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장지는 상주. 어디 있는지는 알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안 가본 곳이군요.
발인이 8시라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발인 시각에 맞출 수 있는 대중교통은 없더라고요.
네이버 지도 검색으로 알아보니 우리집에서부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10분. 물론 정규 속도를 그대로 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일테니, 휴게소 들를 여유 시간도 있어야 하겠기에 4시간을 잡았습니다.
준비물은 원두 커피뿐. 사랑하는 마티즈를 끌고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 진입까지 40여분 밖에 안 걸리더군요. 새벽 4시면 못 갈 곳이 없겠습니다.
네이버가 시키는대로(네비게이션 같은 건 없습니다) 화서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 상주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저같은 길치도 아무 문제 없이 찾을 수 있더군요. 도착한 시간은 7시 20분경. 10분 더 걸렸는데, 그 시간이 휴게소 들른 시간입니다.
과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운구 - 발인 - 상여 - 하관 - 성분의 절차가 진행 되었습니다. 운구와 하관은 저도 거들었고, 상여는 동네 분들이 메어주셨네요.
올빼미 족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운전하고 갔더니 정신이 없었던 터라 점심 먹고 일어났습니다. 남은 일이야 석축인데, 그건 어차피 오늘 일은 아닐 것이고, 제 힘이 필요한 일도 아니겠지요.
12시 30분쯤 출발했는데, 5시 10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올 때는 4시간 40분이 걸린 셈이군요. 운전할 때는 죽을 것 같이 피곤했는데, 지금 헤아려보니 그리 엄청난 정체를 겪은 건 아니었군요. 사람은 정말 간사한 동물인 것 같습니다.
저는 본래 누가 부르지 않으면 잘 안 움직이는 성격입니다. 이런 성격을 게으르다고 말하죠.
한번은 친구와 서로 자기가 게으르다고 자랑질(?)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빠져나가더군요.
"넌 게으른 게 아니고 더러운 거야."
청결을 유지하려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몰골을 더럽게 하고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냥 책상 위에 한 달 전에 마신 우유팩이 있다든가... 뭐 그런 일이죠.
돌아가신 분의 고향인 상주의 그 마을은 참 풍광이 좋은 곳이더군요. 나비와 잠자리들이 수없이 보이고(잠자리는 일산에도 많이 보이긴 하지만, 이곳의 잠자리는 몸통 중둥이만 하얀색인 못 보던 잠자리더군요.) 논밭에서 온갖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더군요.
날이 어제 같으면 죽음이다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비가 우르릉꽝꽝 내려서 또 걱정을 했었지만, 장지는 구름만 낀 날씨라 참 다행스럽게 장례식이 잘 끝났습니다. 하관한 뒤 흙까지 다 덮은 뒤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친구 녀석도 슬픔에서 벗어나 활기찬 모습을 되찾기 바랍니다.
-------------------------
사족
상주는 휘발유가 1리터에 1890원 하더군요. 마티즈는 만땅 채워도 6만원이면 됩니다.
그리고 일산 집에 돌아오니 1/3만 소모되었더군요. 역시 경차가 짱입니다.