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역사 - 동아일보 *..시........사..*

동아일보 기자들이 일장기 말소 사건을 일으켰을 때를 돌아볼까요?

시상식에 선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있던 일장기를 지운 사건은 동아일보가 처음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위키백과를 가져와 보지요.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동아일보는 일약 유명한 신문이 되었으나, 이 보다 12일 앞서 조선중앙일보의 체육부 기자 유해봉은 8월 13일자 기사에서 손기정 선수의 1위 소식을 전하면서 일장기를 말소하여 보도하였다. 당시 유해봉 기자와 가깝게 지내던 동아일보 이길용 기자가 그 얘기를 듣고 똑같이 실행한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조선중앙일보 역시 무기 정간을 당하였고 끝내 폐간하였다. (위키피디아)

동아일보는 9개월간 정간 당했고, 속간 호에서 "지면을 쇄신하고 대일본제국의 언론기관으로서 공정한 사명을 다하여 조선 통치의 익찬을 다하려 하오니"라고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조선중앙일보는 여운형이 사장이었던 신문으로 동아일보 복간 시 같이 정간이 풀리긴 했지만 신문은 발행하지 못한 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사실, 저는 당시 동아일보 기자들의 이런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결코 폄하할 생각이 없습니다. 1936년이라면, 2.26사건(일본 육군의 쿠데타)으로 일본이 본격 군국주의의 길을 걸어가는 때였으니까요.

이때 동아일보가 그 기자들에게 어떤 대우를 가했는가를 떠나서 이런 정신이 동아일보를 이뤄왔던 것이 사실인 겁니다. 이것은 70년대의 언론자유화투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면, 그때 기자들을 모두 내몰고 독재정권과 함께 회사를 살찌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회사 소개에 걸어놓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걸어놓은 이상, 오늘 이 순간 동아일보 기자들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왜 이 순간 국민들이 동아일보가 아닌, 경향이나 한겨레에 광고를 싣고 있는가에 대해서, 부끄러워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정말 솔직하게 저 문구를 이렇게 고치던가요.

1975년 3월 17일 새벽 3시, 독재권력과 싸우라고 격려해준 국민들의 성원을 배반하고 동아일보는 자유언론실천을 위해 투쟁해온 160여 명의 사원들을 회사에서 끌어내 거리에 내동댕이쳤습니다.

촛불 시위가 일어났을 때 동아일보는 이렇게 말했죠. 쇠고기협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지난달 18일 타결된 뒤 관련 부처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일련의 괴담에 처음부터 기민하게 대응했더라면 사태가 이토록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5월 3일 사설 - 反美 反李로 몰고 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

라고 말하고, 촛불문화제를 주도한 사람들을, "미국 얘기만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흠집을 찾아내 부풀리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라고 말하며 이명박 탄핵을 외쳤다고 비난했죠.

‘이명박 탄핵 투쟁연대’ 주최로 열린 시위에서 1만여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탄핵’ 구호를 외쳐댔다. (5월 3일 사설 - 反美 反李로 몰고 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

그 후에도 계속 촛불문화제 뒤에 좌파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해왔죠. 증거는 산더미처럼 있지만 신문의 공식적인 입장인 사설만 제시합니다. 바로 이런 자신들의 보도 태도가 이 문제를 불려왔다는 사실을 이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좌파 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을 이용해 ‘정치적 재기’를 꾀하고 있다. (5월 5일 사설 - 다시 ‘촛불’로 재미 보려는 左派세력)

‘효순이 미선이’에서부터 광우병 괴담까지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의 코드는 친북 반미다. 대선과 총선 이후 무력감에 빠져 있던 이들이 대중의 먹을거리 공포를 자극하며 소요(騷擾)를 일으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인가. (5월 10일 사설 - 광우병 촛불집회 배후세력 누구인가)

쇠고기 협상이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 같은 건 쥐뿔도 안 보이죠. 뒤이어 촛불문화제를 "테러리즘"이라 매도했죠.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각종 정보를 균형 있게 살펴보기만 했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과장하는 것은 ‘과학적 테러리즘’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과학적 테러리즘 등장한 5월 23일 사설 - 민주당은 이제 ‘쇠고기’ 그만 물고 늘어져라)

촛불 시위는 "순수"하지 않다는 타령은 계속 됩니다.

그제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는 광화문 일대 차로와 인도를 점거한 시위로 변질돼 새벽까지 계속됐다. 집회에 반정부 좌파세력이 본격 가담하고 수백 명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며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일탈이다. 과연 이들이 국민 건강을 염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려고 거리에 나선 순수한 시민뿐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여전히 배후 타령의 5월 26일 사설 - 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

이 사설에는 이명박 탄핵을 외치는 것을 가지고 그동안 촛불문화제의 양상과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두 사설의 일부를 연달아 보겠습니다. 날짜를 유의하세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크다 해도 취임 3개월밖에 안 됐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5월 26일 사설)
‘이명박 탄핵 투쟁연대’ 주최로 열린 시위에서 1만여 참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탄핵’ 구호를 외쳐댔다. (5월 3일 사설)

네. 이미 5월 초의 집회에서 이명박 탄핵 구호는 외쳐지고 있었군요.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특정 세력이 계획적으로 그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중얼거리고 있죠.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6월 10일 국민의 분노를 목도한 뒤에는 이런 말을 했답니다.

촛불시위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안이함이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안전문제에 대한 국민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촛불시위 초기에 심각함을 깨닫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6월 6일 사설 - 파국적 혼란은 안된다)
쇠고기 협상은 분명 잘못됐다. 이를 인정하고 교정하려는 노력을 제때 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 (6월 11일 사설 - 대한민국이 표류해선 안 된다)


바로 "이를 인정하고 교정하려는 노력을 제 때 하지" 않은 집단에 <동아일보>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애초 5월 초에 <동아일보>가 쇠고기 협상이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말했다면 지금 시민들로 인한 광고 수주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체 동아일보 인간들은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전까지 "촛불"에 대한 온갖 비난을 해왔던 동아일보도 이날만은 찔끔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죠.

‘촛불’이 아무리 순수하고 아름다워도 나라의 진로에 장애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6월 11일 사설 - 대한민국이 표류해선 안 된다)

순수하고 아름답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한 번도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없는데요.

동아일보는 협상의 잘못을 지적한 바 없고, 오직 좌파의 선동과 괴담으로 촛불문화제를 까고, 까고, 까왔던 겁니다. 물론 6월 10일 이후에는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배후를 찾아 헤메고 있죠. 자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않고 자뻑에 빠진 다음과 같은 선언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본보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본질을 짓밟는 어떤 세력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언론자유를 수호할 것임을 다짐한다. (6월 18일 사설 - 언론을 아군-적군으로 가르고 날뛰는 좌파운동권)

이때만 해도 언론에는 "진보 언론"도 있고, "보수 언론"도 있다고 한 말은 이 "진보 언론"을 "좌파 언론"으로 매도하는 것으로 이어졌죠.

세 신문을 미워하는 세력은 자기들 구미에 맞는 좌파 신문을 구독하고 그 신문에 광고를 내면 될 일이다. 종이신문이 어려운 여건에서 힘을 합쳐 누리꾼의 광고주 압박에 맞서 싸워도 부족할 텐데 일부 좌파 신문이 언론자유를 유린하는 세력에 편승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6월 19일 사설 - 광고主 협박은 反민주·反시장으로 民生까지 해친다)

저는 동아일보가 대체 "좌파"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덧글

  • 오토군 2008/06/20 08:27 #

    잘 읽었습니다.
    …동아일보의 생존방식을 터득하면 웬지 저도 사회생활 잘 할 수 있을 것 같군요.(맞는다)
  • 초록불 2008/06/20 08:34 #

    사회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 Mizar 2008/06/20 08:28 #

    위의 연혁(!)을 읽다보니 '세월이 지날 수록 영토가 쪼그라드는 패배(?)의 역사'를 걸어놓고 '위대한(!) 민족'을 운운하는 소위 '환빠'와 오버랩이 되는 듯하네요..
  • 초록불 2008/06/20 08:34 #

    적절한 비유십니다.
  • 半道 2008/06/20 08:39 #

    저러니 조중동을 패지않을 수 없죠.

    맞을 짓을 열심히 하니...
  • catnip 2008/06/20 08:45 #

    좌파 = 맞는 소리긴 하지만 내가 듣기 싫은 소릴 하는 집단 또는 맞는 얘기긴하지만 우리편에게 불리한 얘길 하는 집단일테지요.
  • dunkbear 2008/06/20 10:39 #

    자기들에 반대하면 무조건 좌파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
  • 이준님 2008/06/20 11:23 #

    모스크바 삼상회의및 박헌영 존스턴 인터뷰 하나만 봐도 동아일보의 죄는 지옥끝으로 가야합니다.
  • 크렌 2008/06/20 13:01 #

    조선중앙일보의 유해봉이 동아일보보다 먼저 일장기를 없앴다는 얘기는 출처가 어디인가요?
    검색해봐도 위키백과 말고는 출처를 찾을 수 없어서 문의 드립니다.
  • 초록불 2008/06/20 13:29 #

    이건 브리태니커에도 똑같이 실려있습니다.
  • rumic71 2008/06/20 13:30 #

    <조선><중앙><동아>는 일제시대에도 존재...
  • 초록불 2008/06/20 13:31 #

    중앙일보는 아닙니다..^^;;
  • 어릿광대 2008/06/20 13:34 #

    하아 할말이 안나옵니다. 허허.
    어떻게 해석하면 저런 기사가 나올까요 --
  • rumic71 2008/06/20 13:43 #

    <조선중앙>을 놓고 개그를 해보려고 했는데 제 솜씨론 영 썰렁하군요 ^^
  • 도라지 2008/06/20 13:51 #

    저 70년대의 일때문에 아직도 우리 아버지는 한겨레 신문 아니면 동아일보를 보시죠. 그나마 조중동중에선 동아가 낫다고 생각하시는 건데 현재 그들을 보면 안습이죠.
  • 온푸님 2008/06/21 15:46 #

    동아일보만큼은 답이 없어보입니다... 비열할지라도 최소한의 유도리를 조선이나 중앙은 쓰고 있는데, 꿋꿋한 동아를 보면 한국논단과 동급처럼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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