를 얻지 못한 세력의 불만이 겉으로 튀어나온 것뿐이지 FTA등의 한나라당이 밀고 있는 정책 혹은 한나라당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다"라는 것인가요? "그러므로 그들도 '지갑에 돈이 들어가면' 다시 잠잠해질 것이다"가 되는 건가요@_@?
    좋게 읽자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았으니 복지에 힘써보자'가 될테고 편견을 그대로 섞자면 'ㅋ진짜로 우리 반대하는 좌빨이 아니라 그저 가난하고 힘없는 찌질이들임. 돈으로 입막으면 다들 합죽이가 되서 따라올 거임 걱정마셈ㅇㅇㅇ 대충대충 당장 눈에 보이는 돈만 좀 뿌려주면 만사 ㅇㅋ니 심각하게 생각말고 돈뿌리고 잊자능'으로 보이네요 @_@
    제가 틀리게 해석한 것이라면 부디 지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__);;;
  • 초록불 2008/06/01 08:26 #

    lumi님 / 그런 해석도 가능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IMF이후 늘어난 소외계층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사실 이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도 계속 있어왔던 문제죠.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를 걱정하고 대책을 세우고자 - 복지를 늘리고자 노력해 왔는데, 이명박 정부는 경제가 살면 복지문제는 자연 해결된다는 논리로 국민을 현혹했고, 그에 넘어간 국민이 이명박을 지지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복지는 줄여나가는데 성공(?)하고 있는데, 경제 발전은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죠. 저 컬럼에서 짚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직접적인 피해자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런 피해자의 지위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컬럼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번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지지하는 정치결사체가 없다는 점에서 체제변혁을 요구해온 그전의 시민운동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현재의 저로서는 좀 무리한 문제라 생각을 더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 이요 2008/05/31 21:46 #

    저도 그런 생각을 부쩍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민주화의 비에 젖었고, 이제 더 이상은 옛날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잃어버린 10년"운운하는 집단은 '잘 살게 해준다=10년전으로 돌아간다'는 어리석은 공식을 믿고 있었던 듯 합니다.
  • 소하 2008/05/31 21:49 #

    저도 이 촛불시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혼동됩니다. "쇠고기수입전면금지"하면 촛불은 다 사라질까요? 아니면.....
  • 에로거북이 2008/05/31 21:57 #

    이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라는 의견에 100% 동의합니다. ^^
  • 현재진행형 2008/05/31 22:19 #

    저도 5공때 생각하고 그래도 잡혀가서 행불이 되거나 맞지는 않으니 세상 그나마 좋아졌네...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죠.
  • 瑞菜 2008/05/31 23:43 #

    청와대에 육박했다던데요. 이것도 묘하게 돌아갑니다.
  • 어릿광대 2008/06/01 00:45 #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좋은글이네요..
  • 악질식민빠 2008/06/01 04:30 #

    이미 무를 수 없는 수를 던져놓고 시작한 판세라, 결국은 Chicken Game으로 가겠지요.
  • 2008/06/01 13:2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록불 2008/06/01 15:12 #

    선불로 하시죠.
  • Grard 2008/06/01 16:19 #

    시위를 통해 청와대 앞까지 진격해서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트겠다는 발상 자체도 탈권위의 산물이라면 산물이랄 수 있겠지요.
  • 슈타인호프 2008/06/01 21:53 #

    참 주소는 그대로시지요?
  • 초록불 2008/06/01 22:31 #

    네, 하지만 계좌번호는 잊어버렸으니 다시 알려주세요. 금액도...^^
  • 2008/06/01 23: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투더리 2008/06/03 13:21 #

    이럴 땐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 "덕분"이라고 하셔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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